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청룡영화상이 다른 시상식보다 특별한 3가지 이유. 높은 참석률-당일 심사제도-영화인의 축제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3-11-25 15:30 | 최종수정 2013-11-26 07:46


22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상식이 열리고 있다.
회기동=최문영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청룡영화상은 올해도 역시 특별했다.

지난 22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4회 청룡영화상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대부분의 시상식이 끝난 뒤엔 수상 결과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뤄지기 마련. 하지만 올해도 청룡은 '반전 수상', '공정한 평가'라는 등 호평을 받았다. 이에 청룡영화상이 다른 시상식보다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봤다.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최우수작품상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회기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렸다.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병우 감독(더 테러 라이브)이 트로피를 받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청룡이기에 가능한 후보 배우 참석률 96.6%

이번 청룡영화상에는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신인남우상, 신인여우상까지 6개 부문에 걸쳐 30명의 배우들이 노미네이트됐다.

이 중 시상식 당일 불참한 사람은 차기작 '허삼관 매혈기' 시나리오 각색을 위해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하정우 뿐이다. 다른 29명의 후보들은 각각 영화나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에도 시간을 쪼개 시상식에 참석했다. 그래서 SBS 생중계 방송에서 보여준 5분할 화면에는 수상 결과를 기다리는 각 부문 후보들의 생생한 표정이 잡혔고, 이는 시상식에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렸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신세계)이 트로피를 받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렸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효주(감시자들)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사실 배우 입장에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 스케줄을 조율해 시상식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청룡영화상에 참석한 배우들을 살펴봐도 조정석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강원도에서 '역린' 후반 촬영에 임해야 했고, 황정민도 '신세계' 팀과 남우주연상 수상 축하 파티를 한 뒤 곧바로 '국제시장' 촬영을 위해 부산으로 내려갔다. MBC '사랑해서 남주나'에 송은주 역으로 출연 중인 남보라, 신인남우상을 받은 여진구 등도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렸다.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이정재(관상)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22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라미란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회기동=최문영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이처럼 지방 촬영 스케줄이나 세트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배우들이 청룡을 찾는 이유는 뭘까. 바로 수상 결과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청룡영화상은 인기나 스타성을 심사 조건에서 제외한다. 오로지 그 작품에서 배우가 보여준 연기력만을 놓고 평가한다. 팬덤이나 동원 관객수가 많고 적고는 심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신의 연기에 자신이 있는 배우라면 기대를 갖게 된다.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렸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여진구(화이:괴물을 삼킨 아이)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22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박지수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회기동=최문영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34회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온 권위 있는 시상식이라는 점도 믿음을 더한다. 오랜시간 '논란 없는 시상식'으로 대중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정받았던 만큼, 배우들도 청룡이라면 믿음을 갖게 된다는 것.

실제로 이번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됐던 남보라, 신인남우상을 받은 여진구 등은 "시상식에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효주 역시 "훌륭하고 멋진 선배님들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룡영화상에 대한 배우들의 기대와 믿음이 96.6% 참석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22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릴 예정인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앞서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심사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당일 심사와 투표 결과 공개가 낳은 공정한 심사

청룡영화상의 심사는 공정한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몇 년 간 여러 시상식이 석연치 않은 수상 결과로 논란이 됐던 것과 비교해 청룡영화상은 영화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만들었다.

청룡영화상이 높은 평가를 받는 그 배경에는 독특한 심사제도가 한 몫한다. 청룡은 9명의 전문 심사위원이 난상 토론을 거친 뒤 투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부터는 8명의 전문 심사위원과 네티즌 투표 결과를 종합해 수상자(작)을 정했다. 청룡영화상 공식 사이트를 통해 진행된 네티즌 투표 결과를 합산, 전문 심사위원의 한 표와 똑같은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는 전문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에서다.

또 기억과 추억이 심하게 미화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흥행작이나 화제작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일을 막기 위해 후보작 상영제를 진행한다. 상영제 기간 동안 후보자들의 출연작과 후보에 오른 작품을 다시 보게해 각 후보자의 연기력과 후보작의 작품성을 재고해보고, 동일 후보군 비교를 가능하게 했다.



당일 심사를 진행하는 시스템도 심사의 공정성을 믿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해마다 청룡은 시상식 당일 전문 심사위원이 최종 심사를 해왔다. 심사위원들은 휴대폰마저 반납한 채, 4시간 이상 열띤 토론을 펼친다.

과반수 이상 한 후보자(작)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최고 득점자(작) 중 2명(개)을 대상으로 재투표를 진행하는 엄격한 심사 방식도 고수해왔다. 더욱이 시상식이 끝나면 네티즌 투표 결과는 물론 전문 심사위원 심사 결과까지 공개한다. 그러므로 시상식에 불참한다고 해서 수상이 취소되거나, 중간에 수상자가 바뀌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와 같은 고집이 현 청룡영화상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게 했다.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MC 김혜수가 아찔한 드레스를 선보이고 있다.
회기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영화인이 만들고 영화인이 지킨다

청룡영화상은 어디까지나 영화인들이 키워왔고, 영화인들이 지켜온 시상식이다.

청룡영화상은 1963년 11월 30일 열린 1회 시상식때부터 다른 영화제와는 차별화되는 권위와 심사의 공정성을 인정받았다. 청룡영화상 제정 소식에 당시 한국영화협회 이사장이었던 윤봉춘 감독을 비롯한 유명 감독들과 영화배우들은 축사를 투고했고, 영화제작가협회에서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시상식이 열리는 11월 30일 하루 동안 모든 영화 촬영을 쉬기로 할 정도였다. 영화인을 위한 축제를 지키겠다는 마음이었다.


22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MC 김혜수, 유준상이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회기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그런 정신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청룡의 안주인' 김혜수다.

김혜수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다. 대중은 글래머러스한 몸매와 패션 감각, 똑소리 나는 연기력도 인정했지만, 그보다 그의 카리스마를 사랑한다. 명실상부한 주연 배우인 김혜수가 의리와 믿음 하나로 '관상'에서 조연을 맡은 것만 봐도 그의 쿨한 라이프 스타일을 잘 알 수 있다.

그런 김혜수가 무려 15년 연속 청룡영화상의 MC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이유가 바로 '영화인을 위한 진정한 축제는 청룡'이란 애착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스케줄이 바빠도 청룡 일정을 먼저 확인한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CJ E&M에서 주관하는 'MAMA'가 청룡과 같은 날 개최돼 배우들을 대거 시상자로 포섭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정말 연기력을 인정받은 '국민 배우'들은 모두 청룡을 찾아오고 있다는 것만 봐도 '진짜 배우들'이 청룡에 보내는 믿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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