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김선영-이혜경, 올 여름 뮤지컬 무대를 달구는 3명의 여배우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3-07-21 15:31 | 최종수정 2013-07-21 15:31


◇'시카고'의 최정원.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스칼렛 핌퍼넬'의 김선영. 사진제공=CJ E&M

◇'투모로우 모닝'의 이혜경. 사진제공=컴퍼니다

명불허전이라고나 할까. 베테랑 여배우 3명이 올 여름 뮤지컬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카고'의 최정원, '스칼렛 핌퍼넬'의 김선영, '투모로우 모닝'의 이혜경이 그 주인공들이다.

세 배우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셋 다 '원 톱'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을 도와 전체적으로 무대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록과 커리어는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시카고'는 살인과 사기, 탐욕이 활개치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뮤지컬 경력 30년을 바라보는 최정원은 '벨마 켈리'를 맡아 능청 맞은 연기력으로 작품의 조타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벨마는 전직 보드빌 가수로 여동생과 바람을 피운 남편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인물이다. 속물 변호사 빌리 플린과 짜고 황색언론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각색해 출옥을 준비하고 있는 캐릭터. 하지만 변심한 애인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록시 하트가 등장하면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대중들이 더욱 쇼킹한 스토리를 지닌 록시에게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최정원은 록시 하트에게 밀려 '2인자'가 된 벨마의 상황을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표현하며 록시와 연기 호흡을 맞춘다. 최정원의 능청맞은 연기가 밑받침되면서 록시의 철없고 코믹한 캐릭터도 살아나고 있다.

최정원은 지난 2001년 '시카고' 초연 당시엔 록시를 맡아 열연한 바 있다. "록시의 마음을 잘 알기에 벨마의 심정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됐다"는 최정원이 버티고 있어 블랙코미디로서 '시카고'의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스칼렛 핌퍼넬'의 김선영 역시 국내 뮤지컬을 대표하는 디바 중 한 명이다. 1999년 '페임'으로 데뷔한 뒤 '지킬 앤 하이드', '에비타', '살짜기 옵서예' 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왔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스칼렛 핌퍼넬'에서는 주인공 퍼시의 아내 마그리트 역을 맡아 타고난 가창력을 뽐내며 드라마를 이끌어가고 있다.

'스칼렛 핌퍼넬'은 프랑스 혁명시대를 배경으로 한 코믹 활극이다. 귀족은 물론 무고한 사람들까지 단두대로 보내던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에 맞서 싸운 영국 귀족의 영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선영이 연기하는 마그리트는 남편 퍼시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여인이다. 하지만 그가 밤이 되면 영웅 스칼렛 핌퍼넬로 변신하는 줄은 꿈에도 모른다. 아내에게도 신분을 속여야하는 남편 퍼시에게 적과 내통했다는 오해를 잠시 받지만 일편단심의 마음으로 결국 남편을 되돌아오게 한다.

주인공 퍼시가 코믹하고, 거창하게 폼을 잡는 캐릭터인 반면, 마그리트는 내면의 괴로움 속에서 사랑을 간직하는 캐릭터이다. 드라마의 진지함을 책임지는 캐릭터로 빼어난 노래와 연기에 애절한 감정을 담아 작품의 무게를 지탱해준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선영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다.

KT&G 상상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투모로우 모닝'은 아담한 중극장 뮤지컬이다. 결혼을 앞둔 새내기 커플과 이혼을 앞둔 중년 부부 두 쌍을 교차시켜 결혼의 참된 의미와 행복이 무엇인지를 상상하게끔 하는 작품이다.

이혜경은 다음날 이혼을 앞둔 '캐서린'을 맡아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엇갈리는 감정을 다양한 색깔의 연기로 풀어내고 있다. 남편이 미웠던 기억, 좋았던 기억 그리고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음을 깨닫고 다시 남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중년이 지닌 인생의 무거움을 일상적인 연기 속에서 보여준다.

이혜경은 서울시뮤지컬단 출신으로 지난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국내 초연 당시 주인공 크리스틴을 연기했다. 복잡한 동선과 아기자기한 사건의 연속이 특징인 중극장 뮤지컬에서도 관록의 열연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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