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가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지난 달 29일 첫 방송에서 '꽃누나'는 평균 시청률 10.5%(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실감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지만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를 보며 무뎌진 감각을 바로 세우면 10.5%라는 시청률이 얼마나 높다는 것은 금새 눈치챌 수 있다.
국내에서부터 이스탄불 공항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이 없던 김자옥에게는 '활약이 없는' 캐릭터를 붙여줬다. 여행 내내 느긋한 모습이었던 김자옥의 모습을 앞당겨 보여주며 순간순간을 일기장에 기록하는 모습까지 '유유자적'하는 캐릭터를 그에게 붙였다.
김희애 역시 자칫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제작진은 제대로 포착했다. 김희애가 여행에서 먹을 밑반찬을 준비하는 모습, 공항에서 팬들의 선물과 꽃다발을 받아 이승기에게 전달해주는 모습, 미리 알아본 정보를 이승기에게 넘기는 부분 등을 강조해 김희애에게 자애로움 넘치는 이미지를 씌웠다. 앞으로 그동안 본 적 없었던 '개그콘서트' 마니아인 그의 모습이 등장한다면 김희애는 '꽃누나'의 히로인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
나PD는 앞선 인터뷰에서 "사실 여행 중에는 캐릭터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렇게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는다. 편집하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기질을 비로소 알게 된다. 물론 사전모임과 촬영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하는 캐릭터가 있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여행을 다녀온 후 이들의 캐릭터를 면밀히 분석해 자막이나 에피소드 별로 묶으며 캐릭터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잔재미도 빼놓지 않는다. 이날 '꽃할배'들이 등장해 '꽃벤져스'라는 닉네임을 붙인 것이나 대중매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김희애의 남편 이찬진 씨가 깜짝 등장한 것, 이스탄불 공항에까지 마중나온 이승기 팬 등은 '꽃누나'에서만 볼 수 있는 잔재미 중 하나다.
그저 윤여정이고 김자옥이고 김희애고 이미연이고 이승기인 이들은 나PD와 이작가의 캐릭터 만들기로 순식간에 '예능 대세'가 돼버렸다. 나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