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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 가이로 변신하는 이유는?"
그런데 이상하다. 이런 장점들을 뒤로 하고 굳이 다른 장르의 작품을 선택하는 꽃미남 배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 평소의 이미지와 180도 다른 역할이다. 거친 남자로 변신해 터프한 매력을 뽐내곤 한다. 이유가 뭘까?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인 강동원의 경우를 보자. 데뷔 이후 곱상한 외모로 여성팬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출연작들을 살펴보면 꽃미남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역할을 꽤 많이 맡았다. 영화 '의형제'에선 남파공작원 역을, '초능력자'에선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초인 역을 연기했다. 또 촬영을 준비 중인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선 평범하고 순수한 아버지 캐릭터를 연기한다.
관계자들은 꽃미남 이미지만을 고수하는 배우들은 연예계에서 단명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후배 꽃미남 배우들에게 물려줄 수밖에 없기 때문. 타고난 외모가 배우로서 성장하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동원은 이 한계를 뛰어넘었다. 다양한 연기 변신을 통해 배우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줬고, 연기자로서 롱런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또 다른 꽃미남 배우 조인성도 마찬가지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선 인상적인 조폭 연기를 선보였고,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선 전문도박사로 변신했다. 이제 조인성을 '얼굴만 잘생긴 꽃미남 배우'로 평가절하하는 대중은 많지 않다. '얼굴도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로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엔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대변신을 예고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현중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등을 통해 왕자님 이미지를 쌓았다.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다. 그런 김현중이 거친 남자로 변신한다. KBS 새 수목극 '감격시대'를 통해서다. 1930년대 중국 상하이 및 국내를 배경으로 사랑과 의리,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김현중은 치열한 파이터이지만, 사랑하는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신정태 역을 연기한다. 수준 높은 액션신까지 선보이며 지금까진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활약을 펼쳐온 김현중이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굳건하게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꽃미남 배우들의 터프가이 변신을 '생존 전략'이라고 봤다. 그는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도 한 가지 이미지나 캐릭터에만 안주해서는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연기자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대중들에게 연기력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