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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 우는 게 아니라 울어주는 사람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3-07-11 08:08


MBC 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DJ로 발탁된 박경림

예능 아이돌이 있었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90년대 아이돌 그룹들이 대세였을 때, 예능 아이돌도 있었다. 교복을 입고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꽃미남 스타들을 쥐락펴락했던 그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청춘스타들이 대거 배출된다는 청춘 시트콤 MBC '논스톱'부터 '동거동락', '일밤-애정만세', 교양 예능 버라이어티 '느낌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활약을 봐왔다. 그때도 지금처럼 예쁘장한 아이돌 속에서 괄괄한 목소리와 각 진 얼굴의 그녀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아직도 옆 집 경림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한 박경림이다. 이제 어느덧 17년 세월이 지나고 5살 유치원생 학부모가 된 그녀를 만났다.

울보라고요? 제가 눈물이 좀 많아요

SBS '강심장', MBC '세바퀴', JTBC '히든싱어' 등 출연한 프로그램마다 눈물이 났다. 처녀 시절 눈물 흘리면 감수성 풍부하다고들 한다. 아줌마가 된 박경림이 흘리니 집안에 우환이 있는 줄 안단다. "그러게요. 방송에서 남편 이야기를 잠깐 한 게 기사화되니까 저희 남편이 제 속을 엄청 썩인 사람이 됐더라고요. 너무 미안했어요. 근데 제 눈물이요? 원래 눈물이 많아요. 아기를 낳고 감수성이 풍부해지기도 했지만요." 사실 박경림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그 눈물의 의미를 안다.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어설프게 조언하고 위로하기보다 눈물을 같이 흘려주는 사람이 그다. 그래서 '인맥 왕', '사교의 여왕'이라는 부러움 섞인 시기 질투도 있지만 그만큼 인연이 오래 간다.

"아기를 낳고 아줌마가 되고 나서는 제 스스로 한계를 지어놨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나를 여전히 '경림이'로 생각하는데, '아기가 있는데, 남편이 있는데'라면서 예능 MC로서 제 스스로 저를 가뒀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주변에서도 그런 시선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저를 편하게 놓을 줄도 알고,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요. 그것을 깨달으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평생 한 번 탈까말까 한 MBC 방송연예대상을 탔을 때만 해도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녀다. "지금은 꼭 내가 거창한 목표를 설정해서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제는 '박경림이라면 나를 이해해주겠지', '박경림이라는 친구가 있다면 동생이 있다면 언니가 있다면', 이런 편한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MBC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의 DJ를 맡게 돼 행운이라고 말했다. "저는 고등학교 때 KBS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로 데뷔했거든요. 그리고 (이)문세 아저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하고, 저도 '별밤지기'도 해보고, 라디오와 인연이 깊어요." 박경림은 '두 시의 데이트'의 DJ를 시작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청취자들의 사연을 읽고 소통하고 또 욕도 먹고 울기도 한단다. "시간대가 2시다 보니까 직장 다니시는 분들도 몰래 듣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 상사한테 화가 나는 분들도 꽤 있어요. 저랑 같은 아줌마들은 애들 학교 가고, 남편 직장 나가고 화를 삭히며 듣는 분들도 있고요. 그럴 때 '욕받이'가 되겠다고 약속했어요. 청취자들의 욕도 받아들이고, 청취자들 대신 울어도 드릴게요. 그게 저인 것 같아요."

한편 그는 여성가족부와 함께하는 '엄마꿈 프로젝트'에도 나섰다. 딸일 때는 꿈이 많았던 그녀들이 엄마가 된 후에 꿈을 잃어버리는 모습에 안타까웠던 것. "저도 아줌마가 돼 경험을 해봤거든요. 경력단절이 되면 정말 어려운데 제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네요." 그는 특기를 살려 꿈을 가진 엄마들의 인터뷰어로 나선다. 오는 22일부터 본지에 '엄마꿈' 스토리를 연재할 예정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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