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토리]'진짜 사나이' 서경석 불복종 논란, 리얼 예능의 고민이자 한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4-29 15:58 | 최종수정 2013-04-30 06:53


사진제공=MBC

MBC '일밤-진짜 사나이'가 '리얼리티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28일 방송에서 서경석이 상부의 명령에 불복종한 에피소드를 두고 '실제 군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과 '예능 프로그램일 뿐'이라는 반응으로 나뉘어 시청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되 100% 실제상황일 수는 없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의 고민과 한계를 '진짜 사나이'도 경험하게 된 셈이다.

논란이 된 사건은 철조망 치기 훈련 중에 벌어졌다. 김수로-샘 해밍턴-손진영이 속한 1조와 서경석이 속한 2조는 철조망 치기 대결을 펼쳤다. 연습에서는 2조가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1조를 앞섰지만, 실전에서는 대결이라는 말에 승부욕이 발동한 김수로와 일사분란하게 조직력을 발휘한 조원들의 활약 덕에 1조가 이겼다. 이것이 단순한 게임이었다면 웃으며 넘어갔겠지만 실제 훈련의 일부였기에 서경석과 2조원들에게 패배의 쓰라림은 컸다. 더구나 승자들이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이 패배한 조원들은 철조망 제거 작업을 도맡아야 했다.

끝이 없는 작업거리와 1조원들의 시끌벅적한 휴식을 지켜보는 서경석의 표정은 굳어져 갔다. 결국 서경석과 동료들은 1조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우야 도와줘"라는 외침은 1조원들에게 닿지 않았다. 때마침 연예인 병사들에게 목욕탕 페인트칠 작업을 하라는 대대장의 지시가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경석은 반응없는 1조원들의 모습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오해했다. 그리고 대대장의 지시를 전달 받고도 자신만 쉬운 작업장으로 빼내려 한다고 생각해 동료들과 철조망 철거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김수로의 설득에도 "열 받았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대대간부까지 나섰다.

고생하는 조원들을 두고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서경석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결국 그는 카메라 밖으로 모습을 감추고 감정을 다스렸다. 이후 서경석은 인터뷰에서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그 조의 조원이 돼 버렸고 진짜 군인이 된 것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리고 2조 동료들의 탄식이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그는 "이성을 잃고 사고를 낼 것 같아서 (카메라 밖으로) 이탈했다"면서 "불과 3~4일 만에 군대에 동화될 줄은 몰랐다"고 고백했다.

방송이 나간 후 서경석의 행동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이같은 반응은 '진짜 사나이'가 그동안 상당한 수준의 사실성에 기반해 군대 생활을 그렸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제작진이 눈도 안 마주치더라"면서 출연진이 입을 모아 성토했던 관찰 카메라 촬영 방식이 얼마나 철저하게 이뤄졌는지 이번 논란이 증명해줬다.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건, 실제였다면 영창감이었을 서경석의 돌발 행동이나 "진짜 군인이 된 것 같았다"는 소회도 실제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제작진은 방송을 앞두고 연예인들의 군대 생활을 어느 수위까지 전달해야 할지 상당히 고민했다. 방송에서 공개된 서경석과 김수로의 갈등처럼, 연예인 병사들이 언성을 높이며 감정 대립을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한다. 김수로는 5박 6일간의 첫 녹화를 마친 뒤 "군대 자체가 힘들었다기보다는 밥을 먹을 때도 줄을 맞춰서 가고 밥을 다 먹고도 동료를 기다려줘야하는 상황처럼 사회성을 통제 당하는 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진짜 사나이'는 사회에서 활동하던 연예인들이 군대에 다시 갔을 때 벌어지는 좌충우돌과 성장기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군인들의 군대 생활 자체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논란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리얼 예능이라고 해서 서경석을 실제로 영창에 보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진짜 사나이'를 연출한 김민종 PD는 29일 "서경석의 동료애를 부각시키려 했던 에피소드가 명령 불복종 상황으로 비춰진 것은 제작진의 미숙함 때문"이라며 "당시 조원들이 서경석의 동료애에 크게 감동한 뒷이야기가 이번주(5월 5일) 방송에서 공개된다"고 전했다.

'진짜 사나이' 팀은 4주마다 새로운 부대를 찾아가 다양한 보직을 체험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리얼리티 논란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연예인 병사들의 특수성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제작진의 묘수가 궁금해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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