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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만 놓고 보면 곤충이 아마존 부족민 촬영하는 것보다 100배는 더 어려웠습니다."
김진만 PD가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길가의 곤충을 알아보더라"고 소개한 성기수 곤충전문가와 표도연 곤충사진전문가는 사전 기획부터 참여해 힘을 보탰다. 성기수 곤충전문가는 "곤충들의 생애는 무척 짧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이 동반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며 "고유종부터 유럽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종까지 순서별로 촬영 목록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진만 PD는 "사전에 주인공을 정하고 그 캐릭터로 어떤 걸 촬영할지 고민했기 때문에 디테일한 장면이 담겼다"며 "장수말벌의 경우 꿀벌과의 전투를 애초에 기획하고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곤충들의 미세한 생김새와 움직임을 담기 위해 제작진은 세계 최초로 3D 접사 카메라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MBC 입사 이래 이렇게 총력을 기울여 촬영하긴 처음"이라는 손인식 촬영감독은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그 카메라에 '손인섹트(손인식+Insect·곤충) 카메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손 감독은 "곤충들이 상상 이상으로 작아서 기존 렌즈나 카메라 시스템으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특히 3D 촬영은 앵글을 옮길 때마다 카메라 좌우 정합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데 그게 30분 이상 걸린다. 곤충이 그걸 기다려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래서 3년 전 '엄홍길 바다로 가다'라는 3D 다큐를 제작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작은 곤충을 접사 촬영하는 것이 가능한 3D 카메라를 제작했다. 곤충이 날개를 펴는 '우화' 장면 등을 입체로 보면 더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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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PD도 "벌이 활동하는 7~8월은 더위 때문에 힘들었다. 황무지와 모래밭에 사는 벌을 촬영할 때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뜨거운 바닥에 엎드려 촬영해야 해서 더욱 어려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통제가 불가능한 곤충을 촬영하는 데는 무엇보다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손인식 촬영감독은 "곤충들이 연기를 잘 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으니까 촬영 전에 잘 찍히게 해달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까지 했다. 하지만 열흘을 기다리고도 변변한 장면을 못 건지는 날에는 곤충들이 얄밉고 화가 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김정민 PD는 "대화가 안 된다는 점은 아마존 부족민과 똑같지만, 부족민의 경우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의 음식을 먹고 전통을 따라해 보는 노력을 하면 마음이 열렸다. 하지만 곤충은 그런 것이 없었다. 그들이 짝짓기를 좋아하는 습도 등을 다 맞춰져도 마음에 안 들면 안 한다. 아양이 안 통한다. 출연자만 놓고 보면 곤충이 아마존 부족민보다 100배 더 힘들었다"고 웃음 지었다.
마지막으로 김진만 PD는 "곤충들은 4억년의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살아남았다. 곤충 전문가들을 만나 함께 촬영을 하면서 곤충들이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며 '본방 사수'를 당부했다.
'곤충, 위대한 본능'은 오는 29일 오후 10시에 1부가, 12월 13일 같은 시간에 2부가 방송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