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정도전 사극 2편 격돌…'정도전' VS '파천황'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12-04 08:01


사진제공=KBS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 그의 삶과 정치사상이 두 편의 드라마로 제작돼 시청자들과 만난다. KBS1 대하사극 '정도전'과 MBC 월화특별기획 '파천황(破天荒)'이 내년 상반기에 방송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조선 왕조사 중심 사극에서 '킹메이커' 정도로만 다뤄졌던 정도전을 전면에 내세워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앞서 2011년 인기리에 방송된 SBS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정도전의 사상이 중요하게 다뤄진 바 있다. 정도전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정도전의 뜻을 이어받은 '밀본'의 존재를 설정, 조선의 기틀을 다진 정도전에 대한 재조명을 이끌어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도전'은 '파천황'보다 한 발 앞서 내년 1월 4일 첫 방송된다. 지난 6월 종영한 '대왕의 꿈' 이후 7개월 만에 재개되는 정통 대하사극. 시청률 60%에 육박했던 '용의 눈물'을 잇겠다는 각오로 준비 기간에만 2년이 소요됐다. 조재현이 주인공 정도전 역을 맡았고 유동근이 이성계를 연기한다. 서인석이 고려 최고의 용장 최영 장군 역을, 임호가 고려의 대정치가 정몽주 역을 맡아 힘을 보탠다.

조재현은 "드라마의 두꺼운 시놉시스를 받은 뒤 '오늘 밤 3분의 1만 읽어봐야지'하며 첫 장을 펼친 순간 단번에 쉼 없이 다 읽어버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너무 신선했고 기획의도에도 공감이 갔다"며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았던 유동근은 "'용의 눈물' 촬영 당시 막내 연출이었던 강병택 PD가 이번 작품 메인 연출로 이성계 역을 제안했으니 참 묘한 인연 같다"며 "그 작품이 시청자들로부터 아주 큰 사랑을 받아 지금까지 회자되는 대하사극의 뿌리로 자리매김한 만큼 '정도전'도 시대감각을 갖춘 정통사극의 면모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정도전' 제작진과 출연진은 10월 초에 진행된 대본 리딩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을 초청, 이번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동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 등장인물들의 사상적 토대에 대해 공부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본격 정치액션드라마를 표방한 '파천황' 역시 조선 건국을 주도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신권과 왕권의 대립으로 상징되는 조선 건국 최후의 두 세력, 정도전과 이방원의 우의와 투쟁이 중심이다.

'파천황'은 '히트',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를 공동 집필한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신작으로 일찍부터 주목받고 있다. '선덕여왕'과 '뉴하트', '최고의 사랑' 등 여러 인기 드라마를 만든 박홍균 PD가 연출을 맡아 기대감을 더한다. 앞서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 역을 맡아 김영현-박상연 작가와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한석규가 주인공 정도전 역을 제안 받고 출연을 검토 중이다.

박홍균 PD는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뿌리 깊은 나무'를 준비하면서 조선 정치사상과 태동 과정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시기적으로 영웅담이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에 '파천황'을 함께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PD는 "이방원이 '똑똑한 왕이 나라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정도전의 생각은 '왕이라는 감옥에 이성계를 가두고 나라를 백성에게 돌려주자'는 것이었다"며 "정도전의 생각은 입헌군주제에 가까운 혁명적 정치사상이지만 훗날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리면서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도전의 공적을 재평가하면서 역사의 행간의 창조적 상상력으로 채워나겠다"고 말했다.

'파천황'은 현재 방송 중인 '기황후'의 후속으로 4월 말 방영될 예정이다. '정도전'과 2~3개월 가량 방송 시기가 겹칠 가능성이 높다. 두 명의 정도전이 정면 대결하는 셈. 현 시기에 정도전이 드라마로 집중 조명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박 PD는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민주주의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20년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정도전의 정치사상은 지금 시대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 인물의 삶만 보더라도 30대 후반에 정계에 복귀해 10여년 만에 국가를 세우는 대업을 이뤘다는 점에서 드라마로 만들기에 매력적이다. 정도전을 비롯해 이방원, 최영, 정몽주 등 난세의 영웅들을 통해 대리만족과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역사와 인물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백성의 시각에서도 극을 이끌어가려 한다"며 "정도전과 이방원의 사상이 당대 백성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평가됐는지 그려내면서 기존 대하사극과 차별화된 사극을 그려내겠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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