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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의 비밀' 단박에 막장 논란 벗었다, 시청률 잡기가 관건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3-04-29 16:51 | 최종수정 2013-04-30 06:53


사진캡처=SBS

SBS 주말극 '출생의 비밀'은 방송 전부터 '막장' 드라마 일 것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제목 자체가 '출생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방송 관계자들조차 "또 출생의 비밀이야?"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출생의 비밀'은 추리극을 방불케하는 짜임새 있는 드라마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해리성 기억장애? 포토그래픽 메모리?

'출생의 비밀'는 우선 주인공 정이현(성유리)이 해리성 기억장애를 겪는 것에서 출발한다. 해리성 기억장애(Dissociative amnesia)는 기억상실증의 일종으로 일정 기간 내의 기억만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억을 잃어버린 시간은 1년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있지만 '출생의 비밀'에서는 10년으로 설정됐다. 앞으로의 기억 능력에는 지장이 없고 어느 순간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

28일 방송에서 정이현은 의사로부터 해리성 기억장애 진단을 받고 "일종의 뇌의 자가 보호 시스템이다. 차라리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충고까지 듣는다. 이처럼 해리성 기억장애는 감당하기 힘든 기억을 뇌 자체에서 막아버리는 증상을 말한다.

게다가 정이현은 '포토그래픽 메모리'라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 '포토그래픽 메모리'란 한번 본 것을 사진을 찍듯이 그대로 기억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전 할리우드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다룬 바 있는 이 소재가 우리 주말극에 등장한 것. 청소년기 정이현(아역 김소현)은 '포토그래픽 메모리'로 미국 유수의 대학에 합격한 수재다. 한 학생이 정이현이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저 누나는 왜 맨날 저렇게 뛰어다녀"라고 묻자 정이현의 친구가 "안 뛰면 어지럽대. 천천히 걸으면 눈에 보이는 게 하나도 빠짐없이 머릿 속에 저장돼서 머릿속에 터질 것 같대. 아예 안 보려고 뛴대"라고 하는 말은 정이현의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자연스럽게 설명해줬다.

이런 소재들 덕분에 '출생의 비밀'은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가 없다. 마치 영화 '메멘토'를 보듯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면들로 인해 자칫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이야기를 놓쳐버릴 수 있다. 예전 주말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캐릭터 힘, 만만치 않네

게다가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출생의 비밀'의 스토리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유준상은 전작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국민 남편 이미지를 깡그리 버렸다. 호들갑스럽고 경박한 홍경두의 모습을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깔끔하게 소화해내 고 있다. 부산의 한 절벽에서 자살 준비를 하다 정이현에게 새치기를 했다며 몰아치는 장면은 유준상이 얼마나 캐릭터에 몰입했는지를 보여줬다.


성유리도 '재발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호연을 선보였다. 그는 해리성 기억장애를 앓고 있으면서도 밝고 경쾌한 모습을 무난하게 소화해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남녀 주인공의 대비되는 모습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과거를 늘 기억하는 정이현과 반대로 과거란 잊어버리고 현실에만 충실한 홍경두의 모습이 재미를 주는 것. 절벽에서도 정이현은 홍경두와의 예전 악연을 기억해냈지만 홍경두는 생전 처음 본 사람처럼 정이현에게 반해버렸다.

이진도 28일 방송분에 단 1분만 모습을 드러냈지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보고 반갑게 달려드는 정이현을 보고 차갑게 내치는 이선영(이진)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것. 이진은 방송 말미 짧게 등장했지만 흔들리는 눈빛 연기와 실감나는 감정 연기로 두려움에 가득한 선영의 내면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앞으로 이같은 비밀은 하나하나 베일을 벗으며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김갑수 이효정 조미령 최수린 유혜리 자매 등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태어난지 만 7년만에 1000만 배우 대열에 들어선 갈소원 양까지 등장하면 극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방송 후 "유준상 코믹 연기 포텐 터진듯","유준상 진짜 연기 甲!! 저런 캐릭터 간만인데 환영이다!", "제목만 보면 전형적인 한국식 막장 드라마 느낌이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다. 등장 인물간의 갈등과 풀리지 않는 매듭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된다", "너무 재밌다!! 성유리 너무 예쁘고 출산 연기할 때 연기 확 늘었다고 생각했다" 등 호평을 보냈다.

하지만 시청률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27일 첫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6.4%(이하 닐슨 코리아)를 기록한 '출생의 비밀'은 28일에는 5.8%로 다소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역시 쉽지 않은 스토리에 있다. 중년층이 주시청층인 주말극 시간대에 복잡한 내용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 '웰메이드' 뿐만 아니라 시청률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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