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세경 "내게 연기란,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6-25 11:58 | 최종수정 2013-06-28 07:42


'2년만의 재회'. 신세경은 최근 종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이루어질 수 없었던 남자 한태상(송승헌 분)과 2년만에 우연이 재회하면서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끝냈다 . '남자가 사랑할 때'는 사망한 보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또 다른 젊은 여성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13.

신세경은 참 귀한 배우다. '연기를 병행하는' 아이돌 가수들의 틈바구니에서 '연기만 하는' 20대 여배우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요즘, 어느 작품에서나 당차게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신세경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올해 나이 스물셋. 신세경은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라 젊은 나이"라면서 웃었지만, 주연배우로 극의 무게감을 안정적으로 지탱해낼 수 있는 그 또래 배우가 몇이나 될까.

얼마 전 종영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신세경의 단단한 내면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남자(송승헌)와 운명처럼 사랑하게 된 남자(연우진)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여자 서미도. 현실적인 욕망의 충돌 앞에서 서미도는 끝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주저했다. 그래서 따라붙은 오명이 어장관리녀. 캐릭터의 이미지가 배우에게 덧입혀질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면, 그로 인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신세경은 "속상하거나 억울하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미도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도 있고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걸 예상하고 드라마를 시작했어요. 극의 상황이 복잡한 만큼 각자의 입장에 따라서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서미도 캐릭터는 단순하지 않아요. 여러 개의 모호한 선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시놉시스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선택한 작품이지만 서미도를 연기하는 건 생각만큼이나 어려웠고, 그래서 또한 흥미로웠다. 감정 표현이 극단적이지 않은 캐릭터라, 배우의 해석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았기 때문. 서미도가 어장관리녀라고 질타를 받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신세경이 그만큼 연기를 섬세하게 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카메라 앞에 서 있을 때는 서미도가 되어 연기해야 해요. 온전하게 이해를 못했을지라도 말이죠. 그래서 블럭을 맞추듯이 앞뒤 상황을 전체적인 현상에 맞도록 배열하고 짜 맞추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제목에서 보듯, 여자 캐릭터는 남자의 사랑을 받는 대상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신세경은 멜로 안에 캐릭터의 성장을 담아냈다. "서미도는 열등감을 가진 아이였어요. 한태상(송승헌)에게 늘 도움을 받았지만 자신의 꿈을 허영이라 말하는 그에게 상처도 받았죠. 2년 뒤에 두 사람이 재회하는 엔딩에서 서미도가 당당한 주체로 성장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 보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2년만의 재회'. 신세경은 최근 종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이루어질 수 없었던 남자 한태상(송승헌 분)과 2년만에 우연이 재회하면서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끝냈다 . '남자가 사랑할 때'는 사망한 보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또 다른 젊은 여성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13.
신세경은 캐릭터에 쉽게 동화되는 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금은 답답할 수밖에 없는 서미도로 사는 동안, 일부러 중간중간 자신을 환기시키려 노력했다. "세경 씨는 왜 만날 통통 튀어 다니냐"고 누군가 물어볼 만큼 촬영장에서 활발하게 스태프들과 어울렸고 음악을 들으며 기분을 풀었다. 촬영 당시엔 강렬한 일렉트로닉 장르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했지만, 드라마를 마친 지금은 오히려 작품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찾아 듣게 된다고 했다. 아직은 서미도와 작별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휴대폰에 담긴 음악 리스트를 물어보니 영화 '비포 미드나잇'과 왕가위 감독의 '2046' OST 등을 들려준다. 인디밴드 가을방학의 보컬 계피를 좋아한다는 얘기에 이르자 신세경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해외에 살고 있는 한 팬은 계피에게 부탁해 계피가 직접 부른 생일축하 노래 CD를 받아서 선물로 보내주기도 했다. "계피와 트위터 '맞팔'을 했다"며 명랑하게 웃는 신세경은 어느새 보통의 20대 청춘으로 돌아와 있었다.

"드라마도 마쳤으니 빨리 친구들을 만나 영화도 보고 수다도 떨면서 놀고 싶어요. 저도 남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20대예요. 지금 이 시간을 놓쳐서는 절대로 안 돼요. 20대가 그냥 지나가 버리면 너무나 아깝잖아요. 중고등학교 시절엔 연기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해서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천만다행인 것 같아요. 학창 시절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고 친구들도 얻었으니까요."

어릴 때는 키가 크고 조숙해서 학생이 아니라 교생 선생님 같았다면서 까르르 웃는 신세경의 성숙한 얼굴은 분명 배우로서 크나큰 장점이다. 얼굴에 담길 수 있는 감성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뜻이니까. "저는 연기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면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요. 힘든 순간도 찾아오고 때론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하겠지만,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면서 묵묵히 해나가고 싶어요. 그러면 어느 날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오고 새로운 일들이 생기면서 저도 점점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가지 않을까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2년만의 재회'. 신세경은 최근 종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이루어질 수 없었던 남자 한태상(송승헌 분)과 2년만에 우연이 재회하면서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끝냈다 . '남자가 사랑할 때'는 사망한 보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또 다른 젊은 여성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멜로드라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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