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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이 대한민국의 엄마들을 응원하는 '엄마도 꿈이 있단다'(이하 엄마 꿈) 캠페인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엄마 꿈' 캠페인은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단계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봉착하게 되는 어려움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이 사회와 남성들의 몫임을 알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기획됐습니다.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꿈을 사회에서 당당히 펼치고 있는 박경림씨가 우리의 엄마들을 대표해 사회 각계각층의 스타 엄마들을 직접 찾아가 만납니다. 박경림씨와 마주하는 이 시대 엄마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우리의 엄마들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을 전달할 수 있기를, 또 이를 발판으로 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꿈을 계속 키울 수 있기를 스포츠조선이 응원합니다. 이 캠페인은 여성가족부와 함께 합니다.
정리=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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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에 데뷔한 이후 줄곧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채시라. 따로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배우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파격적인 변신으로 극단적인 모정 연기를 펼쳐 '역시 채시라'라는 탄성을 불러일으키며 자신의 건재함을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엄마 채시라'에 대한 이야기는 그닥 알려진 게 많지 않다.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의 아내이자 두 자녀를 둔 엄마 채시라. 박경림이 만난 그녀에게선 그동안 우리가 알던 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진짜 채시라'의 매력들이 참 많이 느껴졌다.
박경림(이하 박)-오랜만에 뵀는데, 어떻게 늘 변함이 없어요. 얼굴 살이 조금 빠지신 거 말고는….
채시라(이하 채)-애 키우느라고 힘이 들죠. 모든 엄마들이 다 그렇겠지만요.
박-드라마 '다섯손가락' 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뵙는 건데, 휴식이 꽤 된 거 같은데 혹시 배우로서 조급함이나 이런 건 없으신가요?
채-혼자였으면 그랬을 수도 있겠는데요. 아이들도 있고 가정도 있고, '일보다는 가정이 먼저다'라는 우선 순위가 되다 보니까 그렇진 않은거 같아요. '작품과 아이 중 뭘 선택할래?'하면 당연히 작품보다는 아이죠. 진짜 엄마가 된 거같아요. 큰딸이 6학년이에요.
박-사춘기가 왔을 나이인데요?
채-또래에 비해 순진해서 아직 세게 오진 않았어요. 어디서 보니까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좋으면 사춘기를 조금 약하게,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고 들어서 요즘 굉장히 잘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에요.
박-우리 때는 사춘기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어요. 사춘기 얘기하면 엄마한테 맞는 분위기였는데, 요즘 애들은 사춘기라는 걸 굉장히 많이 표현한다고 하더라고요. 딸은 어떤가요?
채-엄마로서 약간의 권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사춘기 반응을 보이면 '컸구나'란 생각에 반갑기도 하면서, 내심 '내가 좀 눌러줘야지'하면서 "어허"하고 소리도 내요. 예전에 엄마가 저를 눌렀던 기억도 나고, 받아줬던 기억도 나더라고요. 적절하게 섞어야 할거 같아요. 아닌 건 아니라고 하고 받아줄 건 받아주고 하는 적정선을 지키는 게 쉽지는 않지만 해야죠.
박-그게 정말 어려운 거예요. 내가 귀찮으면 다 풀어주고, 컨디션이 좋으면 그 때 교육 좀 해보겠다고, '그래 이리와봐라'하면서 책 읽어주고 그러거든요. 자녀들은 어떤가요? 부모님을 닮아서 예체능적인 소질들이 있나요?
채-소질은 있는 거 같아요. 첫째는 율동하는 걸 좋아하고, 아들인 둘째는 살짝 소질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첫째는 저보다는 아빠 성향을 닮아 자유로운 영혼이 좀 많이 들어 있는거 같아요. 혈액형도 아빠와 같고요. 둘째는 저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첫째는 대기만성형인거 같아요. 1학년 때보다 6학년 때 더 발전해서 공부도 잘하게 되고, 자기 일에 책임감도 생겼고요. 둘째는 아직 일곱살인데, 좀 똘망똘망해요. 첫째는 느긋하고 만사 급한게 없는데, 둘째는 눈치도 빨라요. 아무래도 둘째라 보고 자라는 부분이 있죠. 첫째랑 둘째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좋은 거 같아요.
박-어떤 스타일이세요? 아이가 영재기운이 보인다 그러면 서포트해서 영재교육을 시키는 스타일인가요? 아니면 원래 애들은 다그런거니까 천천히 해줄 수 있는 거만 해주자 이런 스타일인가요?
채-첫째는 후자이고, 둘째는 전자에요.(웃음) 첫째와 둘재는 좀 다른거 같아요. 첫째는 저도 엄마가 처음이잖아요. 시행착오가 참 많았아요. 그래서 첫째에게 살짝 미안한게 '나도 처음이고 너도 처음이니까 너를 잘 이해 못했구나'란 생각에 둘째 때는 그런 걸 거둬내고 엄마로서 쏟아부어줘야 할 것들을 집약해서 해주게 돼요. 첫째를 키우면서 많이 느끼게 됐죠.
박-채시라씨는 아이들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주셨나요?
채-저도 엄마가 처음이니까 육아 서적을 많이 읽게 됐는데, 좋은 구절이나 실천할 것들을 메모해서 붙여봐요. 집안 곳곳에 종이가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어요.(웃음) 김태욱씨 씻으면서 보라고도 붙여놓고요. 어디 학원을 보내고 그러는 건 나중 문제죠.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엄마가 엄청난 이야기를 해주고, 눈을 맞추면서 많은 걸 읽어줬어요. 아이가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동시, 동요를 끊임없이 말을 할수 있을 때 까지 계속 읽어줬죠. 엄마 목이 쉴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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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기 엄마가 됐고, 여배우인데 어떻게 보여야 할까? 고민이 됐을 거 같은데요.
채-제가 좀 낙천적인지, 일단 주어진 상황에선 최선을 다해요. 예를 들면 일할 때는 일에만 집중해요. 그게 끝나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그때부터 난 엄마인 거예요.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제는 아이를 잘 키우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아이를 일과 비교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죠. 배우라는 직업은 건강을 잘 유지하면 나이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축복받은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죠. 내가 내 아이를 반듯하게 세워 놔야죠. 옛날부터 자식농사 짓는 게 참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런말을 되새기면서 살죠.
박-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아이가 더 중요하다. 일할 때도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노력을 굉장히 했다고 들었어요.
채-그래서 이렇게 말랐나 봐요.(웃음) 저희 엄마도 그랬고, 주변 사람들도 '당연히 모유 먹여야지'해서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하면서는 '이렇게 힘든거구나' 하고 느꼈죠. 촬영장에 유축기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제 에너지가 고스란히 가서인지 아이들이 정말 건강하게 컸어요.
박-모유수유 기간이 얼마나 됐나요?
채-첫째는 실제적으로 9개월 먹이고, 1개월치는 냉동실에 짜놓은 걸로 먹여서 10개월이고요. 둘째는 13개월 했어요.
박-모유수유가 당연한거지 생각하겠지만 굉장히 힘들어요. 어떤 게 힘드셨나요?
채-일 하면서도 계속 아이의 젖을 짜놔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이동하면서 잠을 제대로 못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중간에 젖몸살도 여러번 앓았고요. 그런데 아이가 젖을 물고 있으면 아이도 행복하고 저도 행복하고,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니까 일석사오조 정도 된달까요?(웃음)
박-정말 긍정적이시네요. 그런데 대중이 채시라씨에 대한 오해가 있을 수 있어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애 봐주는 분도 있고, 왠지 주말에 1, 2시간 놀아주고 그러는 거 아닌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가 보니까 다 얼굴에 다 묻어나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한다는 게요.
채-도와주시는 분이 물론 계셔서 감사하지만, 엄마로서 해야 되는건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전 제일 싫은 게 후회하는 거예요. 너무 피곤해서 자다가 둘째가 동화책 읽어달라고 하면, '아 피곤한데'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내가 뭘 또 뭘 후회할라고'그러면서요. 아이가 원할 때 책을 읽어주는 엄마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거예요. 나중에 그때 조금 더 읽어줄 걸, 그때 더 해줄 걸 그런 생각이 싫은 거죠. 어찌보면 강박관념일 수 있는데요. 지금처럼 아이로 평생 있는 게 아니고, 나중에 혼자 책 보고 엄마 귀찮아 할 수 있는데 엄마를 찾을 때, 나를 필요로 할 때 최선을 다하자란 생각이에요.
박-나중에 후회 없을 거 같아요. 그런데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사가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이잖아요. 혹시라도 딸이나 아들이 나중에 사춘기 왔을 때 '엄마가 책 읽어준 거 말고 해준게 뭐있어?'라고 하면 그 충격 괜찮으시겠어요?
채-전 할말이 너무 많죠.(웃음) 사실 얼마전에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둘째가 엄마랑 같이 태권도장에 가자는 거예요. 제가 안 가고 잠시 잠을 자고 싶었는데, 뿌리치지 못하고 같이 갔다온 거예요. 그리고 감기가 확 더 온거죠. 그런 얘기들,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내가 태권도장에 같이 가줬다는 거요.(웃음)
박-내가 촬영이 있건, 뭐가 있건 엄마로서 이건 꼭 한다. 스스로 약속한 거 있나요?
채-책 읽어주는거,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어봐 주는 것. '어떤 좋은일이 있었니?', '어떤 나쁜 일이 있었니?', '오늘 기분은 어땠니?'이런거요. 그리고 숙제를 다 했냐고 봐주는 것. 아무리 새벽에 들어가도 숙제한 거는 꼭 봤어요. 집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엄마이기 때문에 여배우가 아니니까, 새벽 4시에 들어가도 숙제한 거는 꼭 봤어요. 그러니 얼마나 피곤하게 사는 거예요. 마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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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빠도 책을 읽어주나요?
채-김태욱씨는 자기는 경상도 사투리 쓴다고 저더러 읽어주라고 그 핑계를 대요.(웃음) 본인이 읽어주기 힘들고 귀찮으니까 살짝 떠넘기는 거 같은 분위기인데, 제가 피곤해하면 읽어주기도 하죠. 사실은 저의 오랜 소원이 거실 TV를 안방으로 치우는 거였어요. 그런데 작년에 그 작업을 하는데, 김태욱씨가 'TV만 안방에 잘 놔줘라, 거실은 네 마음대로 해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실은 다 책장으로 만들어놨죠. 전 정말 좋은 거예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엄마들의 로망이기도 하죠. 다큐멘터리나 어린이 프로 같은 좋은 프로그램은 볼거는 봐야 하니까 '그런건 안방에서 아빠랑 봐라'하고, 거실에서는 책속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면 아이들한테 굳이 TV를 보지마라고 할 것도 없어요.
박-어떤 부부나 결혼 생활을 하다보면 위기가 있고, 고비가 있고, 아픔이 생기잖아요. 김태욱씨가 목소리가 안 나오는, 성대가 마비되는 아픔을 겪었어요. 지금 그런 고비를 맞닥뜨린 부부들에게 위기를 극복한 부부로서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채-정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너무 많이 계시고, 각 가정마다 문제가 조금씩은 다 있을 거예요. 거기에 비하면 전 미비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 보다는 김태욱씨 본인이 너무 힘들었죠. 전 옆에서 그냥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얘기들 '괜찮아, 나을 수 있을 거야', '나을 수 있을 거야'란 말을 계속 했어요. 그때 첫째를 임신 중이었는데 굉장히 슬프고 힘들기도 했죠. 결과적으론 희망을 놓지 않고, '언젠가 괜찮아질거야',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런 생각이 좋은 결과를 낳은 거 같아요. 다만 두 사람이 가정을 이뤘으면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부부의 몫이고, 자식도 있는데요. 포기하지 않고 가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박-채시라란 사람을 생각했을 때 훌륭한 엄마이고, 내조 잘하는 아내고, 멋진 여배우고. 그걸 다 해내기 위해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채-내조 얘기하니까 그러는데, 내조를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닌거 같아요. 그냥 김태욱씩 귀찮지 않게 잘 내버려 두는 것밖에요.(웃음)
박-그게 내조죠. 내버려 두는 게 더 힘들어요.(웃음)
채-김태욱씨가 출장가거나 그럴때 여행가방을 싸야하는데 '다른 부인은 다 싸주는데, 니는 왜 안싸주냐'라고 하는데, '나 애키우면서 일하잖아' 이렇게 핑계를 대요.(웃음) 아무래도 남편보다는 아이쪽에 더 신경을 쓰는 거 같아서 그걸 항상 경계를 하죠. 남편한테 더 신경 써야 하는데, 그걸 이해를 해주니까 다행이죠. 아이들 육아나 교육은 김태욱씨도 그 부분은 맡긴다고 하는데, 사실 이거는 맡기는 게 아니라 부부가 같이 해야 되는 거죠. 모든 집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교육은 엄마가, 일은 아빠가'가 아니라 같이 어우러져야지 아이가 균형 있게 잘 큰다고 생각해요. 아빠들도 동참을 많이 해줘야 해요. 그리고 예전에는 뭐든지 잘해내는 걸 '나 잘하고 있어'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지?' 이런 생각도 들어요.(웃음)
박-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채-주제 넘는 거 같긴 한데요. 아이 저 혼자 키우는 거 아니잖아요.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고 저마다 노하우가 있고, 저마다의 고충이 있죠. 그래도 한가지는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모습을 기억하고 소중하고 기뻤던 모습을 생각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아이가 커가면서 화를 내고, 내 맘대로 안 되고, 많은 인내심을 불러일으키고, 나 자신을 수양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거든요. 태어났을 때의 그 생각을 잊지말고 키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엄마가 건강해야 되요. 내 컨디션이 안 좋을때 화가 먼저 올라오거든요. 야단 치고 싶을 때 도 한번 꾹 참아도 보고, 좋게도 얘기도 해보고. 엄마가 피곤하지 않아야 가능해요. 엄마 컨디션이 제일 좋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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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하는 작품마다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채시라씨는 소탈하고 정이 뚝뚝 묻어나는 영락없는 옆집 언니다. 오랜만에 만나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다보니 그녀도 매일 고민하고, 매일 반성하며, 아이에게 좋은 엄마로,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커리어우먼으로, 남편에게는 좋은 동반자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땅의 모든 여성, 엄마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먼저 희생하는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운 우리들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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