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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파리넬리'로 불리는 가수 조관우가 돌아왔다. 5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한 것도 반갑지만 무엇보다 다시는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위기를 극복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더욱 환영 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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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나는 가수다'에 합류한 조관우는 특유의 가성을 이용한 창법이 오히려 경연 때마다 발목을 잡았다.
이어 "이소라처럼 차분하게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는게 옳았는데…. 나는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 가랑이가 찍어진 격이었다"고 후회를 했다.
목에 이상이 생긴 것을 직접 느낀 무대가 지난 5월 미주 투어. 조관우는 "샌프란시스코 공연 때 목소리가 완전히 고장난 것으로 알게 됐다. 바로 다음날 이어진 LA 공연에서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눈물을 흘리며 억지로 노래를 불렀다"고 회상했다.
귀국 직후 바로 정밀 진단을 받은 결과 성대결절과 함께 용종이 발견된 것. 병원에서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다 해도 예전 같이 가성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고 조관우는 용기를 내 수술대에 올랐다.
조관우는 "수술 이후 일주일 뒤에는 목소리 조차도 안나오더라. 당시에는 노래를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삶을 포기할까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수술이 끝나고 한달 보름여가 지나서야 서서히 예전의 가성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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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까지 맞닥트렸던 만큼 이번 앨범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조관우는 "신곡 '화애'를 녹음하는데 내 목소리를 떠나보낼 수도 있었다는 처절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더라. 오랜 만에 신곡을 발표하는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도 많았는데 오히려 가장 인기를 얻었던 '늪'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다시 목소리를 찾고 부른 곡인만큼 더 처절했다"고 전했다.
'화애'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진욱이 소속된 '도도 사운드(DODO SOUND)'의 곡으로 현악기의 애절한 음색과 차가운 느낌의 울림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미니앨범에는 '화애'와는 컬러가 완전히 상반된 '메이비 유(Maybe U)'도 수록돼 있다. 조관우는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곡을 썼는데 편곡자가 곡을 포근하게 만들어줬다"며 "코러스를 포함해 전체 보컬을 내 목소리로만 녹음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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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 두번 바뀌는 시간만큼 가수 활동을 해왔지만 오히려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는게 더 두려워졌다.
조관우는 "옛날에는 음반을 만들면 당연히 잘 될 것이란 자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해 놓고도 겁이 난다"며 "그렇다고 결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화애'를 작업하면서 해냈다는 자신감을 확실히 얻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관우는 자신의 강점에 대해 "숨겨진 불"이라고 정의했다. "어둠에서 작은 불씨가 크게 보인다. 후배 김범수는 대낮에 켜도 보이는 불이라면 나는 숨겨진 불이다"며 "음반을 듣는다는 것은 불빛을 찾고 느끼려는 행위로 내 강점이 잘 보인다. 그래서 음반이 잘 팔려왔다"고 설명했다.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둔 조관우는 인터뷰 동안 첫째 조휘와 둘째 조현의 자랑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조관우는 "19세인 휘가 가창에 재능이 있다면 15세인 현이는 연주, 작곡, 프로듀싱에 탁월하다. 이미 현이는 드라마 음악을 만들었고, 내가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데 다음 음반을 같이 만들 것이다"라고 계획을 털어놨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