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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를 꿈꾸는 두 명의 여배우가 '신데렐라 연기'에 도전한다.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신데렐라 행' 티켓을 거머쥔 정단영과 전예지는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이다. 고된 탭댄스 연습에 발목의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마냥 신나는 표정이다.
"2004년도에 '42번가' 앙상블로 뮤지컬배우를 시작했어요. 합격 통지를 받고 엄마랑 부둥켜안고 한참 울었죠."(정단영)
한 작품에서 한 배역으로 만났지만 두 배우는 걸어온 길은 조금 다르다.
정단영은 전형적인 대기만성 스타일이다. '42번가'의 앙상블로 뮤지컬 바닥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올해가 어언 10년차. '라이온 킹' '싱글즈'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등에서 경력을 쌓아오다 마침내 주인공을 따냈다. "2004년에 앙상블할 때부터 페기 역을 하고 싶었어요. 2년 전에는 오디션에서 떨어졌죠. 그러다 이번에 소원을 풀었어요." 고생 끝에 낙이 왔다. 이대 무용과에서 발레를 전공한 언젠가 뮤지컬 안무가로 제2의 도전을 펼치겠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전예지는 올해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혹시 지난 2007년 서울시뮤지컬단의 '애니'를 본 사람이라면 당시 타이틀롤을 맡았던 이 어린 여배우가 기억날 것이다. 똘망똘망한 표정으로 '투마로우'를 부르던 초등학교 6학년생 배우 말이다. '애니'에 출연한 이후 학업에 매진한 뒤 올해 중앙대 연영과에 입학했다. '42번가'는 그녀의 두번째 출연작인데,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다. 재능과 운을 동시에 지녔다.
'42번가'는 볼거리가 가득한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작품의 압권은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해주는 신나는 탭댄스. '타닥타닥~' 바닥을 구르는 경쾌한 발놀림은 배우의 발목을 아프게 하지만 관객의 심장을 뛰게 한다.
무용과 출신에 2004년 공연에서 탭을 춰 본 경험이 있는 정단영은 선배임에도 "예지가 저보다 훨씬 잘 춘다"며 "진짜예요"라고 덧붙인다. 전예지는 "오디션 붙고 나서 탭만 연습했어요"라며 "발목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지만 소리가 딱딱 맞았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쾌감이 있다"며 활짝 웃는다.
'42번가'에는 이들 외에 연출가 마쉬 역에 박상원 남경주, 왕년의 스타 도로시 역에 박해미 홍지민 김영주 등 쟁쟁한 베테랑 배우들이 출연한다. 상대역 줄리안 마쉬와 잘 맞느냐고 묻자 전예지는 "남경주 선배님이 저희 아버지랑 동갑"이라며 "키스신을 연습하는 데 갑자기 대사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라며 깔깔 웃었다.
도로시가 다쳐 페기가 대타로 급히 무대에 투입되기 직전, 연출가 마쉬는 이렇게 말한다. "이 공연은 너에게 달렸어. 너는 스타가 돼야해. 네 뒤에 수많은 코러스들을 생각해서라도." 정단영은 "남경주 선배가 바로 이 대사를 저에게 해주셨어요.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라며 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페기 역에서 만난 두 선후배. 또다른 페기들을 위해 무대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겠다는 열정은 같아 보였다. CJ E&M, 설앤컴퍼니 제작.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