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은 왜 웹툰에 열광할까?
24일에는 다음 모바일 앱을 통해 프리퀄 영화 '미생'이 개봉했다. '미생'은 바둑 프로기사를 꿈꾸던 주인공 장그래(임시완)가 입단에 실패한 뒤 비정규직으로 회사에 취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다음에 연재되고 있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24일 첫 번째 에피소드 장그래 프리퀄 편이 공개됐으며, 31일 두 번째 에피소드 안영이 프리퀄 편에 이어 오차장, 김동식, 장백기, 한석율의 프리퀄이 매주 금요일마다 공개될 예정이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작가 훈(HUN)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달동네 바보 역할로 파견된 북한 최정예 스파이의 이야기를 다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누적 조회수 2억 5000만 건, 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네티즌 선정 '죽기 전 꼭 봐야 할 웹툰 1위'로 꼽히는 '대작'이다.
|
탄탄한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다. 특별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않더라도 입소문을 타고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 실제로 '미생'은 개봉 전부터 웹툰과 영화, 프리퀄이 만났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원작가 윤태호 작가의 SNS 지원 사격이 더해지면서 24일 개봉 직후 4일 만에 조회 수 30만 건을 돌파, 모바일 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시 마찬가지. 웹툰 서열 1위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으며 가장 '핫 한 배우'로 꼽히는 김수현 이현우 박기웅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티저 공개만으로도 1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하지만 웹툰의 영화화 작업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먼저 관객들의 기대치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계자는 "팬층이 구축돼 있는 만큼, 캐스팅부터 각색 작업에도 상당히 신경써야 한다. 원작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로율이 떨어지거나, 내용 전개가 조금만 틀어져도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오히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도 어렵다. 소설은 정해진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웹툰은 이미 관객에게 인식된 이미지와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신선함을 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 애니메이션을 실사판으로 만든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일본 만화 '드래곤볼'이나 '꽃보다 남자' 등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크게 흥행하진 못했다. 관객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와 이미지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해 내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순수 창작물'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걸 문제로 삼는 쪽도 있다.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웹툰이 영화화된다면 초반 관객몰이에서는 유리한 위치에 선다. 그렇게 흥행에 재미를 보고나면 웹툰 등을 원작으로 한 작품을 만드려는 움직임도 강해질 거다. 실제로 대형 투자사에서는 인기 웹툰 작가와 꾸준히 교섭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순수 창작물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