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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으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나요?" 송승헌이 불쑥 던진 질문에 인터뷰 자리는 잠시 토론장이 됐다.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들이 바쁘게 오갔다. 잠시 후 그가 조용히 한 마디 보탰다. "음…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 경우를 만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동석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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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도 있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는 서미도를 끝까지 붙잡는 한태상과 달리 송승헌은 그녀를 보내줬을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의 재결합을 암시하는 해피엔딩을 놓고도 고민이 많았다. 한태상이 죽거나 정신병원에 가게 되는 비극적 결말도 여러 예시 중에 있었지만, 서미도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한태상이 폭주하는 건 비상식적이라는 데에 연출자와 송승헌이 공감대를 이뤘다. "한태상은 외도로 집을 나간 어머니 때문에 여자의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인물이에요. 대본의 지문에는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는 내용도 있었죠. 한태상의 성격적 장애가 충분히 표현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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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은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자신의 연기에 51점을 줬다. 좀 야박한 것 아닌가 싶은데 그는 '플러스 1점'에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뒀다. 몸에 밴 기존의 연기 스타일을 버리려 노력한 것에 대한 평가다. 그래선지 이 작품을 통해 그의 연기는 한층 담백해졌고 편안해졌다. "그동안 연기력보다는 외모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짊어져야 할 숙제죠. 기존의 인식을 깨기 위해선 캐릭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번은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제안 받은 적도 있는데 결국 포기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시도를 많이 하고 싶어요. 평생 청춘스타 이미지로 살 순 없잖아요.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가 돼야죠. 리처드 기어처럼요."
중년의 멜로 연기를 꿈꾸는 그에게 '남자가 사랑할 때'는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역시 사랑은 어렵다는 것, 그리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저도 소박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인데, 정말 쉽지가 않네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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