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이을 악동 필요했던 '1박2일', 정준영 찾았다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12-03 07:46


KBS '1박2일'에 출연 중인 정준영.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1.28/

필요했던 악동을 드디어 찾았다. KBS '1박2일' 시즌3가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1박2일'의 암흑기는 길었다. 2012년 3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전파를 탄 시즌2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최고 인기 예능으로 자타공인 인정을 받았던 시즌1의 명성에 미치질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여러 이유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악동'이 없었다는 것.

시즌1엔 강호동, 은지원, MC몽 등의 악동들이 있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통을 부리고, 틈만 나면 다른 멤버들을 골탕 먹이려는 악동들의 활약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악동들 사이의 대결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을 만한 '1박2일'만의 배꼽 잡는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시즌2엔 이런 캐릭터를 가진 멤버가 없었다. 유해진, 엄태웅, 주원, 성시경 등 시즌2를 이끌었던 멤버들은 악동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1박2일'표 웃음을 만들어내기엔 뭔가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악동 역할을 해줄 멤버가 드디어 나타났다. 시즌3가 시작되면서 새롭게 합류한 정준영.

지난 1일 '1박2일' 시즌3가 첫 전파를 탔다. 방송 전부터 기대가 컸다. 시즌2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을지, 명예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새로운 멤버들인 김주혁,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의 활약에도 시선이 모아졌다. '1박2일'의 새 얼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각자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돋보였다는 평가.

그 중 특히 돋보였던 것은 정준영이었다. 멤버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트럭을 타고 베이스캠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진가가 나타났다. 6명의 멤버들은 가위바위보를 해 3명은 트럭 앞 좌석에 타고, 3명은 트럭 뒤 짐칸에 탔다. 짐칸에 탄 정준영, 김주혁, 김준호는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여기서 정준영의 악동 기질이 발휘됐다. 추위를 참다 못해 무전기를 들고 PD 행세를 했다. 앞 좌석에 탄 멤버들에게 "김주혁이 너무 추워해서 안 되겠다. 자리를 바꾸도록 하겠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앞 좌석에 탔던 김종민, 차태현, 데프콘은 이 말에 홀딱 넘어갔다.

정준영의 이런 모습은 '1박2일'의 '원조 악동'이었던 강호동, 은지원, MC몽 등을 연상시켰다. 새 출발을 한 '1박2일'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의 활약 속에 '1박2일'은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14.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다. 경쟁 프로그램인 MBC '진짜 사나이'(13.2%)와 SBS '런닝맨'(13.3%)을 제쳤다. 한때 '1박2일'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다. 풀어야 될 숙제도 남아있다. 중심을 잡아줄 메인 MC가 없는 탓에 다소 산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시즌1부터 끊임 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이야기 구조 때문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당장 두 번째 방송에서 시청률이 다시 추락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정준영이란 매력적인 악동 캐릭터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명예 회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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