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일상을 웃음과 페이소스로 버무린 곽백수 작가의 '가우스 전자', 20일부터 스포츠조선 연재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3-05-12 14:52 | 최종수정 2013-05-12 14:52



◇"만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가우스 전자'의 곽백수 작가.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제 머릿속에 있는 만화는 '코믹'입니다. 만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합니다."

'트라우마'의 만화가 곽백수(41)의 화제작 '가우스 전자'가 오는 20일 스포츠조선에 연재를 시작한다. 지난 1월부터 절찬리에 연재되고 있는 '전설의 주먹'(이종규 글, 이윤균 그림)에 이어 독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가우스 전자'는 다국적 문어발 기업인 가우스 전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코믹 옴니버스이다. 현실적인 샐러리맨 이상식과 차나래, '4차원'의 엉뚱함이 있는 새내기 직원 백마탄과 건강미, 존재감이 없는 나무명 등이 등장해 일반 직장에서 일어날 법한 일상적인 사건을 통해 웃음을 보여준다. 배꼽을 잡고 쓰러질 만한 메가톤급 웃음이 있는가하면, 묘한 뒷맛이 남으면서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에피소드도 많다.

'예의'라는 에피소드를 보자. 직장 선배인 상식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신참인 마탄이 조수석에 앉아 졸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상식은 마탄에게 상사로서 "선배가 운전하는데 후배가 조수석에서 졸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마탄은 "아, 그렇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상식은 황당한 표정으로 여전히 운전대를 잡고 있고, 마탄은 조수석이 아닌 뒷자리에서 다리 꼰 채 숙면을 취하고 있다.

곽백수 작가는 지난 2003년 연재를 시작한 '트라우마'로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트라우마'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트라우마'를 끝내고 무조건 캐릭터가 있는 만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민을 거듭하다 가장 공감대가 넓은 공간이 바로 직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평생 만화가로 살아온 곽백수 작가는 일반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직장인의 마음을 그렇게 잘 꿰뚫을까.

"인터넷에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사이트, 기사를 열심히 서핑합니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 후배들 이야기도 열심히 듣고요. 군대생활의 기억도 바탕에 깔려 있죠."

대부분의 사람에게 직장 생활이란 쉽지 않다. 구조조정이다, 임금삭감이다, 우울한 뉴스도 많다. 코믹 일변도로 그린다면 이런 현실을 미화하는 것은 아닐까? 곽 작가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웃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좋지 않은 점은 은근히 꼬집고 싶었어요. 비합리적인 조직문화의 어이없음을 지적하고, 그게 좀 줄어든다면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요즘 한창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가우스 전자'에는 합리적인 갑을 관계를 함께 모색해보자는 작은 소망이 바탕에 깔려있다.

곽백수 작가는 다른 만화가들과 비슷하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책에 만화를 모사하며 꿈을 키웠다. 윤승운 화백의 '요철 발명왕' '두심이 표류기' 등이 그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사실 사업가가 되고 싶었어요. 에디슨같은 발명왕이 되어 물건도 만들고, 그걸 전세계에 팔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죠."

군대 제대할 쯤 뭐할까 고민하다 만화에 뛰어들었다. 만화가는 개인사업자다.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팔고 있으니 어린시절의 꿈을 대략 실현한 셈이다.

'가우스 전자'는 지난 2011년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해 500회를 돌파하며 인기를 모아왔다. 발표한 작품 가운데 베스트작을 먼저 선보인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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