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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MC 전성시대 끝나나…유재석-강호동에 집착 버리고 부활한 예능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5-26 17:09 | 최종수정 2013-05-27 07:36



'톱 MC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걸까.

유재석과 강호동이 양분하던 예능계에 지갗동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활로를 찾아 실험과 모색을 거듭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서 예능계의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이로 인해 톱 MC가 없으면 안 된다는 예능계의 절대적인 믿음에도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MC 위기론'마저 대두되고 있다.

MBC '일밤'은 6월 2일부터 '1부-아빠 어디가'와 '2부-진짜 사나이' 사이에 중간 광고를 없애고 두 코너를 통합해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줄곧 두 코너를 연속 방송했던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런닝맨)', KBS2 '해피선데이(맘마미아, 1박2일)'와의 경쟁에 한층 자신감이 붙은 '일밤'의 승부수다. '일밤'은 유재석과 강호동을 경쟁 프로그램에 빼앗기고 오랜 시간 시청률 부진을 겪었다. '나는 가수다'로 잠시 반등하긴 했지만 그외 '룰루랄라' '남심여심' '꿈엔들' '승부의 신' 등의 코너는 소리소문 없이 단명했다. 그러나 이제 '일밤'은 두 톱 MC를 위협할 정도로 완벽히 부활했다. '국민 예능'이 된 '아빠 어디가'에 밀려서 강호동의 새 프로그램 '맨발의 친구들'은 4%대 시청률로 고전하는 중이고, '진짜 사나이'는 어느새 유재석의 '런닝맨'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이번 코너 통합 방송을 계기로 '진짜 사나이'가 탄력을 받으면 시청률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

톱 MC의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는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달빛 프린스'는 조기종영했고, 그 후속인 '우리동네 예체능'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한자릿수 시청률을 멤돌고 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지난 23일 방송에서 3.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유재석이 버티고 있는 MBC '무한도전'과 KBS2 '해피투게더'는 각각 8년,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지만,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시청률 저하 현상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두 MC들의 탓만은 아니다. 안방극장의 시청 환경과 트렌드의 급변 속에서도 톱 MC들의 존재감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MC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진제공=MBC
야생의 환경에 던져진 연예인들의 생존기를 그린 SBS '정글의 법칙'은 히말라야 편을 내보낸 지난 24일 무려 16.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혼자 사는 남자 연예인들의 일상을 포착한 MBC '나 혼자 산다'도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메인 MC가 존재하지 않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유재석-강호동 없어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다. MBC '댄싱 위드 더 스타3' 후속으로는 14명의 출연진이 태국과 북 마리아나 제도에서 서바이벌 미션을 펼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파이널 어드벤처'가 출격 준비 중이다.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를 성공시킨 MBC는 이 프로그램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같은 변화가 당장에 '양강체제'를 무너뜨리진 않겠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지상파 예능PD는 "아직까지 톱 MC 없이 잘 되는 시대는 아니다"라면서도 "유재석-강호동에서 탈피하려는 예능계의 시도는 앞으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은 기획력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좋은 MC는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에 확실히 프로그램의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 그러나 모두가 유재석과 강호동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 새로운 포맷과 콘텐츠의 개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이 성공하면서 방송사와 제작진이 유재석과 강호동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밤'으로 대표되는 MBC 예능의 부활은 유재석과 강호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이뤄졌다. MC가 필요 없는 '관찰 예능'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개발해 성공시키며 예능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톱 MC를 고집한 다른 프로그램들의 침체와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 예능PD는 "지난 10년간 방송계를 좌우해온 MC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며 "조만간 예능계의 패러다임에 전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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