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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 아역들은 이 드라마 볼 수 있을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6-06 16:15 | 최종수정 2013-06-11 07:34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의 시사회 현장. 영화에 출연했으면서도 정작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는 들어가지 못한 배우가 있었다. 당시 열두살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아역배우 김새론(2000년생)이다.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였던 탓에 김새론은 극장 밖에서 기다리다가 영화가 다 끝난 후에야 기자간담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김새론이 출연한 영화 '아저씨' '나는 아빠다' '바비' 모두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김새론은 자신의 출연작을 보려면 앞으로도 몇 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 유승호도 아역 시절엔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지 못하고 무대인사만 한 채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오는 12일 첫 방송되는 MBC '여왕의 교실'엔 아역배우들이 무려 24명이나 등장한다. 극의 배경은 산들초등학교 6학년 3반 교실. 스스로 부조리한 사회의 권력자가 되어 아이들을 궁지에 내모는 마여진 선생과 이에 굴하지 않고 대항하며 현실을 깨달아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다른 드라마에선 아역배우가 성인 연기자의 어린 시절을 맡아 초반 몇 회 분량에만 나오지만, '여왕의 교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극을 이끌어간다. 마여진 역을 맡은 고현정은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반장 심하나 역을 맡은 김향기 양"이라고도 말했다. 그만큼 아역배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6학년 3반 아이들 중 주인공 캐릭터를 맡은 김향기, 김새론, 서신애, 천보근, 이영유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사람들을 울리고 웃겼던, 만만치 않은 내공의 소유자들이다. 이 아역들도 자신들의 출연작을 못 본 경우가 꽤 많다. 앞서 얘기한 김새론은 물론이고, 김새론과 동갑내기 열세살 김향기(2000년생)는 지난 해 멜로영화 최초로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늑대소년'(15세 관람가)을 극장에서 볼 수 없었다. 영화 '해운대'(12세 관람가)에서 설경구의 아들 승현 역을 맡아 이웃삼촌 김인권과 함께 '대박 웃음'을 합작했던 천보근(2000년생)은 이 영화가 개봉한 2009년 당시 아홉살이었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방송돼 큰 사랑을 받았던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도 15세 미만 청소년 시청 불가 등급. 엄격하게 따지면 당시 열두살이었던 서신애(1998년생)도 이 작품을 봐서는 안 되는 나이였다.

그렇다면 '여왕의 교실'의 경우엔 어떨까? 일본 원작 드라마에 비춰볼 때, 국내 드라마에도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이 담길 것 같다. 4일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는 성적이 상위 1%에 속하는 아이들만 수업 시간에 질문할 수 있고 꼴찌에게는 벌칙으로 교실 청소가 주어지는 장면이 담겼다. "낙오된 사람들은 차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마여진 선생의 모습도 냉혹하기 그지없다.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드라마 치고는 상당히 '센' 설정이다. 이같은 설정만 보면 15세 시청가가 나올 것 같지만, 다행히도 시청 등급이 12세다. 주조연 아역배우들 모두 오랜만에 자신의 출연작을 당당히 시청해도 되는 셈이다. 이 드라마의 관계자는 "마여진 선생의 강한 겉모습 안에는 학생들을 위한 진심이 담겨 있다. 그래서 센 설정들이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다"며 "드라마 안에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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