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전문가 집단 토크쇼 전성시대, 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4-21 17:13 | 최종수정 2013-04-23 10:21


사진제공=KBS

의학, 법률, 심리학, 요리, 재테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예능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전문가들을 패널로 내세운 집단 토크쇼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인포테인먼트(Information·정보+Entertainment·오락의 합성어) 프로그램들이 전성시대를 맞았다. 전문가 집단 토크쇼들은 시청률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방송사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방송을 시작한 KBS2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는 금요일 오후 9시대에 편성돼 평균 시청률 8~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꾸준히 유지하며 사랑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고부갈등, 부부문제, 자녀교육문제 등 다양한 가정사를 주제로 놓고 개그맨들의 콩트를 지켜본 뒤 가정고민해결사, 심리상담전문가, 이혼전문변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연예인들이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 해법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전문가들의 뛰어난 입담, 현실적인 분석과 조언, 거기에 실제의 경험담까지 녹여내면서 재미와 정보 두 마리 토끼잡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포테인먼트의 원조격인 KBS2 '비타민'은 건강과 관련된 질병, 식생활, 운동 등의 주제를 다루는 11년차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의사들이 패널로 출연해 정보 전달을 책임진다. 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 KBS2 '의뢰인 K'도 변호사들과 연예인이 생활 속 법률 문제를 다룬다. 두 프로그램 모두 8~1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부부 토크쇼를 표방한 SBS '자기야'에서는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여에스더 가정의학과 전문의 부부, 고민환 산부인과 전문의-이혜정 요리연구가 부부, 함익병 피부과 전문의, 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실생활에 유익한 의학 정보와 결혼 생활 에피소드 등을 풀어놓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건강을 주제로 다룰 때마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상승할 정도로 전문가 출연진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종편의 경우엔 집단 토크쇼 쏠림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JTBC '닥터의 승부'와 MBN '황금알'이 성공하면서 종편에 집단 토크쇼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두 프로그램 외에도 MBN '속풀이쇼 동치미' '엄지의 제왕' '맛있는 수다' '아주 궁금한 이야기-아궁이', JTBC '신의 한수', 채널A '웰컴 투 돈월드' '웰컴 투 시월드', TV조선 '속사정' '모녀기타' 등 4개 채널에서 방송 중인 집단 토크쇼는 어림잡아도 10여개에 이른다.

이들이 다루는 내용도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건강, 재테크, 음식, 결혼과 이혼, 부부관계, 가족문제, 자녀교육 등 생활 밀착형 주제를 놓고 전문가 패널과 연예인 패널이 경험담과 정보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TV조선 '홍혜걸의 닥터 콘서트'와 지난 8일 종영한 JTBC '표창원의 시사 돌직구'처럼 전문가들이 MC를 맡아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방송가에 전문가 집단 토크쇼가 봇물을 이루게 된 것은 예능에서 웃음을 넘어 정보와 지식을 얻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구에서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연예인의 신변잡기 같은 가벼운 웃음이 주를 이룬 토크쇼들이 식상해지면서 이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생활 정보를 다룬 인포테인먼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라며 "집단 토크쇼의 전문가 패널들은 토크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고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예능계의 새 얼굴 찾기라는 현실적 과제에 대한 해법으로도 전문가 패널들이 주목받고 있다. 뛰어난 외모와 입담, 대중에 대한 호감도를 바탕으로 연예인 이상의 활약을 하지만 연예인에겐 없는 신선함을 지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한 스타 의존도를 낮춰 제작비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뿐더러 연예인보다 섭외하기도 한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인한 폐단도 나타나고 있다. 종편의 경우, 40대 이상 주시청층을 공략하려다 보니 예능 프로그램들이 집단 토크쇼 한 장르로 편중되고 있다. '종편에는 뉴스와 집단 토크쇼밖에 없냐'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황금알'과 '동치미' '닥터의 승부' 같은 프로그램은 포맷은 물론이고 내용까지 흡사해서 '자기복제', '베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연예인과 전문가 패널들의 겹치기 출연도 문제로 지적된다. MBN '동치미'에 출연한 최은경, 안선영, 이혜정은 TV조선 '모녀기타'에도 함께 출연했다. 특히 중년층에 인기가 많은 이혜정 요리연구가는 '자기야' '황금알' '닥터의 승부'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고, 이경제 한의사도 '황금알'과 '동치미'의 간판 패널로 출연했다. 프로그램들의 내용이 비슷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겨난 현상이긴 하지만, 비슷한 출연자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프로그램에서 반복하다 보니 지루함과 식상함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자극적인 주제들이 반복되면서 프로그램의 내용이 선정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보인다"며 "전문가 패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웃음의 소재로만 쓴다면 결국엔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캡처=황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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