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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34)가 돌아왔다. '배드 걸스'를 외치는 그녀, 더 강렬해졌다. 그리고 더 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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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시절, 흰 솜털 헤어밴드를 하고 루즈 삭스를 한 이효리. 당시 라이벌이었던 S.E.S에 비해 좀 더 도발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의상은 '오빠팬'들의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듯, 귀엽고 청순하기 짝이 없었으나 가사는 좀 더 나아간다. '어제 본 영화에서처럼 날 안고 입맞추고/싶다고 말해봐/ 어느샌가/숙녀가 되버린걸 내사랑 이제 눈을 뜬거야'(내 남자친구에게)라고 외치는 그녀에게 10대 팬들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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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모적이지만 더할나위 없이 안전한 이미지와 선을 그은 이효리. 솔로로 데뷔하면서 파격적인 카드를 꺼낸다. 섹시 카리스마로 지축을 뒤흔든 것. 파격 노출과 '겁 먹지마 너도 날 원해'라는 등의 거침없는 표현은 큰 충격을 안겨줬고,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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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언더웨어룩 등 당시 이효리의 히트 아이템들을 따라해도 무조건 야해보이기보다는, 당당하며 럭셔리한 스타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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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4월 발표한 정규 4집 'H-로직'의 표절 논란 전후로 이효리는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유기견 보호 운동을 시작했고, 소셜테이너로 색깔을 더했다. 절친인 김제동, 그리고 남자 친구 이상순 등과의 교류가 그녀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음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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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은 효리를 위한, 효리에 의한, 효리의 작품이다. 앨범 발표 전 스타일링 여행을 떠나곤 하는 이효리는 이번에 영국에서 일주일 이상 보냈다. 그때 쓴 곡이 '미스코리아'였고, 의상 콘셉트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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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앨범 스타일 또한 치열하고 혹독하게 자기자신을 단련시켜온 이효리다운 선택이라는 평이다. 이번 무대에서 보여지는 과할 정도로 자신감 넘쳐보이는 노래와 의상 등 섹시 표현은 더 당당해지길 원하는 오늘날 여성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면서 발표 즉시 음원차트 '올킬'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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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판걸', '품절녀' 등의 표현으로는 이효리 파워를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 그녀가 한 액세서리, 구두, 옷 등이 히트하는 것은 이효리가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효리는 자신을 동시대 여성들의 워너비 모델로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이 동물적인 본능은 메가톤급 파워를 지니며, 시장을 뒤흔든다.
사실 솔로 데뷔 이후 이효리가 줄기차게 보여준 단 한가지는, 바로 당당한 자기표현이다. '잇츠 효리시'(3집)를 앨범 타이틀로 했을 정도로 이효리는 자기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효리'란 이름을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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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효리의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과 믿음이 반영된 이번 앨범 활동은 이후 관련 분야에서 태어날 수많은 히트 아이템들이 보여줄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1인 창조 기업이 떠오르는 시대엔 상품의 생산 유통을 위해 거대한 공장과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 상품을 기획 유통하는 일이 아주 쉬워졌다. 문제는 아이디어인데, 그 키포인트를 이효리의 무대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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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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