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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에게 '정치'는 '싸움'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싸움'에 불과하다. 그래서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서도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다. 생각이 다르면 싸움이 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싸움이 많이 날 것 같은 일이 방송에서 시도됐다.
박형준 전 비서관은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다. 사실 함께 출연한 정봉주 전 의원은 나와 악연이 있는 분이다. 국회의원을 같이 했고 정치적으로는 늘 대립적인 입장에서 봤다. 특히 'BBK'문제는 함께 선봉에 서서 싸웠던 사람들이다. 단기간에 가서 얼마나 얻어올수 있을까 부정적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다녀와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민낯으로 벌거벗고 만나본적이 정말 없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크게 차이 없더라. 제 나름의 결론은 최후의 권력은 공감이라는 것이다"고 생각을 전했다.
손수조 위원장은 "사실 난 정은혜 전 부대변인에게 미모에서 묻힐 것이 걱정이었다"고 농담처럼 운을 뗐다. 그는 "사실 정봉주 전 의원 팬클럽도 두렵고 많이 걱정했다.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모두 냉랭한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이 하루도 안돼서 바꼈다. 이제는 새누리당 누구보다 (정)은혜 언니와 더 친한 것 같다"고 웃었다.
연출을 맡은 장경수 PD는 "캐스팅 과정이 2개월 이상 걸렸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분이 나오면 자기는 안나오겠다' '누가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같이 가는 멤버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더라"라며 "기본적으로 캐스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출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신 분들이었고 특정 정파나 이데올로기에 치우치지 않게 섭외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제작진이 봤을 때는 이상적인 섭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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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사실 나는 정의당을 홍보하기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고 웃으며 "촬영을 하면서 발톱에 세개나 빠졌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은 깨졌다"고 못박았다.
정은혜 전 부대변인은 "손 위원장과 그 전에도 안면은 있었지만 이번 출연을 통해 굉장히 깊어졌다. 늘 같은 텐트에서 자고 힘든 것에 대해 이야기도 둘이 많이 나눴다. 샤워도 서로 물티슈 2장으로 끝냈다.(웃음) 끝나고 난 다음에는 '수조가 없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태섭 변호사는 "함께 해봤더니 정치를 오래한 분들이라 권력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더라는 것을 알겠다. 패비를 쉽게 받아들이더라"라며 "다들 힘들어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했지만 그걸 상황에 따라 따르고 다음 기회에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출연을 결정했을 때 상호 간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까가 고민이었다. 하지만 첫 날 그게 무너지더라. 갈등 대립 충돌의 정치를 해왔던 내가 그 짧은 기간안에 우리 사이에서 충분히 교집합을 찾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호선 대표는 "사실 제작진은 우리들을 고생시켜서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고 웃으며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갈등을 잘 극복하더라. 그동안 정치인들은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정치인은 갈등을 해소해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형준 전 비서관은 "밤 10시까지 강행군을 해도 새벽2시까지 토론을 했다. 굉장히 고생을 하면서 몸을 지치게 만들고 이야기를 하니까 굉장히 솔직해지더라"며 "한국 정치의 구조개혁에 관해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직 '7인의 빅맨'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한 장소에서 함께 고생하며 토론을 하는 장면을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정치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