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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웃기면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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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경구는 유난히 아이돌과 인연이 깊다. JYJ(김준수 박유천 김재중)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겼고,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서는 2PM 이준호와 호흡을 맞췄다.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이지만, 연기에 있어서는 생초보나 다름없다. 대선배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떨까? "내 마음대로 하는데…"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설경구는 "이래라저래라 하는 성격이 아니다. 특히 연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후배고, 신인이라도 연기 지도는 안 하는 게 불문율이다. 나와 그들은 재료가 다른데 왜 강요하겠나. 선배가 말하면 후배는 따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은 고유의 탤런트가 있을 거다. 그런데 강요하는 건 선배가 휘두르는 폭력이다. 배우는 윽박지르면 안 된다. 연기는 자신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무한한 애정으로 후배들을 돌봐준다. 이준호에 대해서도 애정이 가득하다. 그는 "'감시자들' 출연을 결정하고 태국에서 '스파이'를 촬영하던 중 정욱(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 전화가 왔다. 정욱이 내 고등학교 후배인데 통화를 하다 2PM을 아느냐며 준호가 오디션을 봤다더라. 리딩할 때 처음 봤는데 아우~귀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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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개봉한 '스파이'는 관객을 창피하게 하는 영화다. 정신없이 웃다 보면 체통을 잃기 쉽다. 실제로 네티즌들 역시 '너무 빵 터져서 영화관에서 창피했다' '정말 재밌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영화는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며 300만 고지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특이한 점은 20대를 주타겟으로 하는 극장가에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관람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 무대 인사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했단다. 설경구는 "무대 인사를 갔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더라. 시사회에서는 정말 특이한 케이스다. 좌석 추첨해서 선물을 주는 순서가 있었는데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눈치로 보시길래 그냥 드렸다. 특이한 시사였다"며 웃었다.
그만큼 '스파이'가 전연령층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다. 바로 감독 교체 사건이다. 그는 "감독이 바뀐 게 끝까지 마음의 짐처럼 갔다. 지금은 많이 좋아했는데 촬영할 땐 심하게 편하지 않았다. 이 영화를 하겠다고 한 이유가 없어져 버린 거다. 이명세 감독과 윤제균 감독의 의기투합,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의 조화로 만들어질 시너지가 궁금했는데 컨셉트가 바뀐 게 아쉽다"고 전했다.
다만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함께한 배우들 덕분이다. "서로 좋아하면서 찍었다. 기자간담회에서 (문)소리가 '안 좋은 일도 많았는데 영화가 완성된 걸 보니 마음이 남다르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걸 보면서 배우끼린 서로 좋았다는 걸 느끼고 마음에 와닿고 짠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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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철수는 전형적인 첩보원은 아니다. 스파이 영화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와 같이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지도 않았고, 옴므파탈의 기질을 보이지도 않는다. 아내의 눈치를 보며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 일반 가장의 모습이다. 설경구는 "사실은 내가 리얼 스파이"라며 "스파이는 멋있으면 안된다. 일반 관객, 학원 강사, 월급쟁이처럼 티가 안나고 묻혀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스파이'는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이종석 조정석 등의 멀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관상'과 맞대결 중이다. 장르가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스파이'를 봐야만 하는 '스파이'만의 매력포인트는 뭘까? 설경구는 "어설프지만 철수가 임무 수행 중 자기 신분은 끝까지 숨기려 하면서도 마누라를 보호하려고 하는 그런 것 때문에 인기가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와이프는 생각없이 자기가 남편을 보호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재밌다. 또 여성 관객들이 볼 땐 (문소리와 다니엘 헤니의) 로맨스를 생각하면 어떤 판타지 같은 게 있으니까 흐뭇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