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드라마 '돈의화신' 19회에서, 이차돈(강지환)이 이강석이란 사실을 지세광(박상민)이 알아냈다. 때문에 이차돈이 계획한 지세광과 권재규(이기영)가 물어뜯는 청문회 폭로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세광은 권재규에게 이차돈이 이강석이란 사실을 알렸고, 권재규로 하여금 이강석을 살해하도록 유도했다. 이에 권재규는 살인청부업자를 동원했고, 이차돈이 탄 택시를 레미콘으로 밀어버렸다. 그것도 두 차례나. 과연 이차돈은 죽었을까.
|
하지만 시청자입장에선 남은 5회를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계기가 됐다. 드라마 '돈의화신'을 극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드라마가 늘어지기 쉬운 타이밍에 지세광이 이차돈의 정체를 파악함으로써,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치밀하게 진행되던 이차돈의 복수계획이 전면적으로 수정되고, 제 3의 길을 모색하게 만든 것. 드라마를 미궁속으로 빠뜨리는 전개. 감탄사를 부른다.
|
|
사실 이차돈이 계획한 '이간질'은 정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참이 아닌 '거짓'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이 이강석임을 숨긴 이차돈의 '이간질' 복수는 절반의 성공밖에 이루지 못했는지 모른다. 나머지 절반은 지세광에게 넘긴 채. 덕분에 지세광은 비밀장부와 살인교사라는 '진실'로 권재규를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힘을 얻게 됐으니, 아이러니다.
|
'돈의화신' 19회를 보면서,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정의는 선(善)이다. 참이다. 진실이다. 그리고 정의는 우리가 사는 모든 언행에 숨쉬고 있다.
이차돈(강지환)은 복재인(황정음)을 사랑하기 시작했으면서도 속내를 털어 놓지 못했다. 지세광일당을 향한 복수로 인해,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재인이 권혁(도지한)과 만나는 건 반대했다. 훼방을 놓았다. 그 이유에 대해 이런저런 거짓말을, 변명을 해가면서. 하지만 복재인은 직감했다. 이차돈이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음을. 그래서 맘에 없는 맞선도 보면서 이차돈의 질투를 유발했다. 일종의 이간질과 비슷한 전략이다.
|
정의란 그런 것이다. 서로 사랑한다. 참이다. 진실이다. 하지만 밝히지 않으면 묻히고 마는 것. 인간 내면의 갈등, 외부의 압력 등에 의해 얼마든지 왜곡되고 묻힐 수 있는 것. 정의라는 것은 선, 진실로 설명될 만큼 단순한 개념이다. 하지만 인간이 순수하게 정의를 구현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복잡하다.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강석임을 숨긴 채 이차돈이 진행한 이간질 복수가, 복재인의 질투작전이 절반의 성공밖에 이루지 못한 건, 진실로 향하는 과정에 '거짓'이 동반됐기 때문은 아닐까.<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