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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용필처럼?" 배우와 가수, 조금 다른 인생 목표 속사정은?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05-01 06:27


'가왕' 조용필이 19집 앨범 '헬로(Hello)' 발매를 기념해 23일 오후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조용필 프리미어 쇼케이스'를 열었다.
올림픽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23/

스타들의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하게 되는 '단골 질문'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배우로서/가수로서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요?"라는 것이다.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판에 박힌 듯한 '뻔한 답변'도 있다. 그런데 배우와 가수의 목표가 묘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배우들은 "오랫동안 연기자로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꼽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굵고 짧게' 보다는 '가늘고 길게'가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연기 경력이 꽤나 된 중견 연기자들을 만나도 얘기는 비슷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배우로서 활약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곤 한다.

반면 가수들은 "아티스트로서 인정받는 것", "가수로서 내 음악을 하는 것" 등을 목표로 밝히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물론 인터뷰에 응하는 배우들과 가수들의 연령대가 다르긴 하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가수들이 상당수이기 때문.

하지만 배우와 가수의 이런 다른 답변은 지금의 우리 연예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가수들은 배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편이다. 안정적으로 롱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무래도 적기 때문.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연예인으로서의 숙명이다. 그런데 배우들은 주연을 맡다 인기가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조연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하지만, 요소요소에서 나름대로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조연들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주연배우들이 빛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수들은 이게 안 된다. 한창 인기몰이를 하다 어느 순간 인기가 떨어져버리면 방송 무대에 설 기회조차 잃게 된다.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데뷔한 신인 가수들만 해도 약 60개팀이다. 이 중 5년, 10년이 지나도 꾸준히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출 수 있는 팀이 몇 개나 될까? 1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서 잊혀져버린 팀들이 많다.

아이돌 가수 중 '아티스트'로서 인정을 받고 있는 빅뱅 지드래곤의 얘기를 들어보면 현실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그는 SBS '땡큐'에 출연해 자신의 인기와 성공에 대해 "언제까지나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내가 멋이 없거나 내 음악이 좋은 음악이 아니게 되면 무대에서 나올 것이다.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없는 순간이 온다고 판단되면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가수들은 '음악인'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여는 경우가 많다. 작곡, 편곡 등을 통해 무대에 서는 가수들을 서포트해주는 역할이다. 그룹 원타임 출신의 테디, 언타이틀 출신의 유건형 등이 좋은 예다. 비록 지금은 무대에 서지 않고 있지만,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면서 성공한 음악인으로서 인정을 받고 있다. 요즘 가수들이 '아티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 역시 확실한 작곡, 작사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나중에 제2의 성공적인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터.

그렇게 보면 19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조용필은 이례적인 경우다. 데뷔 45년을 맞은 가수가 아이돌 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63세의 베테랑 가수 조용필은 우리 연예계에 일종의 '충격'을 줬다. 이젠 젊은 가수들에게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조용필 같은 가수가 되는 것", "조용필처럼 오랫동안 노래부르는 것"을 목표로 꼽는 가수들이 많아질 듯하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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