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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아이디어 고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예능 포맷의 세계화 역시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이제 예능에서는 국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케이블채널 tvN은 '갓 탤런트' 시리즈로 부터 시작해 'SNL'까지 해외 포맷을 대거 들여와 우리나라에 정착시켰다. 우리나라도 이미 몇몇 포맷을 해외에 팔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포맷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은 상황이다.
정글에서 진행한다는 것으로 ''정글의 법칙'을 베꼈다', 여러 멤버들이 출연한다고 해서 ''런닝맨'과 비슷하다'라는 등 말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국 CBS의 정글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어메이징 레이스'와 유사점이 굉장히 많이 보였다. 2인의 팀 체계나 구간을 정해놓고 팀끼리 경쟁을 펼치는 것이 유사했다. 이미 안수영 담당PD는 "판권을 사오지 않았다. 우리는 차나 기차를 타지 않고 직접 발로 뛰거나 노를 젓는다. 또 구간도 짧다"며 차이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SBS '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은 멤버들이 다이빙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MBC가 라이센스를 구입해 오는 8월 방송 예정인 '셀러브리티 스플래시'와 포맷이 겹친다는 말을 들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다이빙은 기존 수영 분야와 다른 점이 많다. 그래서 현직 수영 선수보다 은퇴한 체조 선수가 더 잘한다는 말도 있다. 게다가 여름에 수영복을 입고 등장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겹치는 부분이 생긴 것. 하지만 '맨친'은 단기 프로젝트로 진행할 예정이라 별다른 문제없이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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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에서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기존 있는 포맷을 이러저리 바꾸어도 보고 변형시켜 새로운 포맷을 탄생시키는 경우도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존 포맷을 라이센스도 구입하지 않고 별다른 변형 없이 가져온다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기만에 가깝다.
물론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로젝트 런웨이' '탑기어' 등 여러가지 장르의 라이센스를 구입해 방송하고 있는 CJ E&M의 한 관계자는 "물론 라이센스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다. 꽤 비싸다고 보는 편이 옳다. 때문에 인기를 모은 시리즈라도 직접적으로 방송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라이센스 프로그램들을 통해 우리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전세계에서 예능 포맷의 수출 시장은 수조원대 규모로 커졌다.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해외 예능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포맷을 참고했다면 네티즌들의 눈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포맷 베끼기는 우리나라 방송 수준을 한단계 떨어뜨리는 악질 관행이자 영화나 음원 불법 다운로드와 마찬가지로 불법적인 일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베끼기 관행은 단기적으로는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멀리 본다면 우리나라 예능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적법하게 구입한 라이센스를 통해 시청자들이 예능을 즐기고 그런 새로운 예능을 통해 우리나라가 수출 가능한 새로운 포맷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나는 가수다'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에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이 불면서 개발된 포맷이다. '우리 결혼했어요' 역시 전세계 적인 리얼 버라이어티 열풍에서 파생된 장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앞으로를 위해서도 라이센스 구입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