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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MC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걸까.
톱 MC의 기세가 꺾이는 분위기는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MBC '달빛 프린스'는 조기종영했고, 그 후속인 '우리동네 예체능'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한자릿수 시청률을 멤돌고 있다.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는 지난 23일 방송에서 3.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유재석이 버티고 있는 MBC '무한도전'과 KBS2 '해피투게더'는 각각 8년, 10년 넘게 장수하고 있지만,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시청률 저하 현상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물론 이같은 상황이 두 MC들의 탓만은 아니다. 안방극장의 시청 환경과 트렌드의 급변 속에서도 톱 MC들의 존재감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MC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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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 지상파 예능PD는 "아직까지 톱 MC 없이 잘 되는 시대는 아니다"라면서도 "유재석-강호동에서 탈피하려는 예능계의 시도는 앞으로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은 기획력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좋은 MC는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에 확실히 프로그램의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 그러나 모두가 유재석과 강호동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식으로 자구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 새로운 포맷과 콘텐츠의 개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이 성공하면서 방송사와 제작진이 유재석과 강호동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밤'으로 대표되는 MBC 예능의 부활은 유재석과 강호동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서 이뤄졌다. MC가 필요 없는 '관찰 예능'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개발해 성공시키며 예능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톱 MC를 고집한 다른 프로그램들의 침체와는 대비되는 상황이다. 이 예능PD는 "지난 10년간 방송계를 좌우해온 MC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며 "조만간 예능계의 패러다임에 전환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