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비즈]효리의 경제학, 이효리가 잘 팔리는 이유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3-05-27 15:09 | 최종수정 2013-05-28 08:28


'효리를 보면 돈이 보인다!' 데뷔 15년차인 이효리는 자신만의 매력을 앞세워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가 됐다. 특히 그녀의 노래 속 여성상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그 트렌드를 제대로 짚어내면 관련 산업에서는 돈으로 연결할 수 있다. 스포츠조선 DB

이효리(34)가 돌아왔다. '배드 걸스'를 외치는 그녀, 더 강렬해졌다. 그리고 더 세졌다.

1998년 핑클로 데뷔한 이효리는 15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강산도 변했을 이 시기에 이효리는 진화를 거듭해왔다. '손발 오글거리게 만들던' 핑클 시절을 지나 솔로 데뷔 이후 거침없는 행보는 매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일관되게 보여준 것이 있으니, 바로 그 시대 워너비 여성상을 정확히, 한발 앞서 보여준다는 점이다. 노래 가사가 그렇고, 춤이 그렇고 패션이 그렇다.

따라서 그녀의 과거 노래나 스타일을 분석해보면 당시 여성들의 유행 포인트가 정확히 보인다. 여기에서 바로 '효리의 경제학'이 출발한다. 인기를 끄는 스타가 아닌, 인기를 만들어내는 '별중의 별' 이효리, 그녀의 지난 15년이 보여주는 의미 속으로 들어가보자.


이효리의 의상,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은 언제나 패션계의 뜨거운 이슈가 된다. 스포츠조선DB
도발적인 청순걸에서 섹시 아이콘으로

핑클 시절, 흰 솜털 헤어밴드를 하고 루즈 삭스를 한 이효리. 당시 라이벌이었던 S.E.S에 비해 좀 더 도발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의상은 '오빠팬'들의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듯, 귀엽고 청순하기 짝이 없었으나 가사는 좀 더 나아간다. '어제 본 영화에서처럼 날 안고 입맞추고/싶다고 말해봐/ 어느샌가/숙녀가 되버린걸 내사랑 이제 눈을 뜬거야'(내 남자친구에게)라고 외치는 그녀에게 10대 팬들은 열광했다.


핑클 시절 이효리. 스포츠조선DB
물론 이 또한 청순가련형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요즘 들어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가사들은 닭살 돋는다. 자기를 버리는 남자에게 '잠시 넌 (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거야'라고 합리화를 하고, '언제든 다시 돌아와 난 여전히 너의 여자야'라고 외치는 핑클. 울지도 못한다는('I CAN´T CRY') 호소에 남자팬들은 열광했다.

이처럼 소모적이지만 더할나위 없이 안전한 이미지와 선을 그은 이효리. 솔로로 데뷔하면서 파격적인 카드를 꺼낸다. 섹시 카리스마로 지축을 뒤흔든 것. 파격 노출과 '겁 먹지마 너도 날 원해'라는 등의 거침없는 표현은 큰 충격을 안겨줬고,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핑클 시절 이효리. 스포츠조선DB
그러나 이때 활동상을 면밀히 보면, 상당히 '영리한 효리씨'임을 알 수 있다. 단지 효리의 섹시함은 소위 '야하다'는 의미 이상으로 발전해갔다. 당시 이효리는 예능프로그램에선 사정없이 머리를 쟁반으로 맞는, 털털한 캐릭터로 기존 여가수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삼성 애니콜 CF에선 광고주들이 욕심낼 만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이효리의 섹시함은 고급스러우며, 호감지수가 높은 이미지로 덧칠됐다.


따라서 언더웨어룩 등 당시 이효리의 히트 아이템들을 따라해도 무조건 야해보이기보다는, 당당하며 럭셔리한 스타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이효리. 스포츠조선DB
'노래는 치열하게, 성공은 혹독하게' 당당한 디바로 성장

지난 2010년 4월 발표한 정규 4집 'H-로직'의 표절 논란 전후로 이효리는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유기견 보호 운동을 시작했고, 소셜테이너로 색깔을 더했다. 절친인 김제동, 그리고 남자 친구 이상순 등과의 교류가 그녀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음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효리. 스포츠조선DB
보다 인간적으로, 뮤지션으로 성숙해진 이효리는 최근 발표한 5집 '모노크롬(MONOCHROME)'에서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제대로 승부수를 던졌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게 죽는것보다 싫은 여자.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여자'('배드 걸스')다운 정면 승부를 건 것. 총 16곡을 담았고, 이중 9곡을 직접 작사했다. 더욱이 타이틀곡인 '배드 걸스' 등을 통해 아날로그 사운드로 승부를 걸었다. 트로트, R&B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 뮤지션으로서 욕심을 보여줬다.

이번 앨범은 효리를 위한, 효리에 의한, 효리의 작품이다. 앨범 발표 전 스타일링 여행을 떠나곤 하는 이효리는 이번에 영국에서 일주일 이상 보냈다. 그때 쓴 곡이 '미스코리아'였고, 의상 콘셉트도 정했다.


'미스코리아' 등에서 보여준 스타일은 1960년대 전설의 패션 아이콘. 트위기를 연상시킨다. 트위기는 마른 몸 쇼트컷으로, 이전 건강한 몸매를 선호하던 모델계의 유행을 180도 바꿔놨다. 그러나 4년여 왕성히 활동을 하다가 단순한 옷걸이가 되기 싫다며 모델계를 떠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녀가 은퇴하면서 미니스커트가 쇠퇴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트위기는 큰 파급력을 자랑했다. 마치 이효리처럼 말이다.

따라서 이번 앨범 스타일 또한 치열하고 혹독하게 자기자신을 단련시켜온 이효리다운 선택이라는 평이다. 이번 무대에서 보여지는 과할 정도로 자신감 넘쳐보이는 노래와 의상 등 섹시 표현은 더 당당해지길 원하는 오늘날 여성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면서 발표 즉시 음원차트 '올킬'을 달성했다.


효리를 보면 돈이 보인다?!

'완판걸', '품절녀' 등의 표현으로는 이효리 파워를 설명하기 충분하지 않다. 그녀가 한 액세서리, 구두, 옷 등이 히트하는 것은 이효리가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효리는 자신을 동시대 여성들의 워너비 모델로 만드는 놀라운 힘이 있다. 이 동물적인 본능은 메가톤급 파워를 지니며, 시장을 뒤흔든다.

사실 솔로 데뷔 이후 이효리가 줄기차게 보여준 단 한가지는, 바로 당당한 자기표현이다. '잇츠 효리시'(3집)를 앨범 타이틀로 했을 정도로 이효리는 자기 자신을 전면에 내세워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효리'란 이름을 브랜드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오늘날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하면서, 이효리는 수많은 대박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10분이면 남자를 유혹할 수 있거나('텐미닛') 이제부터 솔직하게 당당하게('유고걸')를 외치던 시절, 핫팬츠와 탱크톱이 대세를 이루고 언더웨어룩까지 히트를 쳤다. 이때 언더웨어 대신 수영복을 입는 등 과거 인기 아이템도 효리 답게 변형시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녀의 탁월한 감각이었다.

따라서 이효리의 자기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과 믿음이 반영된 이번 앨범 활동은 이후 관련 분야에서 태어날 수많은 히트 아이템들이 보여줄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1인 창조 기업이 떠오르는 시대엔 상품의 생산 유통을 위해 거대한 공장과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 상품을 기획 유통하는 일이 아주 쉬워졌다. 문제는 아이디어인데, 그 키포인트를 이효리의 무대에서 찾을 수 있다.


"이효리의 무대엔 그시대 여성들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담겨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바로 여기에서 요즘 소비자들의 의식 흐름을 읽어내면서 발빠르게 상품화하는 것이 바로 대박을 향한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 참고삼아, 벌써 온라인 공간엔 '트위기 메이크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정규 5집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효리의 트위기 메이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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