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에서 포기한 시트콤, 케이블에선 승승장구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7-30 08:08


사진제공=MBC에브리원

시트콤 장르가 케이블에서 부활하고 있다. 지상파에선 시청률 부진 탓에 줄줄이 퇴출됐지만 케이블에서는 효자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으며 오히려 제작 편수가 늘었다.

tvN은 9월 23일부터 일일시트콤 '고구마처럼 생긴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을 선보인다. '하이킥' 시리즈를 만든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감독의 신작이다. 이순재, 노주현, 금보라 등 중견배우들과 떠오르는 신예 하연수, 고경표, 서예지, 아역배우 여진구 등이 신구 조화를 이룬다. 가수 장기하의 첫 연기 도전도 눈에 띈다. '감자별'은 우주에서 비정상적인 천체 운행이 일어났다는 설정 아래 '노씨 집안'을 중심으로 한 좌충우돌 가족 에피소드를 그린다. 김병욱 감독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추며 전문성과 기획력을 쌓아온 작가진과 제작진이 또 한번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MBC에브리원의 '무작정 패밀리'는 벌써 세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시즌3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터지는 다세대 주택의 집주인 가족과 2층 세입자들 사이에 벌어지는 코믹 에피소드와 로맨스를 그린다. 박철, 조혜련, 양세형, 클라라, 걸스데이 유라가 한 가족을 이루고, 장동민, 이현재, 강철웅이 2층 세입자로 출연한다. 지난 해 6월 방송된 시즌1은 대본 없이 각자의 캐릭터와 상황만 주어진 상태에서 출연자들이 애드리브와 즉흥 연기로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신선한 포맷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어진 시즌2에서는 이계인, 최란, 지상렬, 미쓰에이 민 등이 한 가족으로 출연해 독특한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주며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다. 한 관계자는 "'무작정 패밀리'는 MBC에브리원 채널의 전체 평균 시청률을 웃도는 효자 프로그램"이라며 "의외로 30~40대를 중심으로 시청률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방영 시점이 방학 기간과 맞물린 시즌3에서는 클라라, 유라, 이현재 같은 '핫스타'들을 투입해 10~20대까지 시청층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군디컬 드라마'라는 타이틀로 방영된 군대 시트콤 tvN '푸른 거탑'은 올해 상반기 방송가에 '군대 열풍'을 일으켰다. 시청률 1%만 넘기면 대박이라는 케이블에서 최고시청률 2.6%(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연일 화제를 낳았다. 지난 10일 시즌1을 마무리한 '푸른 거탑'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9월 시즌2로 돌아올 예정이다.

'푸른 거탑'의 빈 자리에 편성된 '환상 거탑'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묘한 소재에 미스터리 스릴러를 버무린 판타지 시트콤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돼 매회 에피소드마다 특별한 스타들이 출연한다. 지난 17일 첫 방송 이후 매회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tvN
이처럼 케이블 방송사가 시트콤 제작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낮은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MBC에브리원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는 제작비가 많이 들지만 시트콤은 야외촬영이 적고 촬영 장소가 한정돼 있어서 제작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며 "그 덕분에 화제성 있는 출연자를 섭외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화, 수목, 주말 등으로 시간대가 고정된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에서는 편성이 자유롭고 유동적이라는 것도 시트콤 장르가 시청층을 넓히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일례로 '무작정 패밀리'는 지상파에서 저녁 교양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오후 6시대에 편성돼 예능 시청층을 공략했고 재방송을 통해 시청층의 폭을 넓혔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편성 있는 내용을 다뤄야 하는 지상파와는 달리 케이블에서는 독특한 소재를 다룰 수 있고 연출에서도 예능적 요소나 오락적 요소를 더 많이 가미할 수 있어서 시트콤 장르가 더욱 사랑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상파로 넘어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지상파에서 방영 중인 시트콤은 KBS2 '일말의 순정'이 유일하다. 그나마도 후속으로는 시트콤이 아닌 일일극 '루비 반지'가 편성돼 사실상 시트콤은 전멸한 상태다. '시트콤 명가'로 군림하며 '남자셋 여자셋'과 '하이킥' 시리즈 등을 탄생시킨 MBC는 지난해 12월 '엄마가 뭐길래'를 조기종영하며 시트콤 제작을 중단했고, SBS도 지난해 3월 방송된 '도롱뇽도사와 그림자 조작단'을 끝으로 시트콤에서 손을 뗐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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