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한효주, 청주소녀의 청룡 여신 데뷔기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11-23 10:13 | 최종수정 2013-11-25 08:24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효주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회기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그래픽= 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원샷 원킬이다.

올해 청룡영화상의 여주인공은 한효주였다. 첫 번째 도전에서 곧바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

사실 한효주의 수상이 쉽게 점쳐진 상황은 아니었다. 1969년생 엄정화, 1976년생 문정희, 1977년생 엄지원, 1982년생 김민희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함께 노미네이트됐기 때문. 그럼에도 청룡은 1987년생 막내 여배우에게 트로피를 안겼다.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에 전당에서 열렸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효주(감시자들)가 전년도 여우주연상 임수정에 트로피를 받고 있다.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무작정 상경한 청주소녀, 어떻게 배우가 됐나

충북 청주에 살던 소녀는 패션 콘테스트 합격을 계기로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나홀로 상경을 감행한다.

연기 수업을 받으며 배우의 꿈을 키워왔던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2005년 MBC '논스톱5'부터다. 처음엔 게스트 출연이었지만, 신비롭고 순수한 이미지가 호평받아 중반 이후엔 고정으로 투입됐다. 이후 한효주는 주연 배우의 길을 걸었다. 윤석호 감독의 사계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인 KBS2 '봄의 왈츠'(2006), KBS1 '하늘만큼 땅만큼'(2007), SBS '일지매'(2008) 등에 출연했고, SBS 'X맨' '연애편지'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그러나 당시엔 출연작들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데다 신인 연기자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그런 그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SBS '찬란한 유산'(2009)부터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항상 밝고 꿋꿋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성까지 갖춘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 고은성 역을 맡아 최고 시청률 47.1%란 기록을 세우며 대중에게 각인됐다.


22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효주가 깜짝 놀라며 수상하고 있다.
회기동=최문영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캔디 or 중전 이미지


그러나 '찬란한 유산'의 성공 이후 한효주에겐 캔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다. MBC '동이'(2010) 초반에 대사 처리와 호흡이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의 작품에서도 매번 관객은 한효주에게서 캔디를 찾으려 했다. '오직 그대만', '반창꼬' 등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미지에 큰 변화는 없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중전 이미지를 추가한 정도였다.

젊은 여배우에게 있어 특정 이미지에 갇히는 건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는 "전체적으로 뭉뚱그려 봤을 땐 하나의 이미지라고 보실 수 있겠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매 작품마다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고 느꼈고, 매번 다른 시도를 했다. 그게 비슷하다고 느껴졌으면 나의 부족함 때문이겠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계속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쿨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22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제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한효주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회기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한효주의 재발견

그의 말처럼 한효주는 '감시자들'을 통해 드디어 자신의 한계를 넘었다. 극중 그가 맡은 역은 한번 본 것은 잊지 않는 관찰력 기억력 집중력을 갖춘 감시반 신참 하윤주 캐릭터였다. 설경구와 정우성이 욕심내지 않고 제자리에서 묵묵히 한효주를 뒷받침 해준 영향도 있었지만, 본인의 연기력도 눈에 띄게 발전했다.

극 초반에는 엉뚱한 실수를 연발, 상사에게 혼나는 털털한 신참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어느 순간 집요하게 제임스(정우성)와의 심리 추격전을 이어나가는 당찬 감시반 일원으로 성장했다. 설경구-정우성이란 거목과 붙었음에도 밀리지 않는 열정이었다. 여배우임에도 민낯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고, 액션 투혼까지 불사른 모습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이 유난히 심했던 올해 유일하게 활약한 배우라는 평부터 '한효주의 재발견', '20대 여배우 중 최고'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한효주는 "훌륭하고 멋진 선배님들과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부족한 제가 큰 상을 받아버려서 무겁고 무섭다.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건 제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좋은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함께 멋지고 좋은 추억을 만든 한 해라 감사하고 기쁜데 이렇게 상까지 받아 더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과 여러 가지 마음의 무게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잘하는 배우가 되겠다.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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