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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경 에세이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조용한 선전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11-27 09:09





아파봤는가?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아봤는가? 어떤 위로가 도움이 되던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칼날 같은 이성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 아니다. '나도 안다. 얼마나 아프냐'며 양 손을 꼭 잡아줄 때 손 끝으로 전해오는 따스함. 위로는 해법이 아닌 공감에서 출발한다.

사랑의 영원한 짝꿍인 이별.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가. 상처, 아픔, 고통, 후회?

이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두렵다고 '이제 다시 사랑 안 해~'를 선언할텐가?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 이별로 흐트러진 마음의 정리는 치유다.

이애경 작가의 신작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허밍버드)은 서른을 막 넘긴 싱글 여성이 삶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불가항력의 상처에 대한 위로의 에세이다. 절대로 상처받지 않는 노하우를 일러주지 않는다. '상처는 피할 수는 없다, 고로 당당하게 맞서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다만, 이 모든 아픔이 온전히 나 혼자만의 몫은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상처받는다. 물론 누구나 중 하나인 나도 상처받는다는 평범한 사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란 공감이 가장 강력한 위로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조용한 속삭임이 구석구석에서 묻어난다. 사랑과 이별로 시작된 화두는 서른 이후 싱글 여성이 느끼게 되는 감정을 터치한 뒤 작가가 말해주고픈 위로의 메시지로 이동한다. 남자가 읽어도 한 자리에서 첫 장에서 마지막 장까지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작가는 서른을 넘긴 싱글 여성에게 조용한 메시지를 던진다. 스스로 아프게 통과하며 느꼈던 경험들을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언어와 사진 속에 담담히 풀어 잘 포장된 선물처럼 독자에게 전달한다. '변화된 멋진 삶을 기대하고 서른의 문턱에 들어서지만, 생각과 달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그녀들에게 이야기를 나누어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에필로그 처럼 방황의 시기를 한걸음 먼저 통과한 인생 선배로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가의 글은 특색이 있다. 신문 기자 출신 작사가답게 쉽고 편안하게 공감된다. 사전을 찾아봐야 할만큼 어려운 단어도 없고, 여러번 생각해봐야 할만큼 난해한 해석을 요하는 문구도 없다. 물 흐르듯 술술 읽힌다. 그런 가운데서도 공감의 메시지가 가슴 한 복판에 콕콕 틀어박힌다. 조용한 입소문 속에 각 온라인 서점 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작가는 인생을 달콤 쌉쌀함이 공존하는 아포카토에 비교하며 글을 맺는다. '달기만 한 인생은 없다. 쓰기만 한 인생도 없다...그러니 주어지는 대로 감사하고 즐기는 것이 인생을 맛있게 사는 법'이란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이렇게 우리 모두에게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이 분명히 온다는 것을. 눈물 자국은 슬픔의 흔적이 아니라 단련된 마음이 걸어온, 빛나는 발자취가 된다는 것을.'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이다.


음악 전문 기자 출신 이 작가는 '가왕' 조용필의 '기다리는 아픔', '꿈의 아리랑', '작은 천국', 윤하의 '오디션' 'Someday(섬데이)' 'My song and..(마이 송 앤드..)', 유리상자의 '비가' 등의 노랫말을 만든 실력파 작사가다. '그냥 눈물이 나'(2011), '기다리다 죽겠어요'(2012년) 등 숱한 '그녀'들의 감성을 터치하는 책들을 집필해온 작가의 세번째 작품. 특유의 감성터치에 해가 바뀌어 쌓인 성숙함이 덧씌워진 웰메이드 작품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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