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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했던 악동을 드디어 찾았다. KBS '1박2일' 시즌3가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시즌2엔 이런 캐릭터를 가진 멤버가 없었다. 유해진, 엄태웅, 주원, 성시경 등 시즌2를 이끌었던 멤버들은 악동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1박2일'표 웃음을 만들어내기엔 뭔가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악동 역할을 해줄 멤버가 드디어 나타났다. 시즌3가 시작되면서 새롭게 합류한 정준영.
그 중 특히 돋보였던 것은 정준영이었다. 멤버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트럭을 타고 베이스캠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진가가 나타났다. 6명의 멤버들은 가위바위보를 해 3명은 트럭 앞 좌석에 타고, 3명은 트럭 뒤 짐칸에 탔다. 짐칸에 탄 정준영, 김주혁, 김준호는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여기서 정준영의 악동 기질이 발휘됐다. 추위를 참다 못해 무전기를 들고 PD 행세를 했다. 앞 좌석에 탄 멤버들에게 "김주혁이 너무 추워해서 안 되겠다. 자리를 바꾸도록 하겠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앞 좌석에 탔던 김종민, 차태현, 데프콘은 이 말에 홀딱 넘어갔다.
정준영의 이런 모습은 '1박2일'의 '원조 악동'이었던 강호동, 은지원, MC몽 등을 연상시켰다. 새 출발을 한 '1박2일'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의 활약 속에 '1박2일'은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14.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다. 경쟁 프로그램인 MBC '진짜 사나이'(13.2%)와 SBS '런닝맨'(13.3%)을 제쳤다. 한때 '1박2일'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최하위까지 추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다. 풀어야 될 숙제도 남아있다. 중심을 잡아줄 메인 MC가 없는 탓에 다소 산만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 시즌1부터 끊임 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이야기 구조 때문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당장 두 번째 방송에서 시청률이 다시 추락할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정준영이란 매력적인 악동 캐릭터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명예 회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