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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그 겨울'의 결말, 김태우의 죽음에 있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3-29 09:27 | 최종수정 2013-03-29 14:04



오수(조인성)의 첫사랑 희주(경수진)는 부모의 반대는 물론이고, 그녀가 19살에 누리고 싶은 모든 걸 포기하고, 오직 사랑하는 오수만을 선택했다. 그리고 오수의 아기를 가졌다. 그런데 오수는 뱃속에 아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유년시절 어머니에게 버려졌던 그로서는 자신을 닮아갈 아이가 더욱. 때문에 현실을, 아이를 쉽게 받아드릴 수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는 그를 설득하려 쫓아온 희주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의 눈앞에서 죽었다. 오수가 19살에.

그 당시 오수가 느꼈을 두려움, 미안함, 죄책감을 아무도 봐주지 않았다. 오수는 주변사람들의 눈에 쓰레기로 낙인찍혔다. 그래서 일까. 오수는 막 살았다. 쓰레기처럼 인생을 낭비하며 살았다. 살아야 할 목적이나 이유없이, 술, 여자, 도박 등에 빠졌고, 상대방에게 쉽게 상처를 주고 쉽게 상처를 입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용서받고 싶었지만, 용서해 줄 주체인 희주가 세상에 없었다. 그런 오수를 보며 희선(정은지)가 물었다. 너같은 양아치가 사기까지 쳐가며 살아야 할 이유가 뭔데?


오수가 사랑한 희주는 조무철(김태우)에게도 첫사랑이다. 치킨배달을 하며 동생들을 먹여 살리는 게 일상인 그에게, 희주는 유일한 삶의 활력소이자 휴식처였다. 사랑이었다. 오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희주는 오수를 택했고, 오수는 무철에게 희주를 사랑하니 양보해 달라고 부탁했다. 짝사랑중인 무철에게 선택의 권한따윈 없었다. 이미 희주가 오수를 사랑하는데, 오수도 희주를 사랑하는데, 무철이 어쩔 것인가. 무철의 성격상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고 그들을 축복은 못해줘도 훼방은 말아야지. 희주를 쉽게 잊을 순 없더라도.

그런데 오수가 희주를 지키지 못했다. 사랑으로 감싸주지 못했다. 오수가 희주를 죽인 건 아니지만, 오수가 희주를 이해했다면 교통사고로 희주가 죽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철의 눈에 오수가 어떻게 보였을까. 죽이고 싶도록 미웠을 것이다. 희주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왜 내가 아니고 오수같은 자식을 선택했는지.


게다가 오수라는 녀석은 희주의 죽음에, 자신도 두려웠다, 어렸다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한다. 희주가 자신때문에 죽었음에도 죄책감은 고사하고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다. 만일 희주가 살아서 오수를 본다면 땅을 치며 통곡할 짓거리를 하며 살았다. 무철의 입장에선 그런 오수를 보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희주를 못 잊는 나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죽을 판국에, 너같은 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냐.

나와 친한 친구 혹은 동생이나 형이, 오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다수가 무철이와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오수가 미웠을 것이고, 쓰레기같은 삶을 사는 오수가 죽도록 미웠을 것이다. 오영(송혜교)은 오수의 얘기를 듣고, 용서가 아니라, 19살 오수에게 위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건 오영이 무철이나 희선처럼 지인을 잃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위로'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겨울 보는 시청자도 오영의 말을, 눈물 흘리는 오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무철이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무철이가 오수를 무조건 미워한 건 아니었다. 미워했지만, 희주의 죽음은 오수도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때문에 친한 동생이었던 오수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나를 설득해보라고. 희주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면 죽어도 시원치 않을 네가, 도박을 하고 사기를 쳐가면서까지 살고 싶어하는 이유를. 살아야 할 이유를.

그런데 오수가 무철이를 이해시켰다. 오영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줄 아는 오수를 보고서. 내가 알던 오수는 역시 나쁜 놈이 아니었다. 세상사람 다 오수를 욕해도, 나는 오수가 나쁜 놈이 아니라 착한 녀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무철은 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수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자신이 느끼지 못했던 사랑을, 오수는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떠드는 사랑이 아니라, 희주처럼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고 얻는 사랑이 오수에게도 있다는 걸.



그래서 김사장의 패거리에게서 오수를 지켜냈다. 그것이 여전히 희주를 잊지 못하는 자신이, 희주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었고, 희주가 가르쳐 준 사랑이 오수에게 남아있다면, 그것을 지켜주는 게 죽기 전에 무철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것이 조무철이 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무철의 방식을 이해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5회의 마지막에, 오영이 자살을 시도했고 전화통화로 직감한 오수가 그녀를 발견했다. 시청자는 궁금하다. 과연 '그겨울'의 결말은 오영이 죽는, 혹은 오수가 죽은 새드엔딩일까. 아니면 둘 다 살아서, 사랑의 힘으로 지난 아픔을 극복해가는 행복한 해피엔딩일까.


그 겨울의 결말은, 조무철의 죽음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조무철이 자신을 희생해 오수의 사랑을 지켜냈다. 그렇다면 오수의 몫은 어떻게든 오영을 살리는 것이다. 그래야 조무철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다. 만일 오수덕에 오영이 살 수 있다면, 오영은 오수를 살릴 수 있을까. 아마도... 오수가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고, 그것은 사랑하는 오영이기 때문이다. 살고 싶어하는 남자 오수에게, 살아야 할 이유보다 강한 삶의 욕구는, 자극제는 없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좋은 드라마인 이유는, 바로 이유와 이해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식의 이분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조무철과 왕비서(배종옥)가 그렇다. 그 사람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다. 캐릭터가 개연성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시청자로 하여금 사람을 대하는 시야를 넓혀 준다. 우리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 보이는 결과물이나 선입견이 아니라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말한다.


그겨울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동안 서로에게 상처를 준 것은, 보이는 것에 집착했을 뿐,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회로 갈수록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따뜻함을, '희망'을 얘기한다. 조무철이 '죽음'으로서 사람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면, 오수와 오영은 '삶'을 통해, '사랑'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담지 않을까. 그래서 그겨울의 결말은 조심스럽게 해피엔딩을 예상한다.<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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