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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다시 '막장'의 냄새가 폴폴 풍기기 시작했다. 최근 방송중이거나 방송 예정인 작품 중에는 비상식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만드는 이른바 '막장'드라마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들어 다시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영남 작가도 '최고다 이순신' 후속 KBS2 주말극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직 제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문작가는 '조강지처클럽' '수상한 삼형제' '폼나게 살거야' 등에서 불륜을 소재로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인기 작가 대열에 들어섰다.
주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중인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은 시어머니가 멀쩡한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며 시청자들을 기함하게 하더니 중반에는 시어머니와 새 며느리의 흥분 싸움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말미에는 출생의 비밀을 들고나와 시청자들의 눈을 끌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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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춤하던 '막장' 드라마가 다시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역시 시청률 문제다. 지난 2010년 이후 지상파 방송 3사는 드라마에서 여러가지 장르적 구성적 내용적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둔 작품은 '해를 품은 달' 뿐이다. 시청률 30%를 넘은 드라마들은 대부분 '막장' 소리를 듣는 드라마들이었다. 때문에 다시 이 방향으로 틀었다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드라마의 해외 판매 실적도 부진해지면서 방송사들은 시청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막장드라마가 지탄을 받는 것은 출생의 비밀이나 불륜 같은 소재가 아니다. 전혀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에 황당하기 그지없는 설정이 극을 '막장'이라고 불리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우리 방송의 전체적인 질을 하락시키는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임작가의 작품은 황당한 설정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오로라 공주'는 험난한 과정을 뚫고 편성됐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사실 '오로라 공주'는 지난 해 편성 예정이었지만 연출을 맡았던 손문권 PD의 유고로 편성이 취소됐다. 때문에 방송 관계자들은 재편성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하지만 1년 만에 아무일 없다는 듯 편성이 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문제는 손PD의 죽음보다는 죽음 후에도 계속 그의 이름이 연출자에 올라있으면서 드라마 제작 편성을 추진했다는데 있다. 보도가 터지지 않았다면 그의 죽음을 숨기고 계속 추진했을 것 아닌가. 그런 문제는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작품을 편성한 것은 역시 시청률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도 '막장'드라마는 딜레마다. 안하자니 시청률이 안나오고, 하자니 '욕'을 먹으니 말이다. 하지만 당장의 나무를 보기 보다는 멀리 숲을 보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