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자가' 신세경, 캐릭터가 깡패(?)인 이유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4-15 10:43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가 동시간대 1위로 올라서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대본이 잘 빠졌기 때문이다. 극의 짜임새나 등장하는 캐릭터,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드라마 '적도의남자' 등을 히트시킨 김인영 작가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이를 카메라안에서 다이내믹하게, 매력적으로 구현하는 배우들의 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여주인공 서미도, 신세경이 있다.

조인성-송혜교의 '그 겨울'이 종영한 뒤, 새수목드라마 경쟁에서 초반 승부를 가를 결정적 키를 쥔 인물로 '남자가 사랑할때'의 신세경과 '내 연애의 모든 것'에 이민정을 꼽을 수 있었다. 이유는 멜로나 로맨틱코미디에서 남자주인공은 얼마든지 멋지게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남사' 송승헌과 '내연모' 신하균은 제작진이 마음만 먹으면 매력이 터지도록 그릴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의 매력을 극대화할 때, 자칫 식상한 왕자캐릭터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주인공의 식상함을 덮고, 드라마가 뻔한 스토리를 벗어나기 위해선,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중요하다. 신선해야 한다.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주인공 남녀가 만나고 반응할 때, 예상치 못한 색다른 모습들이 연출되고, 시청자의 궁금증과 기대감이 높아진다.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가 4회 만에 독주태세가 갖춰질 수 있었던 건, 여주인공 서미도(신세경)의 힘이, 매력이 컸다. 그렇다면 서미도는 어떤 캐릭터인가. 가난이 미치도록 싫다. 하지만 효녀다. 게다가 똑똑하다. 수재다. 그래서 계산적이다. 그래서 더 자존심 강하고 근사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지도 모른다. 도전적이고 도발적인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서미도란 캐릭터를 설명하면 특별하지 않다. 언뜻 국민악녀 '야왕' 주다해(수애)와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서미도는 주다해와 전혀 다르다. 그리고 서미도가 드라마 '남사'에서 상대하는 남자가 띠동갑의 한태상(송승헌)이고, 또래의 이재희(연우진)다. 이 두 남자와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서미도란 캐릭터는 특별해지고, 극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특히 한태상을 대하는 서미도는 굉장한 매력을 발산한다.

서미도는 '젊음'을 이용할 줄 아는 여주인공이다. 젊다는 것, 어리다는 것을 자신의 최고 무기로 삼을 줄 아는 여자다. 그 무기로 한태상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조폭출신의 한태상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녀에게 매달리게 만든다. 단순히 남자주인공을 향해 당차고 당돌하게 접근하는 여주인공에 그치지 않는다.


서미도가 재수생시절, 아버지의 사채빚 이천 칠백만원 대신 자신의 몸뚱이를 사라며 한태상에게 제안한다. 상대의 요구가 아니었다. 서미도 자신이 그만한 매력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버린다. 물론 모친의 사채빚을 자신의 몸뚱이와 맞바꾸고 조폭이 된 한태상이 서미도의 제안을 거부했지만.

이후 서미도는 한태상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꾸준히 받는다. 한태상은 서미도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했기에 도움을 주기 시작해서 사랑으로 발전했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깊은 속내까지 읽을 순 없다. 한태상이 열두살 어린 자신을 여자로 보고, 사랑하기 때문에 돈을 준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한태상의 도움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나중에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생각만.



서미도는 아무리 한태상이 키다리아저씨라도 호의적으로 대한다거나, 저자세를 취하거나 약한 척 하지 않는다.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서미도는 기존 여주인공과 달리, 키다리아저씨를 대하는 법칙을 깨버린다. 그 기저에는 서미도가 본인에 대한 상품성을 높게 평가함에 있다. 자신은 똑똑하고, 젊고, 예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래서 서미도란 캐릭터가 신선하고 매력적인 것이다.

서미도는 한태상에게 저자세를 보이지 않고, 매번 돌직구를 날린다. 한태상이 지금껏 도와준 금전적 도움만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젊음과 매력을 살 수 없음을 경고한다. 다만 그동안 도움의 대가로, 한태상에게 기회는 준다. 그래서 자신과 결혼하고 싶다면, 내 마음을 뺏어봐. 하지만 서미도는 한태상과 데이트를 시작하고도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오히려 한태상을 리드한다. 한태상을 자주 민망하게 만들며 쉼없이 호감을 주고 또 느낀다.


한태상을 대하는 서미도의 일관된 돌직구행보는, 한편으론 '여자는 어린 게 깡패다.'라는 속설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래서 '남사'의 서미도는 드라마에서 쉽게 보기 힘든, 신선한 여주인공 캐릭터가 된다. 사실 매력적인 여주인공은 많다. 하지만 자신의 젊음과 매력을 티나게 무기로 삼고 남자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여주인공은 흔치 않다.

서미도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신세경이다. 신세경의 연기가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순 없지만, '남사'의 서미도를 120% 표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미도는 팜므파탈이 아니다. 서미도는 자신의 강점을 알고 영리하게 행동할 뿐이다. 그런데 신세경이 연기하는 서미도를 보면, 신뢰와 불신의 경계에 서 있다. 서미도가 한태상을 사랑하게 될지, 배신하게 될지, 신세경의 말투와 표정에선 도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절묘한 표정과 경계. 캐릭터가 팜므파탈이, 악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극의 줄거리에 긴장감과 궁금증을 불어넣는다.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때'의 성공적 출발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서미도라는 캐릭터,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신세경을 꼽는다. 서미도라는 캐릭터가 신선하다 보니, 그녀와 반응하는 한태상과 이재희의 캐릭터가 식상함을 벗고 매력은 동반상승하는 교차로가 된다. 드라마 '남사'에선 서미도가 깡패다. 서미도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남사'의 인물들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됐다.<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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