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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아이돌이 있었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 90년대 아이돌 그룹들이 대세였을 때, 예능 아이돌도 있었다. 교복을 입고 방송사를 종횡무진하며, 꽃미남 스타들을 쥐락펴락했던 그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청춘스타들이 대거 배출된다는 청춘 시트콤 MBC '논스톱'부터 '동거동락', '일밤-애정만세', 교양 예능 버라이어티 '느낌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녀의 활약을 봐왔다. 그때도 지금처럼 예쁘장한 아이돌 속에서 괄괄한 목소리와 각 진 얼굴의 그녀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아직도 옆 집 경림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한 박경림이다. 이제 어느덧 17년 세월이 지나고 5살 유치원생 학부모가 된 그녀를 만났다.
"아기를 낳고 아줌마가 되고 나서는 제 스스로 한계를 지어놨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나를 여전히 '경림이'로 생각하는데, '아기가 있는데, 남편이 있는데'라면서 예능 MC로서 제 스스로 저를 가뒀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주변에서도 그런 시선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저를 편하게 놓을 줄도 알고,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요. 그것을 깨달으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평생 한 번 탈까말까 한 MBC 방송연예대상을 탔을 때만 해도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되는 게 꿈이었던 그녀다. "지금은 꼭 내가 거창한 목표를 설정해서 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제는 '박경림이라면 나를 이해해주겠지', '박경림이라는 친구가 있다면 동생이 있다면 언니가 있다면', 이런 편한 진행자가 되고 싶어요."
한편 그는 여성가족부와 함께하는 '엄마꿈 프로젝트'에도 나섰다. 딸일 때는 꿈이 많았던 그녀들이 엄마가 된 후에 꿈을 잃어버리는 모습에 안타까웠던 것. "저도 아줌마가 돼 경험을 해봤거든요. 경력단절이 되면 정말 어려운데 제가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네요." 그는 특기를 살려 꿈을 가진 엄마들의 인터뷰어로 나선다. 오는 22일부터 본지에 '엄마꿈' 스토리를 연재할 예정이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