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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조인성)의 첫사랑 희주(경수진)는 부모의 반대는 물론이고, 그녀가 19살에 누리고 싶은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사랑하는 오수만을 선택했다. 그리고 오수의 아기를 가졌다. 그런데 오수는 뱃속에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유년시절 어머니에게 버려졌던 그로서는 자신을 닮아갈 아이가 더욱. 때문에 현실을, 아이를 쉽게 받아드릴 수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는 그를 설득하려 쫓아온 희주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의 눈앞에서 죽었다. 오수가 19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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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수가 희주를 지키지 못했다.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했다. 오수가 희주를 죽인 건 아니지만, 오수가 희주를 이해했다면 교통사고로 희주가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철의 눈에 오수가 어떻게 보였을까. 죽이고 싶도록 미웠을 것이다. 희주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왜 내가 아니고 오수같은 자식을 선택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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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수가 무철이를 이해시켰다. 오영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줄 아는 오수를 보고서. 내가 알던 오수는 역시 나쁜 놈이 아니었다. 세상사람 다 오수를 욕해도, 나는 오수가 나쁜 놈이 아니라 착한 녀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철은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수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이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오수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떠드는 사랑이 아니라, 희주처럼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 얻는 사랑이 오수에게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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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사장의 패거리에게서 오수를 지켜냈다. 그것이 여전히 희주를 잊지 못하는 자신이, 희주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고, 희주가 가르쳐 준 사랑이 오수에게 남아있다면, 그것을 지켜주는 게 죽기 전에 무철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것이 조무철이 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무철의 방식을 이해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5회의 마지막에, 오영이 자살을 시도했고 전화통화로 직감한 오수가 그녀를 발견했다. 시청자는 궁금하다. 과연 '그겨울'의 결말은 오영이 죽는, 혹은 오수가 죽은 새드엔딩일까. 아니면 둘 다 살아서, 사랑의 힘으로 지난 아픔을 극복해가는 행복한 해피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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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좋은 드라마인 이유는, 바로 이유와 이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식의 이분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조무철과 왕비서(배종옥)가 그렇다. 그 사람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캐릭터가 개연성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사람을 대하는 시야를 넓혀 준다. 우리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보이는 결과물이나 선입견이 아니라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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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