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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훌쩍 성장할 줄이야.
뽀얀 피부에 큰 눈망울, 언제라도 눈물이 톡 하고 쏟아질 준비가 돼 있는 청순한 소녀였다. 박신혜는 2003년 SBS '천국의 계단'에서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고 외치던 권상우의 연인 최지우 아역으로 데뷔했다. 박신혜는 이 작품을 통해서 '예쁘고 청순한 아역'으로 화제를 모았다. 단박에 눈도장을 찍은 그는 드라마 '혼자가 아니야', '귀엽거나 미치거나', '새 아빠는 스물 아홉' 등에서 주로 고등학생으로 출연, 깜찍한 연기를 도맡았다. 특히 '깍두기'에서는 보이시한 커트 머리에 씩씩한 여주인공으로 나서 연기자로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첫 주연작이었던 한일합작 드라마 SBS '천국의 나무(2006)'는 흥행보다는 경험을 쌓는 기회로 '궁 S(2007)' 역시 전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씁쓸한 결과를 맛봤지만, 이때까지도 박신혜의 나이는 고작 17세에 불과했다. 여전히 성장이 필요한 고등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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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연기력을 쌓아왔던 박신혜 카드를 쓰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다. 청춘물에 적합한 나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기 내공은 많이 쌓였다"며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력을 박신혜가 안정적이게 잡아줄 수 있다. '미남이시네요'의 큰 흥행이나 '상속자들' 역시 아이돌 출신 굥은 배우들 사이에서 안정적이게 극을 리드해가는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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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중인 '상속자들'에서도 아이돌 출신 배우들 사이에서 박신혜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박신혜는 부잣집 아이들 사이에서 사회배려자 계급인 캔디, 차은상을 연기한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가든' 등 김은숙 작가 특유의 신데렐라 스토리의 고등학생 버전. 여기서 박신혜는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진 엄마와 가난한 현실 앞에서 꿋꿋이 해쳐나가는 소녀 차은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대개 캔디들이 무한 긍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르게 차은상에게 '천사표' 캔디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 화내고 오열할 줄 알지만, 시간날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해대는 열심히 사는 인물. 그래서 차은상은 '민폐 캔디'로 머무는 게 아닌 박신혜의 캔디로 태어났다. 그렇게 숨을 불어넣었다.
재벌 2세인 김탄(이민호)와 최영도(김우빈)의 삼각 관계에 휘말려도 또 다른 재벌인 유라헬(김지원)이나 이보나(크리스탈)이 자존심을 건드려도, 당당할 줄 아는 차은상이다. 그래서 차은상을 보면 안쓰럽지만 속이 후련하고, 질투나면서도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매우 비현실적이고 부담스런 이야기를 현실로 끌어내려주는 힘이 바로 차은상에게 있다. 이게 바로 '시크릿가든'의 하지원이 있다면 '상속자들'에 박신혜가 있는 이유다. 그리고 90년생 여배우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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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