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뜨고 싶으면 섹시 벗어라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09-26 09:09


KBS 드라마 '굿닥터'에 출연 중인 배우 문채원.

"섹시를 벗어라!"

연예인으로 데뷔해 많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TV를 통해 얼굴을 내비칠 기회 자체를 잡기 힘들 뿐더러 그런 기회를 얻었더라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긴 쉽지 않다. 무작정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리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성 연기자가 속한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얼굴을 알리기 위해 주로 쓰는 홍보법 중 하나가 바로 '섹시 마케팅'이다. 대중들의 관심을 단번에 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 '눈을 뗄 수 없는 볼륨 몸매', '완벽한 S라인'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단 사진이 공개될 경우 각종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각종 언론매체에 소속 연예인들의 섹시 사진이 담긴 보도자료를 꾸준히 보내는 등 이런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기획사들이 종종 있다. 선정성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인터넷 스타'를 배출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계에선 얘기가 다르다. 섹시 마케팅만으론 '드라마 스타'가 되기 어렵다. 관계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면 탄탄한 연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합쳐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섹시 컨셉트만으로 밀어붙이다가는 자칫 배역이 한정될 위험성이 있다. 또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아무래도 표현의 수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웬만한 섹시 컨셉트로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힘들다는 뜻. 영화 속 파격적인 노출로 주목을 받았던 '후궁'의 조여정이나 '은교'의 김고은과 같은 스타가 안방극장에선 나오기 힘든 이유다. 섹시 컨셉트에 한정된 탤런트들은 드라마의 조미료 같은 존재는 될 수 있어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어렵다.

실제 현재 TV드라마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인 스타들의 경우를 보자.

월화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선 KBS '굿닥터'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배우 문채원. 극 중 구김살 없는 성격의 차윤서 역을 연기하고 있다. 섹시와는 거리가 먼 역할이다. 욕설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 털털한 캐릭터다. 이런 점이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 '공주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잇따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문채원은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선 SBS '주군의 태양'이 앞서고 있다. '주군의 태양'의 1위 행진을 이끌고 있는 배우는 공효진이다. 낙천적이고 잘 웃는 태공실 역을 맡았다. '공블리'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공효진은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팬들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주자. 공효진 역시 데뷔 후 드라마에서 다양한 색깔의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주목을 받아왔다. 물론 각종 화보에선 섹시한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지만, 드라마에선 달랐다. 여성 연기자로서 섹시 컨셉트에 집착하지 않고도 '시청률 보증수표'란 타이틀을 얻어냈다. 진정한 '드라마 스타'가 되는 법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