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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청룡의 선택은 '소원'이었다.
'소원'은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진 '조두순 사건'을 모티프로,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 된 소원이 가족이 절망과 아픔을 딛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희망과 치유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 주제의식이 뛰어나다는 점, 그리고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 표현력은 물론이고, 다른 예술매체와 달리 영화만이 성취할 수 있는 사회적 의미와 가치에 집중한 결과다.
성폭행을 소재로 다룬 기존의 작품들은 가해자 혹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소원'은 그동안 조연에 머물러 있던 피해자의 아픔을 전면에서 다뤘다. '소원'이 보여준 새로운 시각의 접근법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찬사를 보냈다.
식상하거나 평범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감정의 과잉 없이 절제된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점 역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메시지를 과하지 않게 전달했다", "고통의 총량에 비해서 상당한 절제를 보여주면서도 교훈을 감춘 영화였다", "강요가 아닌 방식으로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숙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들도 완성도와 대중성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원'이 최고의 작품으로 뽑힌 건 청룡만의 엄격한 심사 기준 때문이다. 작품상만큼은 영화적 재미 이상으로 사회적 화두가 중요하다는 데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모아졌다. "우리 사회의 이슈에 대해 발언하는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했던 심사위원들은 결국 '소원'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