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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문영남 VS 임성한, 같은 듯 다른 느낌 왜일까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9-03 16:02 | 최종수정 2013-09-06 07:45


'왕가네 식구들' 이윤지 한주완, '오로라 공주' 오창석 전소민.(왼쪽부터) 스포츠조선DB

문영남 작가와 임성한 작가가 다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 동시간대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달 31일부터 문 작가의 KBS2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 전파를 타며 임 작가와 같은 시기에 브라운관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꽤 관심있는 장면임에 틀림없다. 한국 드라마 작가들 가운데 1세대 김수현 작가 이후 가장 두각을 나타낸 작가가 바로 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늘 논란을 몰고다니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독특한 작명 방식은…

이 두 작가는 늘 굉장히 공통점이 많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우선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역시 배역 이름을 정하는데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이름이지만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문 작가는 '왕가네 식구들'에서 다섯남매의 이름을 수박 호박 광박 해박 대박으로 지어놨다. 또 최상남 고민중 박살라 신통 방통 애지 중지 등 캐릭터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네이밍 방식을 활용한다. 이는 문 작가의 오래된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전작 SBS 주말극 '폼나게 살거야'에서도 모성애 나대라 천영덕 등의 이름을 썼고 KBS2 주말극 '수상한 삼형제'에서도 건강 현찰 엄청난 도우미 등의 일반 명사나 형용사를 이름으로 사용했다.

임 작가도 이런 방식은 마찬가지다. 이번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에서도 오로라 황마마 사임당 노다지 등의 이름을 썼다. 전작인 SBS 주말극 '신기생뎐'에서도 단사란 금라라 아다모 단공주 금강산 차라리 아수라 마단세 등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은근히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이름을 등장시켰다.

또 이들은 작품마다 천편일률적인 스토리 구조를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늘 부자 집안과 가난한 집안이 대립하다 자식들의 러브라인으로 엮이게 되고 끝내 화해한다는 줄거리가 주된 내용이다. 능력없는 남자, 반대로 능력은 좋지만 사회 구조로 인해 인정받지 못하는 여자, 돈 많은 남자와 캔디형 여자 등은 이들 작품에 늘 등장하는 캐릭터다. 늘 두세가족으로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겹사돈은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이들은 작품마다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배우와는 이렇게 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또 굉장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눈에 띄는 점은 작품을 하면서 배우들과의 관계 설정이다. 임 작가는 많이 알려졌듯 방영중일 때도 자신의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임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적이 있는 배우 A의 매니저는 "촬영장은 물론 대부분의 작가들이 참석하는 대본 리딩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배우들이 임 작가의 얼굴을 볼 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없다. 물론 자신의 '사단'이라고 불리는 절친한 배우들은 작품이 끝나고 간간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극히 드문 일이다"라고 전했다. 모든 것을 대본으로 보여주겠다는 것이 바로 임 작가의 방식이다.

반대로 문 작가는 배우들이 작가의 의도를 알아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문 작가는 배우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특히 방송이 시작돼도 1~2주의 한번은 꼭 배우들과 제작진이 모이는 회식을 가진다. 문 작가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B의 매니저는 "우리가 작품을 할 때는 매주 목요일을 아예 회식날로 정했었다. 그 때는 배우들끼리, 또 배우와 작가가 허심탄회하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러니 배우들끼리 호흡이 안 맞을 수가 없다. 문 작가도 이 자리를 통해 '이 캐릭터는 이렇게 연기하는게 좋겠다'고 조언도 하고 본인도 캐릭터 설정에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광박(이윤지)이 내는 '강아지 소리'는 작가가 이윤지의 능력(?)을 몰랐다면 나올 수 없는 부분이다.


대사를 풀어내는 방식도 차이가 있다. 임 작가의 대사는 늘 같은 방식을 취한다. 배우들이 서로 일장 연설을 하고 주인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훈계(?)하는 듯 상대방을 대한다. 주어를 문장 뒤에 내놓는 것도 임 작가의 주된 대사 방식이다. 게다가 시시때때로 작가 본인의 생각을 가감없이 그대로 대사에 녹여낸다. 때문에 이야기 흐름과 관련이 크게 없는 내용이 불쑥 나올 때도 있다. "맞아 맞아" "그래 그래"하는 상대 배우의 맞장구는 필수다.

반면 문작가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나 대사에 유머를 녹여낸다. 때문에 어찌보면 시트콤을 방불케할 정도로 유머 코드가 대사 안에 많이 숨어있다. 또 배우들은 몸개그도 불사하며 대본을 소화한다. '왕가네 식구들' 역시 이런 방식으로 첫 방송에서 '시트콤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임 작가와 문 작가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어느 방식이 옳다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두 작가의 방식을 이해하고 작품을 시청하는 것은 재미를 배가시키는 방법 중 하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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