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림의 엄마꿈 인터뷰 16] 이영희 "고등학생 아들이 솜 배달했죠"(4)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3-11-20 11:27


박경림과 이영희 디자이너가 이영희 디자이너가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엄마도 꿈이 있단다' 응원 메시지 피켓을 들고 있다. 이영희 디자이너는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꿈을 현실로 이뤄내는 용기있는 엄마의 삶과 성공을 들려줬다. 사진제공= 몽락 스튜디오

남편과 아이들의 묵묵한 응원 있었기에

박- 그래도 힘든 적도 있었을텐데요. 포기하려고 했던 적은 없으세요?

이- 없었어요. 내 인생에 포기란 말은 없었어요.

박- 혼자서 일하면서 외로울 때는 포기하는 마음도 들잖아요.

이- 계속 한 길을 걸어가면 안보이던 길도 생기는 법이죠.

박- 가족들은 어땠나요. 너무 바쁜 엄마, 아내였을텐데요.

이- 남편은 처음에 파리에 갈 때 응원해줬어요. 저는 걱정을 많이 했었죠. 근데 남편이 '당신이 만든 옷을 거기서도 알아줄거야'하고 응원해줬죠.

박- 다른 가족들은요?


이- 난 기억이 없는데, 우리 큰 아들이 학교 다닐 때 솜을 배달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오갈 때 버스타고 다니면서 몇 번 배달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박- 그런 사실을 남편이 알면 싫어할 수도 있는데요. 외조를 해주신 편인가요.

이- 밀어주는 것은 없어요. 오히려 안나타나는 게 도와주는거죠. 하하. 그래도 쇼 할 때는 나타나주긴 했죠. 전 한복으로 번 돈은 한복을 위해 쓰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아이들도 제 돈을 필요로 하지 않고요.파리에서 쇼하고, 박물관 만들고 하면서 많이 썼죠.

박- 가족들이 말릴 만 한데요.

이- 안말려요. 우리 딸, 아들은 전혀 바라지 않아요. 아들이 결혼할 때 집 한 채도 안해주면 너무 하지 않을까 싶어서 작은 집을 해줬어요. 근데 '그 집은 엄마가 사준 집이니까 엄마 집이지. 내 집은 아니야. 난 내가 살게'라고 해요.

박- 아이들을 잘 키우셨네요.

이- 자기들 앞가림은 하도록 키워서 그런가봐요.

박- 보통 엄마들이 육아때문에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요.아이들을 키우고나서 일을 시작한 점이 도움이 됐을까요.

이- 글쎄요. 많이 걱정하며, 키운 편은 아니에요. 큰 아들이 지난번에 와서 이야기하는데 '군에 갔을 때 엄마가 안 온 사람은 자기 뿐이였다'고 하더라고요. 군대에 언제 가야하는지도 몰랐었어요. 1988년 올림픽 때 뉴욕에서 쇼를 하는데 유학 중인 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아들 집에 가봤더니 큰 쥐가 기어다니는 집에 살고 있었죠. 돈을 아낀다고요. 엄마는 쇼에 펑펑 쓰고 있는데, 아들이 그런 집에서 사니까 마음이 안좋았죠.

박- 자식분들 자랑 좀 해주세요.

이- 한복을 만들면서 해외에 갈 기회도 생기고, 뉴욕에 가보니까 남자라면 이 곳에서 공부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뉴욕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심했죠. 남편은 공무원이 무슨 유학이냐고 반대도 했었는데, 밀어부쳤죠. 아들은 지금 국제 특허 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박- 따님은 어머니 뒤를 잇고 계시죠?

이- 고민을 많이 했었죠. 자기 친구들이 '그걸 안하면 옥상에서 떨어져 죽겠다'고 했다던데요. 유명한 엄마를 뒀는데 '왜 그 일을 물려받지않느냐'는 거죠. 그렇게 한 달만 해본다더니 계속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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