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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시간에 가까운 난상토론이었다. 어느 한 부문도 쉽게 결론나지 않았다. 어느 해보다 막강한 후보들이 두루 포진한 만큼 심사위원들의 고뇌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져만 갔다. 시상식까지 불과 몇 시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 진행을 해야 하는 주최 측의 마음도 타들어갔다. 결국 올해도 트로피에 수상자 이름을 비워놓고 시상식이 끝난 뒤 이름을 새겨 주인에게 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남우주연급' 노미네이트라는 얘기를 들었던 남우조연상 부문에선 '관상'의 이정재가 6표를 받아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정재 또한 "주연급 배우가 조연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몫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5년 신인남우상(젊은 남자)과 1999년 남우주연상(태양은 없다)에 이어 14년 만에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추가하며 마침내 연기상 부문 '트리플 크라운'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표를 독식한 수상자도 나왔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여진구는 심사위원 9명 모두의 지지를 받았다. "여진구의 카리스마를 당해낼 수가 없다", "주변 배우까지 위협할 만큼 힘을 가진 배우다"라는 평가와 함께 단 5분만에 심사가 끝났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다른 후보들에게도 애정 어린 격려와 응원을 잊지 않았다. "'무서운 이야기2'를 이끌어가는 고경표의 연기 내공과 무한한 가능성이 놀랍다"고 했고, "서영주와 이현우의 무시무시한 잠재력이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충무로의 간판 얼굴이 모두 포진한 남우주연상 부문 심사가 시작되자 심사위원들은 "난제를 만났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황정민은 '신세계'를 통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소원'의 설경구는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실제 투표 결과도 박빙이었다. 결국 심사위원 8명의 표심은 황정민 4표, 설경구 4표로 나뉘었고, 네티즌 투표에서 1위를 한 황정민의 표가 더해져 결국 황정민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설경구를 지지했던 심사위원들은 "남우주연상 부문을 재투표 하고 싶다"고 농담 삼아 말할 정도로 설경구의 수상 실패를 무척 아쉬워했다.
한효주의 여우주연상 수상 역시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자연스러운 감정과 섬세한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여배우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는 평가 속에 한효주는 쟁쟁한 선배들을 누르고 6표를 받았다.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심사에선 심사위원들의 평가 기준이 대체적으로 일치됐다. 작품상은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가 있는가 하는 부분까지 심사에 고려됐다. 감독상은 영화적 완성도와 함께 감독이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잘 풀어냈느냐에 무게를 뒀다. 결국 외국 배우와 스태프를 아우르면서도 감독의 세계관을 이야기 속에 힘 있게 녹여낸 봉준호 감독에게 감독상이 주어졌고, 드라마의 감동을 넘어 사회적 화두를 던진 '소원'에 최우수 작품상을 안겼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심사위원 명단
조혜정(교수 / 중앙대 예술대학원), 조진희(교수 /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노종윤(제작자 / 웰메이드필름 & 웰메이드스타엠 대표), 원동연(제작자 /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김대승(영화감독), 민규동(영화감독), 김소현(뮤지컬배우), 김형중(스포츠조선 문화사업부 팀장), 네티즌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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