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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만이 살 길일까?
나인뮤지스 역시 과감한 노출과 가사로 19금 전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와일드' 컴백에 앞서 멤버들의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 한 티저 이미지를 공개해 온라인을 후끈 달궜다. 티저 영상 역시 '19금 판정을 받았다'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가사 자체도 '나 지금 좀 들떴는데 입술쯤 스치면 어떨까 기대를 해'라는 등 묘한 상상을 자극한다. 이밖에 박재범, 헬로비너스 등이 애매한, 혹은 대놓고 야한 가사를 포함한 노래를 발표했다. 신화 이효리 등 1세대 아이돌은 신체 특정 부위를 강조한 퍼포먼스로 '섹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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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영향도 컸다. 싸이는 '가요계 더티섹시'다. '77학개론'을 비롯해 직설적인 가사로 호응을 얻었으며, 뮤직비디오 역시 곳곳에 섹시 코드를 차용했다. 가인의 '어묵 논란'이 대표적인 예. 그런 싸이가 자신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로 세계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서 아이돌도 꼭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한 관계자는 "아이돌 노래 가사는 대부분 사랑과 이별, 사회에 대한 불만과 허세 등으로 이뤄졌었다. 그런데 싸이가 'B급 섹시'로 글로벌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19금 코드를 보는 대중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또 해외에서는 오히려 '야한 가사'를 좋아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면서 아이돌도 보다 적극적인 표현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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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는 "한 번 박힌 이미지를 바꾸는 건 어렵다. 육감적인 몸매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한 여가수의 케이스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처음엔 글래머러스한 몸매 때문에 화제를 모았고, 그게 음원 히트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스타덤에 오른 뒤가 문제였다. 가수 입장에서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대중은 좀더 자극적인 모습을 원했고 몸매에만 초점을 맞췄다. 결국 앨범도 히트에 실패했다. 섹시 마케팅이란 게 처음엔 쉽게, 잘 먹힐 수는 있어도 대중은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항상 처음 받았던 것보다 큰 자극을 원한다. 그런 기대치에 맞추는 건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이와 그룹 이미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색입기는 오히려 반감을 살 뿐이다. 정확히 그룹 색을 구축하고 음악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섹시가 아닌 다른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