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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19금'만이 살 길일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05-29 15:26 | 최종수정 2013-06-03 07:47


포미닛.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19금'만이 살 길일까?

아이돌 '19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깨끗하고 신비한 이미지를 고수했던 아이돌이 무대 안팎에서 거침없는 섹시코드를 선보이고 있는 것.

대표 주자는 역시 포미닛이다.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 사는 곳은 어디예요? 술 한잔하면서 얘기해봐요'라는 직설적인 가사를 앞세운 '이름이 뭐예요?'는 '작업송'이란 애칭을 얻으며 '차트 역주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들의 홍보 전략 역시 과감했다. 성인 배우들도 출연을 조심스러워 하는 tvN 'SNL 코리아'에서 '19금 콩트'를 선보였다. 심지어는 KBS2 '개그콘서트'에 출연해 일명 '남초사이트'에서 얻은 현아의 별명 '패왕색'을 전면에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나인뮤지스 역시 과감한 노출과 가사로 19금 전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와일드' 컴백에 앞서 멤버들의 신체 일부를 클로즈업 한 티저 이미지를 공개해 온라인을 후끈 달궜다. 티저 영상 역시 '19금 판정을 받았다'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가사 자체도 '나 지금 좀 들떴는데 입술쯤 스치면 어떨까 기대를 해'라는 등 묘한 상상을 자극한다. 이밖에 박재범, 헬로비너스 등이 애매한, 혹은 대놓고 야한 가사를 포함한 노래를 발표했다. 신화 이효리 등 1세대 아이돌은 신체 특정 부위를 강조한 퍼포먼스로 '섹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나인뮤지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19금'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홍보 효과'에 좋다는 것. 싸이 조용필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차트를 점령한 가운데 한 달에 수십 팀이 컴백을 알리고, 데뷔하는 팀도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앨범을 발표하더라도 음원 사이트 추천 목록에 오르거나 강대한 팬덤이 구축되지 않는 한은 순식간에 2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결국 관심도 받지 못한 채 활동을 중단한다. 1주일 내로 20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하면 음원이 사장된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초반 마케팅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19금'만큼 단기간에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재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또 이미지 문제도 있다. 헬로비너스를 제외하면 현재 '19금' 코드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은 모두 남초, 혹은 여초 사이트에서 대표적인 섹시 주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포미닛 현아, 나인뮤지스 경리 등은 남초사이트에서 최근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케이스다. 온라인상에서 언급되고 있는 이미지를 화끈하게 보여주면서 반전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 관계자는 "포미닛의 경우 'SNL 코리아' 출연이 앨범 홍보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이름이 뭐예요?' 노래나 그룹 컨셉트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특히 포미닛은 항상 선정성 논란에 시달렸던 그룹 중 하나인데 'SNL 코리아'를 통해 19금 지적이나 이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악플, 그로 인한 걸그룹으로서의 고충 등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싸이의 영향도 컸다. 싸이는 '가요계 더티섹시'다. '77학개론'을 비롯해 직설적인 가사로 호응을 얻었으며, 뮤직비디오 역시 곳곳에 섹시 코드를 차용했다. 가인의 '어묵 논란'이 대표적인 예. 그런 싸이가 자신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로 세계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서 아이돌도 꼭 한정된 이미지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한 관계자는 "아이돌 노래 가사는 대부분 사랑과 이별, 사회에 대한 불만과 허세 등으로 이뤄졌었다. 그런데 싸이가 'B급 섹시'로 글로벌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19금 코드를 보는 대중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또 해외에서는 오히려 '야한 가사'를 좋아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면서 아이돌도 보다 적극적인 표현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헬로비너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5.23
아이돌 그룹이 '19금 전쟁'에 뛰어드는 걸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아이돌은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가사나 무대, 퍼포먼스 등은 지켜보기 민망하다는 지적이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음악성 보다 섹시 이미지 쪽에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은 가수로서 꼭 좋은 일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관계자는 "한 번 박힌 이미지를 바꾸는 건 어렵다. 육감적인 몸매를 앞세워 인기를 끌었던 한 여가수의 케이스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처음엔 글래머러스한 몸매 때문에 화제를 모았고, 그게 음원 히트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스타덤에 오른 뒤가 문제였다. 가수 입장에서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대중은 좀더 자극적인 모습을 원했고 몸매에만 초점을 맞췄다. 결국 앨범도 히트에 실패했다. 섹시 마케팅이란 게 처음엔 쉽게, 잘 먹힐 수는 있어도 대중은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항상 처음 받았던 것보다 큰 자극을 원한다. 그런 기대치에 맞추는 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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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나이와 그룹 이미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색입기는 오히려 반감을 살 뿐이다. 정확히 그룹 색을 구축하고 음악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섹시가 아닌 다른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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