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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은 올해도 역시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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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룡영화상에는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신인남우상, 신인여우상까지 6개 부문에 걸쳐 30명의 배우들이 노미네이트됐다.
이 중 시상식 당일 불참한 사람은 차기작 '허삼관 매혈기' 시나리오 각색을 위해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하정우 뿐이다. 다른 29명의 후보들은 각각 영화나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시간을 쪼개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래서 SBS 생중계 방송에서 보여준 5분할 화면에는 수상 결과를 기다리는 각 부문 후보들의 생생한 표정이 잡혔고, 이는 시상식에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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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은 인기나 스타성을 심사 조건에서 제외한다. 오로지 그 작품에서 배우가 보여준 연기력만을 놓고 평가한다. 팬덤이나 동원 관객수가 많고 적고는 심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신의 연기에 자신이 있는 배우라면 기대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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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회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온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는 점도 믿음을 더한다. 오랜시간 '논란 없는 시상식'으로 대중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정받았던 만큼, 배우들도 청룡이라면 믿음을 갖게 된다는 것.
실제로 이번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던 남보라, 신인남우상을 받은 여진구 등은 "시상식에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효주 역시 "훌륭하고 멋진 선배님들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룡영화상에 대한 배우들의 기대와 믿음이 96.6% 참석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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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의 심사는 공정한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몇 년 간 여러 시상식이 석연치 않은 수상 결과로 논란이 됐던 것과 비교해 청룡영화상은 영화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만들었다.
청룡영화상이 높은 평가를 받는 그 배경에는 독특한 심사제도가 한 몫한다. 청룡은 9명의 전문 심사위원이 난상 토론을 거친 뒤 투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부터는 8명의 전문 심사위원과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해 수상자(작)을 정했다. 청룡영화상 공식 사이트를 통해 진행된 네티즌 투표 결과를 합산, 전문 심사위원의 한 표와 똑같은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는 전문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에서다.
또 기억과 추억이 심하게 미화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흥행작이나 화제작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일을 막기 위해 후보작 상영제를 진행한다. 상영제 기간 동안 후보자들의 출연작과 후보에 오른 작품을 다시 보게해 각 후보자의 연기력과 후보작의 작품성을 재고해보고, 동일 후보군 비교를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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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수 이상 한 후보자(작)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최고 득점자(작) 중 2명(개)을 대상으로 재투표를 진행하는 엄격한 심사 방식도 고수해왔다. 더욱이 시상식이 끝나면 네티즌 투표 결과는 물론 전문 심사위원 심사 결과까지 공개한다. 그러므로 시상식에 불참한다고 해서 수상이 취소되거나, 중간에 수상자가 바뀌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와 같은 고집이 현 청룡영화상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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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은 어디까지나 영화인들이 키워왔고, 영화인들이 지켜온 시상식이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11월 30일 열린 1회 시상식때부터 다른 영화제와는 차별화되는 권위와 심사의 공정성을 인정받았다. 청룡영화상 제정 소식에 당시 한국영화협회 이사장이었던 윤봉춘 감독을 비롯한 유명 감독들과 영화배우들은 축사를 투고했고, 영화제작가협회에서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시상식이 열리는 11월 30일 하루 동안 모든 영화 촬영을 쉬기로 할 정도였다. 영화인을 위한 축제를 지키겠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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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다. 대중은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패션 감각, 똑소리 나는 연기력도 인정했지만, 그보다 그의 카리스마를 사랑한다. 명실상부한 주연 배우인 김혜수가 의리와 믿음 하나로 '관상'에서 조연을 맡은 것만 봐도 그의 쿨한 라이프 스타일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김혜수가 무려 15년 연속 청룡영화상의 MC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영화인을 위한 진정한 축제는 청룡'이란 애착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청룡 일정을 먼저 확인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CJ E&M에서 주관하는 'MAMA'가 청룡과 같은 날 개최돼 배우들을 대거 시상자로 포섭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정말 연기력을 인정받은 '국민 배우'들은 모두 청룡을 찾아오고 있다는 것만 봐도 '진짜 배우들'이 청룡에 보내는 믿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