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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해밍턴, 최강창민, 박형식.. 구멍男 매력에 홀릭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3-06-24 14:31 | 최종수정 2013-06-26 07:50


샘 해밍턴, MBC '진짜사나이'에서 '구멍 병사'로 불리지만 누구보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으로 '호감 병사'로 사랑받고 있다. MBC 캡처

흔히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는 사람을 두고 '구멍'이라고 부른다.

있으면 민폐, 없어도 그만인 '구멍', 피하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2013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구멍남'들의 활약이 크다.

다큐인지 예능인지 헷갈릴 정도로 군대 속 리얼 이야기를 담아낸 MBC '진짜사나이'에서 샘 해밍턴은 구멍 병사로 꼽힌다. 모두들 차렷 자세에 열중일 때, 어수룩한 행동으로 실수를 연발하는 그다. 군에서 가장 힘든 훈련으로 꼽히는 유격 훈련 편에서도 역시 유격 훈련 순서와 동작을 외우지못해 계속 얼차례를 받는다. 오죽하면 자막으로 '오늘 신마저 외면한 이 남자'라고 붙였을까. '구멍 병사' 샘 해밍턴의 최고 실수는 지친 병사들이 막바지 유격 훈련을 받고 있을 때, 조교로부터 '마지막으로 어떤 PT 체조를 받겠냐'는 질문에 모든 병사들이 고개를 내젓는 '8번 체조'를 고를 때 절정에 달했다. 그는 '8번 PT 체조가 하고 싶다'며 씩씩하게 말했지만, 이를 들은 망연자실한 병사들, 이들보다 놀란 조교의 얼굴이 교차 편집되며 재미를 배가시켰다. '구멍 병사', 제대로다.


MBC '진짜사나이'에서 신참내기 '구멍 병사'로 꼽히는 박형식, 스포츠조선DB.
하지만 '구멍 병사'가 '호감 병사'로 거듭난 데 바로 진정성이 있다. 일반인에게도 생소한 군대 용어가 외국인에게 쉬울 리 없다. 거기에 통통한 몸집은 어떤 민첩한 행동을 해도 둔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30대 후반의 적지않은 나이, 젊은 병사들 사이에서 쉽지 않은 체력이다. 이런 악 조건이 단체 생활 속에서는 자연스레 '구멍'으로 두드러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 해밍턴은 자신의 조건에 특혜를 바라지 않는다. 외국인이라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들어도 나이가 많고 몸집이 둔해 움직이기 힘들어도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무던하게 자신의 악조건을 극복하며, 다른 전우들에게 보탬이 되길 원할 뿐이다. 자신보다 전우애를 먼저 생각하는 그를 보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샘 해밍턴과 더불어 '진짜 사나이'의 또 다른 구멍 박형식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9일 군미필자인 박형식은 새롭게 투입돼 신병 훈련소에 입소했다. 그는 사전 인터뷰에서 '진짜사나이'를 모두 시청했다며, 투지를 불태웠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신병 교육 훈련에서 관등성명 후 손을 내리라는 조교의 지시에도 손을 들고 있는가하면, 제자리걸음, šœ향전환, 국기에 대한 경례 등 초보적인 훈련에도 연달아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구멍 병사로 떠올랐다. 그랬던 그가 유격 훈련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고된 PT체조와 장애물 넘기 등 훈련을 쌓아가며,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는 '줄 잡고 건너기'에서 몇 차례 실패한 끝에 본인의 의지로 성공하며 에이스 병사로 거듭났다.


KBS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보기와 다르게 생활 스포츠에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탁구 멍청이'의 줄임 '탁멍'으로 불렸던 최강창민, 스포츠조선DB.
이 뿐 아니다. KBS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는 최강창민이 '구멍'으로 꼽힌다. 강호동, 이수근, 조달환 등 꽤 운동 좀 하는 형들 사이에서 나이로 보나, 훤칠한 체격으로 보나 에이스여야 마땅한 그가 저질 운동 실력을 선보였다. 오죽하면 첫 종목으로 정해졌던 탁구에서 '탁구 멍청이'의 줄임말 '탁멍'이라 붙여졌을까. 하지만 그는 바쁜 해외 스케줄에도 장소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죽기살기로 매달렸다. 어설픈 탁구채를 잡던 폼은 사라지고, 에이스로 거듭났다. 이와 쌍벽을 이루듯 SBS '맨발의 친구들'에서는 '산수 구멍' 윤시윤이 등장한다. 어딘지 성실해보이고, 듬직한 그가 산수 실력에는 젬병이었다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런 윤시윤 덕분에 멤버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해지기도 했지만, 이내 그의 노력하는 모습이 팀을 살려내는 주춧돌이 된다.

한 예능 프로그램 관계자는 "여러 출연자들이 나오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에서 '구멍남'의 성장 코드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샘 해밍턴이 '진짜사나이'에서 다른 멤버들과 전우애를 느끼는 모습이나, 햇병아리 병사 박형식이 이를 악물고 유격 훈련에 참여하는 모습, 최강창민이 결국 에이스로 거듭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감정 이입을 하고, 감동을 얻는다"며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나보다 못한 것 같지만 노력하는 '구멍남'들의 모습은 더욱 인기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겨울 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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