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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능계의 새로운 키워드는 '관찰 예능'이다. 웃음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예능이지만, 재미를 위한 특별한 장치도, 제작진의 개입이나 연출도 없다. 그저 카메라만 있는 듯 없는 듯 출연자들을 따라다닐 뿐이다. 형식은 물론이고 내용까지도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데도 소소한 재미가 있다. 1회성 웃음이 아닌 긴 여운을 남긴다.
나이도 활동 분야도 제각각 다른 출연자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SBS '땡큐'는 한 편의 휴먼 다큐를 연상시킨다. 만화가 이현세와 사진작가 김중만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통해 교감했고, 발레리나 강수진과 리듬체조선수 손연재는 최고가 되기 위해 남모르게 흘려야 했던 땀과 눈물을 나눴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교집합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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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는 가족 내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통해 가부장적 권위가 해체된 이후 변화해가는 아버지상을 제시하고, 시청자들은 그들의 관계에 자신을 투영시키면서 의미 발견을 이룬다. '나 혼자 산다' 역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5%가 1인 가정이라는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홈쇼핑을 취미로 즐기는 김광규, 정리벽을 지닌 노홍철, 자유분방한 서인국 등 제각각 대비되는 삶의 방식이 1차적 재미를 주지만, 결국 이 프로그램은 고립된 현대인들에게 관계망의 회복과 사회적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인간의 조건'은 휴대전화·인터넷·TV 없이 살기, 쓰레기 배출하지 않기, 자동차 타지 않기 등을 실천하면서 사회적 화두를 보다 적극적으로 소화한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인간의 조건' 출연진의 친생활 방식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속속 올라오고, 환경부는 이 프로그램에 감사패까지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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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힐링이 주는 편안함도 중요하지만 결국 예능은 기본적인 재미가 필요하다"며 "힐링 예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의미와 재미의 균형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의 조건'은 굉장히 지루할 수도 있는 주제를 다뤘지만 출연진이 개그맨이어서 성공할 수 있었고, '아빠 어디가' 또한 아이들이 갖고 있는 캐릭터적 재미나 돌발적인 재미를 주지 못했다면 지금 같은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억지스러운 재미가 아니라 본래의 색깔을 변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출연진의 변화나 진행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 재미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