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복제' 드라마의 같고도 다른 길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11-05 07:52


사진제공=MBC

요즘엔 드라마를 설명할 때 출연배우보다 작가의 이름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김수현 작가, 홍자매 작가, 임성한 작가, 소현경 작가 등 수많은 인기 드라마를 집필한 유명 스타작가들은 이름이 곧 브랜드로 통한다. 작가만의 뚜렷한 작품 스타일과 세계관은 흥행의 중요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러나 때론 반복적인 설정과 구조로 인해 '자기복제'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MBC '황금 무지개'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제2의 메이퀸' 혹은 '메이퀸 쌍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지난해 방영돼 크게 인기를 끈 MBC '메이퀸'의 손영목 작가의 신작이란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의 구조 자체가 '메이퀸'을 연상시킬 정도로 꼭 닮은 이유가 컸다. 아니나 다를까. '황금 무지개' 1, 2회가 방영된 후 드라마에 기대감 못지않게 '메이퀸'의 속편 같다는 반응이 꽤 많았다. 사전 정보 없이 시청했는데도 '메이퀸'이 떠올랐다는 시청평도 눈에 띈다.

'황금 무지개'의 여주인공 김백원(김유정, 유이)은 재벌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납치를 당하는 우여곡절 끝에 우연히 한주(김상중)를 만나 그의 딸로 자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다. 한주는 가난한 형편에도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맏딸 백원은 날마다 일곱 남매의 도시락을 싸면서도 언제나 밝고 씩씩하다. '메이퀸'의 천해주(한지혜)도 양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에 실질적 가장 노릇을 했다. 해주 역시 갓난 아이 때 납치를 당한 사연이 숨겨져 있었고, 이후엔 재벌가의 딸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달랐지만 기본 설정만 놓고 보면 '황금 무지개' 제목 자리에 '메이퀸'을 적어넣는다고 해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닮았다.

두 작품 모두 해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여주인공 아역으로 김유정이 등장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 시간대도 주말 오후 10시로 똑같다. 중견배우 안내상과 아역배우 서영주, 김동현도 '메이퀸'에 이어 또 한번 출연했다. 재벌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온갖 악행을 일삼는 강정심(박원숙)과 서진기(조민기)는 '메이퀸'의 악덕 재벌 장도현(이덕화)을 연상시킨다.

지난 달 3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자 강대선 PD는 "'황금 무지개'와 '메이퀸'은 유사지점이 있는 것 같다. 닮은 형제 같은 느낌이 든다. 솔직히 전혀 다른 드라마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인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차별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야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고 판단해 달라"고만 할 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앞으로 극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으나 현재로선 '자기복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현명한 '자기복제'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드라마도 있다. 현재 방송 중인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SBS '상속자들'은 당초 '신사의 품격'의 10대 버전 아니냐는 평을 들었다. JTBC '썰전'에서 김희철은 이에 대해 김은숙 작가가 "자기복제 맞다. 그런데 그것도 아무나 못한다. 나니까 거품키스와 '애기야 가자' 같은 대사를 만들어낸 거다"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그의 말대로 '상속자들'은 '신사의 품격'과는 색 다른 하이틴 로맨스로 연일 화제몰이 중이다. '신사의 품격'에서 "~하는 걸로"라는 대사가 유행했듯 '상속자들'은 "나 너 좋아하냐?" 같은 '반전 어법' 대사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tvN '응답하라 1994'도 자기복제의 좋은 예다. 지난해 복고열풍을 일으켰던 '응답하라 1997'의 속편으로 제목마저 비슷하지만,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는 창조적인 발전으로 속편 징크스를 단숨에 털어냈다.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라는 추리 코드를 이미 '1997'에서 경험했음에도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공개된 단서들을 포착해 남편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 맛깔스러운 사투리 대사도 반복되지만 '응답하라' 시리즈만의 매력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일엔 방송 3주만에 최고시청률 6.9%(이하 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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