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부터 터진 '꽃누나', 비결은 캐릭터 만들기?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12-03 07:46


사진캡처=tvN

tvN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가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지난 달 29일 첫 방송에서 '꽃누나'는 평균 시청률 10.5%(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실감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많지만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를 보며 무뎌진 감각을 바로 세우면 10.5%라는 시청률이 얼마나 높다는 것은 금새 눈치챌 수 있다.

'꽃누나' 1편은 나영석 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강점을 초반부터 고스란히 드러냈다. 일단 개개 멤버의 캐릭터 잡기에 열중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여행, 아니 예능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물론 이 설명 가운데에도 잔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제작진은 조그마한 사건을 부풀려(?) 멤버들의 특징을 강조했다. 윤여정은 대선배 '꽃할배'들과 만나서도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공항에서는 액체류 반입에 적발돼 이승기를 고생시키는 '허당'스러운 모습 그리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정신없는 이승기를 계속 재촉하는 모습으로 시크하면서도 '허당'스러운 '트러블 메이커'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국내에서부터 이스탄불 공항에서도 이렇다할 활약이 없던 김자옥에게는 '활약이 없는' 캐릭터를 붙여줬다. 여행 내내 느긋한 모습이었던 김자옥의 모습을 앞당겨 보여주며 순간순간을 일기장에 기록하는 모습까지 '유유자적'하는 캐릭터를 그에게 붙였다.

김희애 역시 자칫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제작진은 제대로 포착했다. 김희애가 여행에서 먹을 밑반찬을 준비하는 모습, 공항에서 팬들의 선물과 꽃다발을 받아 이승기에게 전달해주는 모습, 미리 알아본 정보를 이승기에게 넘기는 부분 등을 강조해 김희애에게 자애로움 넘치는 이미지를 씌웠다. 앞으로 그동안 본 적 없었던 '개그콘서트' 마니아인 그의 모습이 등장한다면 김희애는 '꽃누나'의 히로인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미연에게는 막내이지만 '욱'하는 캐릭터를 붙였다. 사전 미팅 때나 이스탄불 공항에서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모습과 함께 "맞아요. 나 원래 그래요"라는 그의 인터뷰까지 섞어 넣으며 '욱'미연을 완성시켰다. 이승기 역시 첫 여행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고생이었지만 '짐'이라는 캐릭터를 덧씌워 보는 이들을 웃음짓게 했다.


사진캡처=tvN
따지고 보면 이번 1편은 자유여행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나PD와 이우정 작가의 '몰아가기'(?)는 이들을 하나의 예능 캐릭터로 만들어버렸다.

나PD는 앞선 인터뷰에서 "사실 여행 중에는 캐릭터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렇게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는다. 편집하면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기질을 비로소 알게 된다. 물론 사전모임과 촬영을 통해 어렴풋이 짐작하는 캐릭터가 있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여행을 다녀온 후 이들의 캐릭터를 면밀히 분석해 자막이나 에피소드 별로 묶으며 캐릭터를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잔재미도 빼놓지 않는다. 이날 '꽃할배'들이 등장해 '꽃벤져스'라는 닉네임을 붙인 것이나 대중매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김희애의 남편 이찬진 씨가 깜짝 등장한 것, 이스탄불 공항에까지 마중나온 이승기 팬 등은 '꽃누나'에서만 볼 수 있는 잔재미 중 하나다.

그저 윤여정이고 김자옥이고 김희애고 이미연이고 이승기인 이들은 나PD와 이작가의 캐릭터 만들기로 순식간에 '예능 대세'가 돼버렸다. 나PD의 배낭여행 프로젝트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사진캡처=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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