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터지는 MBC 예능 자막 "3분 위해 30시간 투입"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7-10 11:02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이제 필수 웃음재료가 됐다. 하지만 이 재료들은 어떤 프로그램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스타일이 달라진다. 특히 요즘 잘나가는 MBC 예능 프로그램들은 '예능 자막의 선수'라 불리며 화제와 인기를 모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MBC
무한도전, 자막의 레전드

'무한도전'은 '자막의 레전드'라고 불릴 만큼 그 파괴력이 상당하다. 방송 초기 '무모한 도전'과 '퀴즈의 달인'을 거쳐 지금의 '무한도전'이 시작될 즈음 김태호 PD의 궁서체 자막과 '해골 스티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예능들이 단순히 상황설명과 정보전달을 위해 자막을 썼다면, '무한도전'은 제작진이 직접 출연진과 대화하듯 생각을 드러내거나 디테일한 상황묘사로 또 하나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지난 6일 방송분에서는 정준하, 정형돈의 부재를 위해 섭외된 데프콘의 화려한 몸개그를 '그간 벤치만 지켰던 묵은 한을 마음껏 토해내리라'라고 표현해, 데프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으로 웃음 포인트를 줬다. 또 박명수가 신들린 양치질을 선보이자 '몸개그 강타자', '잇몸 건강에 힘쓰는 어르신'이라고 묘사해 '예능 자막 레전드'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밖에 최근엔 에피소드에 따라 '무한도전'의 자막 디자인을 달리해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마건영 PD는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상황극과 토크가 참 재미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재미있게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상황체, 강조체, 코미디 자막체 등이 다 나눠져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한상사', '추격전' 등 에피소드별로 폰트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것도 신경 쓴다"며 "매회 그에 맞는 디자인을 MBC CG팀에 의뢰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MBC
진짜 사나이, 자막으로 탄생한 캐릭터 월드

'일밤-진짜 사나이'는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할 만큼 매회 상상력 넘치는 별명 자막들이 웃음폭탄을 안겨준다. 류수영이 튀김을 하는 장면에는 '튀김 전문가'라는 자막이 입혀지고, 여기에 영화 '사이코'의 긴장감 넘치는 OST까지 깔리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완성됐다. 이밖에 모든 멤버들 인터뷰마다 '평화주의자', '수학 포기자', '경치의 노예', '도플갱어 목격자' 같은 별명을 넣어 방송 후 늘 화제가 되고 있다. 덕분에 멤버들의 캐릭터가 더욱 풍부해져 군대라는 공간의 한계마저 뛰어넘고 있다.

'진짜 사나이'의 경우 관찰형 예능이다 보니 제작진의 개입이 없다. 심지어 "제작진이 눈을 안 마주친다"면서 멤버들이 서러워했을 정도. 때문에 4박 5일간 촬영한 방대한 분량을 재미있게 압축하는 후반작업이 그만큼 중요하고, 멤버들의 캐릭터도 현장보다는 후반작업을 통해 발견된다고 한다. '진짜 사나이' 장승민 PD는 최근 가진 한 인터뷰에서 "3분의 방송분량에 자막을 넣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순히 계산해도 30시간 정도"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진제공=MBC

'라디오스타', 만화 같은 CG와 자막

'라디오스타'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만화같은 CG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디오스타'의 이런 차별화는 기존의 형제코너 '무릎팍도사'와 구별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지만, 이제는 프로그램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이제 햇수로 7년째에 접어든 '라디오스타'는 최근 방송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만화 CG로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달 26일에 게스트로 출연한 박명수가 MC들에게 "디제잉 기술이 납땜 같다"고 놀리자, 화면엔 납땜하는 박명수와 윤종신의 모습을 넣어 남다른 센스를 뽐냈다. 또 지난 3일 방송에서는 가수 BMK의 교과서적인 이야기에 MC들이 "부처 같은 소리한다"고 핀잔을 주자 바로 '부처상 BMK'를 표현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라디오스타' 오누리 PD는 "아무래도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CG 작업이 5~10배 정도는 더 들어간다"며 "'라디오스타'가 장수 프로그램이 됐는데, 작업할 때 늘 중점을 두는 부분이 방송 초기의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최근엔 제작진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시크하게 풀어쓰려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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