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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의' 유선 "사극으로 대박나는 느낌 궁금했죠"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3-04-17 07:14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유선은 사극과의 악연을 갖고 있다. 지난해 초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때문에 빛을 못 본 비운의 작품들이 여럿 있는데, 유선의 출연작 SBS '부탁해요 캡틴'도 그 중 하나다. 뭔가 억울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 그러나 유선은 '사극으로 대박이 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내내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명장 이병훈 PD에게서 러브콜이 왔다. 사극과의 악연을 인연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MBC '마의'에서 유선이 연기한 장인주는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천재적인 침술을 지닌 의녀로, 천민 출신 마의 백광현이 인의로 성장하도록 돕는 조력자다. 진중함과 무게감을 갖고 극을 지탱하는 힘 있는 캐릭터이지만, 극 전개가 백광현에 집중되면서 장인주 캐릭터는 변화의 탄력성을 갖지 못하고 단편적인 역할에 그친 아쉬움이 있다. 유선도 배우로서 표현의 한계가 있었던 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나 작품에 대해선 후회가 없다. "'마의'는 맑고 착하고 건강한 드라마예요. 막장 요소 없이 순수한 교훈을 주죠. 그런 부분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이병훈 PD님의 말씀에 공감해요. 해외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입니다."

유선은 '천재적 의녀'답게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실제로 사람에게 시침할 수 있는 수준까지 침술을 해웠다. 실제로 다리를 다친 스태프를 병자로 꾸며서 유선이 직접 침을 놓는 장면을 촬영한 적도 있다. 그래서 손 따로, 얼굴 따로 나뉘어진 여타 장면과는 차원이 다른 생동감을 표현할 수 있었다. "전문 의료진의 자문을 구해 촬영했어요. 옛날 침은 좀 굵어서 피가 나기도 해요. 하지만 생사가 오가는 건 아니라는 조언에 용기를 냈죠. 의사 선생님에게 칭찬 많이 받았어요. 스스로도 무척 뿌듯했어요. 하지만 앞으론 굳이 모험하고 싶진 않아요. (웃음)"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마의' 팀과 함께한 8개월을 돌아보면서 유선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이병훈 PD의 열정과 에너지, 탁월한 유머감각에 감탄했고, 조승우의 천진함과 인간미에 반했다. 이요원과는 너무 친해져서 눈만 보면 웃음이 터져나왔을 정도라고.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손창민도 잊을 수 없는 파트너로 꼽는다. 지난 겨울, 서울 날씨가 따뜻하다고 느껴질 만큼 맹렬하게 추웠던 용인 세트장에서 전우애가 쌓인 듯했다. "저희 드라마에선 특히 단역 배우들이 고생을 심하게 했어요. 신분이 내려갈수록 옷이 얇아져요. '마의' 촬영장 가면 고생한다고 소문이 났대요. 저는 내복을 5벌 껴입었는데도 춥더라고요. 보온에 좋다는 내복은 다 산 것 같아요."

이제 좀 날이 풀리고 내복을 벗나 싶더니 드라마도 종영을 맞았다. 8개월의 대장정이었지만 에너지를 많이 얻은 덕인지 유선은 벌써부터 차기작을 욕심냈다. 이미지 변신에 대한 열망도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여배우에 대한 현실적 제약을 느끼게 되는 현실이 아쉽다고 했다. 남성 위주의 작품이 주를 이룬 탓이다. "남자배우는 연기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갈 수도 있고, 뒤늦게 전성기를 맞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여배우는 그 외의 또다른 매력을 갖지 않고서는 최고에 오르기 쉽지 않더라고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드문 상황에선 더 그렇죠."

남을 이해시킬 수 있고 스스로 몰입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고 싶다는 유선은 연기의 재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 연기가 매 순간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이 있어요.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죠. 많은 사람들이 공들여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 맛 때문에 빨리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엔 시사회 무대인사 하는 배우들이 부럽더라고요. (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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