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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가 종영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그 여운을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남아 있다.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남아있다.
조인성은 아직도 '그 겨울'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난 다음 날 아침 11시 노 작가에게 전화를 해서 펑펑 울기 까지 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웃음) 사실 촬영할 때도 너무 심하게 몰입을 해서 스태프들이 '저렇게 하면 힘든데…'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가장 힘든 신을 꼽으라니 희선(정은지)과 소주를 마시는 신을 들었다. "노작가님이 그 부분을 이틀 반동안 쓰고 병이 나셨대요. '미친 X, X새끼, 차라리 사기를 치지'라는 대사가 있는데 착 감기는 대사가 잘 안나오더라는 거에요. 촬영을 하는데 소주를 마실 때부터 느낌이 오더라고요. 나중에는 울컥해서 참는데 힘들었어요. 감독님도 느꼈는지 좀 쉬었다가 다음 촬영에 들어가시더라고요. 근데 그렇게 중요한 감정신을 아침 첫신으로 촬영했어요. 인간이 할게 아니던데요.(웃음)" 그 외에도 조인성에게는 기억에 남는 신이 많다. "오영(송혜교)이 건달들에게 둘러쌓였을 때 도와주는 장면, 첫회에 장변호사(김규철) 만나는 장면, 엔딩 키스 장면, 다 떠올라요."
"종방연에서는 (김)범이랑 (송)혜교랑 다 안아주면서 서로에게 '고맙다'고 했어요. 서로 정말 배려해주고 욕심 내야할 때 내지 말아야 할 때를 알아서 잘 해줬거든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공을 돌리게 되더라고요. 혜교는 거기서 마이크를 잡고 '제가 잘 보였던 것은 오수 덕분이었습니다'라고 말해주더라고요."
내친김에 송혜교와의 사이에 대해서도 물었다. "혜교가 매력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다 알잖아요. 하지만 작품은 작품 안에서 끝내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심을 가지고 연기를 해본 적은 없어요. 사심을 갖는 순간 행동이 이상해지는 스타일이거든요. 불편해지고 어색해져요. 사심이 없으니까 편하게 볼 수 있는 거죠."
김규태 PD는 유난히 조인성의 손을 클로즈업한 신을 많이 넣었다. "하도 손끝 인서트 신이 많아서 평생 처음으로 네일케어까지 받아봤어요.(웃음) '봄날' 촬영할 때 손정현 감독님이 '손만 따겠다'고 해서 '왜 손을 따죠?'라고 물은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제가 연기할 때 손을 많이 사용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시작된 것 같은데 저도 제 손이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지는 잘 몰랐거든요."
이번 드라마에서는 조인성의 눈물 연기도 눈에 띄었다. "9부 엔딩을 촬영하고 나서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정말이지 이제 어떻게 울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밑천이 다 된 것 같은 느낌 아시죠? 좀 무서웠어요. 우는 연기가 너무 이슈화되고 상품화 되니까 애쓰게 되잖아요. 그럼 어색해져요. 그래서 우는 것에 대한 압박이 컸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이제 그만 울어도 돼. 마지막에 딱 한 번만 울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겨울' 다음의 조인성
"마초에서 벗어난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물론 극단적인 로맨틱 로맨틱 코미디는 좀 힘들 것 같고요.(웃음) 그런 로코는 차승원 선배나 임창정 차태현 선배처럼 극의 흐름까지 다 좌우하는 분들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그걸하면 작품이 위험해질 것 같아요. 아직 자신이 없어요. 그냥 유쾌한 면이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을 정도로요."
차기작을 급하게 정할 생각은 없다. "오수를 잊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시청자분들도 그렇고요. 이 기분을 충분히 만끽하고 잊어주셨으면 좋기도 하겠고…."
그는 예전 한 인터뷰에서 "연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겨울'을 마친 조인성은 "착각이었다"고 정정했다. "혜민 스님이 한 방송에서 말씀 하신 것을 듣고 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에 지금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나는 지금 연기하는게 행복한데 착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조인성은 81년생, 우리나이로 서른세살이다. "결혼을 해야될 나이가 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내 결혼 상대가 누가 될까라는 생각은 많이 해봤죠. 저보다 큰 여자여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덩치말고 마음이요.(웃음) 저를 확 안아줄 수 있는, 제가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면 마흔이 되기 전에는 해야하지 않을까요?"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해봤다. "요즘 배우분들이 연출도 많이 하시는데 저는 아직 그 정도는 못할 것 같고요. 기획은 해보고 싶었요. 원작을 사서 작품을 만들어보고 제가 연기할 수 있으면 더 좋겠고 아니라도 기획을 제대로 해보면 좋겠어요. 아직은 아이디어만 나오는 수준이거든요."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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