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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각오 해야된다."
"새벽에 동대문 시장에서 신문 배달도 했고요. 조금 자고 학교 수업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교수 식당에 가서 일을 하면 밥을 주니까 거기서도 일을 하고요. 밤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일을 하고 영화 동아리 활동까지 했죠. 시간은 빠듯했지만, 너무 행복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배우기 위해 학원비를 버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면서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수많은 배우 지망생들에게 의미 있는 얘기를 해줬다.
"처음엔 막연한 이유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영화가 너무 좋았고, 영화의 많은 파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연기였다"는 그는 "지금은 존귀한 미지의 세계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다. 연기는 나에게 존엄하면서도 존귀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내가 많이 부족한 걸 스스로 알기 때문에 더 많이 알아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는 아직 완성된 배우가 아니라도 생각한다"는 말에서 끊임 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저는 대본을 유연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인 유연함을 갖고 있는 배우가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쓴 대본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똑똑한 배우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엔 안 그랬거든요. 비유를 하자면 예전엔 훈련소에서 전투복을 받은 뒤에 '전투복이 작으니 바꿔주세요'라고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그 전투복에 저를 맞추려고 해요."
올해로 서른 세 살이다. 연기도 좋지만, 좋은 여자도 만나고 결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박재정은 고개를 저었다.
"주변에 보면 결혼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이성이 싫은 건 아니지만, 요즘은 실제로 일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이성보다 연기가 더 좋아요.(웃음) 요즘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고, 현장도 편하고 즐거워요."
하늘색을 좋아한다는 박재정은 "하늘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물론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있지만, 연기를 통해서 화창하고 맑은 날을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