'엄마의 꿈' 민낯의 고소영, 어린 미혼모들을 감싸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12-06 08:57



"내 새끼이고 내 배 아파서 낳았는데 어떻게 버려요."

열여덟 살 미혼모 희주의 말이 불의의 일격처럼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앳된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내 새끼"라는 표현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당연한 일이다. 희주는 한 아이의 당당한 엄마니까. 고소영도 "여자로 태어나면 모성이 있는 것 같다"며 따뜻한 웃음과 함께 희주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5일 방송된 MBC '엄마의 꿈(공동제작 스포츠조선)'은 10대 20대 나이에 엄마의 삶을 선택한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우리 사회 최약자인 미혼모에게는 으레 동정의 시선이 따라가기 마련이지만 '엄마의 꿈'은 조금 달랐다. 가족의 외면,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과 싸우고 있는 어린 미혼모들 옆에서 함께 발 맞춰 걸으며 그들을 응원했다.

미혼모들이 생활하는 생명누리의 집에 살고 있는 희주와 아랑은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지만, 엄마라서 그 꿈은 더 간절하다. 아이와 함께 당당히 살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가 읽혔다.

희주는 "아들 희민이는 내 자랑거리"라고 말했고, 아랑도 "딸 하은이는 하늘에서 내려주신 천사"라고 했다. 대학을 휴학하고 병원 약제실에서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민영 씨도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아이를 키운다는 게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 엄마들의 말에 담긴 희망의 온기가 카메라 밖으로 전해졌다.


'엄마의 꿈'은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를 짚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임신 사실을 안 뒤 연락을 끊고 떠나버린 아이 아빠보다 미혼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다.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은 2인가족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78만원 수준. "대책 없이 저지른 일"이라며 비난하고 "안쓰럽다"고 동정하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제도적 미흡함은 희주와 아랑의 삶에서도 느껴졌다. 그런 의미에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은 귀기울여 들어볼 만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의 말도 뼈아팠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상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내려면 출생신고를 한 뒤에 양가 부모가 같이 기관에 가야 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미혼모들이 아이를 더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아이와 함께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제도적으로 더 어려워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내레이터로서 보육시설을 직접 찾아다니며 아기들을 만나고 미혼모들에게 언니가 되어준 고소영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미혼모들은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아픔도 고소영에게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였기 때문이다. 고소영의 품이 참으로 넉넉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톱스타이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로 다가간 고소영이 새삼 고마워지는 시간이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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