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화, 왜 웹툰에 열광할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3-05-29 10:05 | 최종수정 2013-05-31 07:50


27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VIP 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에 참석한 이현우, 김수현, 박기웅이 포토타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달동네 슈퍼집 바보가 사실은 북한 최정예 스파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동네 바보(김수현), 록커 지망생(박기웅), 고등학생(이현우)으로 신분을 속이고 남한에 숨어든 북한 최정예 스파이 3인방의 이야기로 6월 5일 개봉한다.
김보라 기자 boradori@sportschosun.com

스크린은 왜 웹툰에 열광할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바보'(2008), '순정만화'(2008), '이끼'(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이웃사람'(2012), '26년'(2012) 등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던 것에 반해 요즘엔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재구성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지난 달에는 강우석 감독의 19번째 연출작으로 관심을 모은 '전설의 주먹'이 개봉했다. '전설의 주먹'은 사상 최고의 싸움꾼을 가리기 위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종규-이윤균 작가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24일에는 다음 모바일 앱을 통해 프리퀄 영화 '미생'이 개봉했다. '미생'은 바둑 프로기사를 꿈꾸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입단에 실패한 뒤 비정규직으로 회사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다음에 연재되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24일 첫 번째 에피소드 장그래 프리퀄 편이 공개됐으며, 31일 두 번째 에피소드 안영이 프리퀄 편에 이어 오차장, 김동식, 장백기, 한석율의 프리퀄이 매주 금요일마다 공개될 예정이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작가 훈(HUN)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달동네 바보 역할로 파견된 북한 최정예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누적 조회수 2억 5000만 건, 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네티즌 선정 '죽기 전 꼭 봐야 할 웹툰 1위'로 꼽히는 '대작'이다.

연쇄 살인마에 의해 가족을 잃은 한 여자의 복수극을 그린 '더 파이브'는 조금은 특별한 케이스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연재한 정연식 작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 강우석 감독이 제작을 맡았으며 김선아 마동석 신정근 이청아 등이 출연한다. 하반기 개봉 예정.


이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들이 속속 개봉하는 이유는 뭘까? '소재의 신선함'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관계자는 "웹툰은 표현할 수 있는 범주가 넓다.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에 근거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찾아보지 못했던 기발한 소재나 설정이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다.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않더라도 입소문을 타고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 실제로 '미생'은 개봉 전부터 웹툰과 영화, 프리퀄이 만났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원작가 윤태호 작가의 SNS 지원 사격이 더해지면서 24일 개봉 직후 4일 만에 조회 수 30만 건을 돌파, 모바일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마찬가지. 웹툰 서열 1위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으며 가장 '핫 한 배우'로 꼽히는 김수현 이현우 박기웅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티저 공개만으로도 1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파이브' 출연진이 고사 당일 화이팅하는 모습. 왼쪽부터 정인기 박효주 마동석 김선아 온주완 이청아.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하지만 웹툰의 영화화 작업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먼저 관객들의 기대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계자는 "팬층이 구축돼 있는 만큼, 캐스팅부터 각색 작업에도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 원작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이 떨어지거나, 내용 전개가 조금만 틀어져도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오히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도 어렵다. 소설은 정해진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웹툰은 이미 관객에게 인식된 이미지와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신선함을 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 애니메이션을 실사판으로 만든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이나 '꽃보다 남자' 등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크게 흥행하진 못했다. 관객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해 내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순수 창작물'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걸 문제로 삼는 쪽도 있다.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웹툰이 영화화된다면 초반 관객몰이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선다. 그렇게 흥행에 재미를 보고나면 웹툰 등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강해질 거다. 실제로 대형 투자사에서는 인기 웹툰 작가와 꾸준히 교섭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순수 창작물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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