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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광석의 히트곡으로 만든 창작 뮤지컬 '그날들'(작, 연출 장유정)이 대학로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새롭게 개관한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은 개막하자마자 대형 라이선스 화제작들을 제치고 예매사이트에서 1위를 기록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제작 환경에서 대극장 창작뮤지컬은 일년에 두 세 편 가량밖에 만날 수 없다. 흥행에서 좋은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사건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애절한 발라드가 대부분이다. '사랑했지만' '거리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등 대부분 애조띤 선율이다. 누구나 김광석의 노래로 뮤지컬을 만든다고 했을 때 80년대와 현재를 오가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연상했다. 하지만 '그날들'은 다른 길을 택했다. 과감하게도 미스터리 형식에 슬픈 사랑을 담았다. 최근에 공연된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나 '내 사랑 내 곁에'와 오버랩되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 젊은 연출가 장유정의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어쩔 수 없이 노래와 드라마가 착착 붙지 않는 대목이 눈에 띈다. 노랫말 따로, 드라마 따로의 어색함이 발견된다. 이따금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미스터리 형식을 택했기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그날들'은 이렇게 현재의 실종과 과거의 실종이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나하나 떠오르는 그날들의 추억, 그리고 실종의 비밀이 조금씩 풀려간다. 이야기를 뿌려놓는 1막은 조금 산만했지만 이야기를 추스리는 2막에서는 집중도가 높아진다. 제작 과정에서 벌어졌던 여러가지 어려움을 딛고 배우와 스태프가 하나가 되어 작품을 완성해낸 에너지가 느껴진다. 부자연스러운 대목이 있음에도 미스터리 형식에 슬픈 사랑을 얹어 감동을 만들어낸 장유정 연출의 힘은 평가받을만 하다.
배우들의 열정도 돋보인다. 정학의 오만석은 베테랑답게 드라마의 중심을 잡고, 무영 역의 최재웅 역시 노련하게 앙상블을 맞춘다. 대통령 딸 하나 역의 송상은의 상큼한 매력도 인상적이다. 무영 역에 유준상 강태을, 무영 역에 지창욱 오종혁이 교대로 출연한다.
음악감독 장소영, 안무 정도영.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이다엔터테인먼트 제작. 6월30일까지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