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소원'의 최우수작품상 수상이 빛난 이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11-24 14:24 | 최종수정 2013-11-25 08:26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렸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11.22

2013년 청룡의 선택은 '소원'이었다.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우수 작품상에 '소원'이 호명되자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주연배우 설경구와 엄지원은 크게 놀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였고, 이준익 감독은 "의외의 결과에 감사하다"며 웃음 지었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소원이들에게 이 영화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제작사 대표의 수상 소감도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영화관 2곳에서 아직 상영 중이니 많이 봐달라"던 설경구의 말처럼 '소원'은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른 경쟁작과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소박한 영화였다. 전국 관객은 '불과' 270만명. 900만 관객을 동원한 '설국열차'와 '관상', 700만 관객이 본 '베를린', 450만을 돌파한 '신세계'를 제치고 '소원'이 최우수 작품상에 선정된 건 이번 시상식 최고의 반전이라 할 만했다.

'소원'은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진 '조두순 사건'을 모티프로,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된 소원이 가족이 절망과 아픔을 딛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희망과 치유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 주제의식이 뛰어나다는 점, 그리고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 표현력은 물론이고, 다른 예술매체와 달리 영화만이 성취할 수 있는 사회적 의미와 가치에 집중한 결과다.

성폭행을 소재로 다룬 기존의 작품들은 가해자 혹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소원'은 그동안 조연에 머물러 있던 피해자의 아픔을 전면에서 다뤘다. '소원'이 보여준 새로운 시각의 접근법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찬사를 보냈다.

한 심사위원은 "우리가 희생자로만 기억하는 성폭행 피해자들을 생존자로 바라보게 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심사위원은 "영화를 오락으로 보는 걸 떠나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게 하고 그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까지 이끌어냈다"고 평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소통과 치유의 문제를 다루면서 영화의 사회적 책임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눈에 띈다.

식상하거나 평범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 역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메시지를 과하지 않게 전달했다", "고통의 총량에 비해서 상당한 절제를 보여주면서도 교훈을 감춘 영화였다", "강요가 아닌 방식으로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숙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들도 완성도와 대중성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원'이 최고의 작품으로 뽑힌 건 청룡만의 엄격한 심사 기준 때문이다. 작품상만큼은 영화적 재미 이상으로 사회적 화두가 중요하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모아졌다. "우리 사회의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했던 심사위원들은 결국 '소원'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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