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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국노래자랑'을 제작한 개그맨 이경규는 유연석에게 "2% 부족한 미남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왠지 밍밍한 느낌에 그만 '풋' 하고 웃음이 터진다. 겉만 보면 유연석을 놀리는 말 같다. 하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결국 2%를 제외한 98%가 꽉 채워져 있다는 뜻일 테니까. 사실 이보다 더한 칭찬도 없다.
그는 청조를 구하기 위해 친구 최강치를 배신했다가 이후에 주먹다짐을 하며 눈물로 화해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상대에게 몰입이 잘 돼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담여울 역의 수지도 앞서 '건축학개론'에서 한차례 만났던 터라 편하게 연기했다. 주연배우 중엔 맏이였지만 나이를 내려놓고 또래처럼 친하게 어울렸다. 조관웅 역의 이성재에겐 특히 고맙다. 자신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때도 유연석이 감정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맞은 편에서 더 열심히 연기를 해줬다.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 있으니까 캐릭터로서 조관웅에게 지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이성재 형님은 너무나 위트 있고 다정다감하신 분이죠.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탄탄한 이야기를 든든하게 떠받친 배우들 덕분에 '구가의 서'는 큰 화제와 인기를 모았다. 영화에서와 달리 드라마 쪽에선 아쉬웠던 유연석의 인지도도 크게 올랐다. '구가의 서'와 비슷한 시기에 SBS 예능 프로그램 '화신'에 출연한 것도 도움이 됐다. 요즘도 가끔 지하철을 타곤 하는데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유연석은 지금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구가의 서' 촬영 중에도 수업에 참여했다. 연기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하고 헛헛했던 느낌을 채우고 싶었다고 한다. 주목받는 '연기파' 배우임에도 연기실기를 전공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중엔 후배들에게 매체 연기를 가르쳐주고 싶은 바람도 갖고 있다.
오는 9월엔 tvN '응답하라 1994'로 돌아온다. 경남 진주 출신이라 사투리 걱정은 없다. 그는 "그동안 작품에서 일방적인 외사랑만 했는데 쌍방향 사랑도 해보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뛰어난 연기력과 비교해 강력한 '한방'이 없었다는 평가도 이번엔 확실히 날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스타성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내 옷을 입은 것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를 만나게 되겠죠. 그러면 화학작용도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