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나 마트에만 '끼워팔기'가 있는 게 아니다. 연예계에도 '끼워팔기'가 있다. 연예 기획사가 주연급 인기 배우와 인지도가 떨어지는 신인급 배우나 조연급 배우를 함께 드라마에 캐스팅시키는 것을 보통 '끼워팔기'라고 한다. 연예계에서도 '끼워팔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끼워팔기'는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연예계 '끼워팔기'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보고싶다' 외에도 두 명 이상의 대형 기획사 소속 연기자가 출연한 드라마는 많다. KBS '착한 남자'의 송중기와 이상엽, 이유비는 싸이더스HQ 소속이다. 황정음, 박재범, 김사랑, 김수로 등이 소속된 곳. 장혁, 송중기, 현우, 이수혁 등 싸이더스HQ 식구들은 SBS '뿌리깊은 나무'에도 대거 출연했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대풍수'에도 한솥밥을 먹는 식구들이 출연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한 지성, 이윤지, 김소연 등은 문근영, 유준상, 한혜진, 김주혁, 신세경, 김아중 등이 소속된 나무엑터스 소속이다. 지난해 높은 인기를 얻었던 SBS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과 김하늘 역시 같은 소속사 배우다.
'끼워팔기'를 둘러싼 오해?
한 드라마 관계자는 '끼워팔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 캐스팅은 해당 배역에 맞는 최적의 인물을 찾는 일인 동시에 함께 일할 마음 맞는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아무래도 같은 소속사 배우가 함께 연기하면 촬영장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며 "자격이 되지 않는 연기자를 캐스팅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한 소속사 연기자를 캐스팅하는 것이 드라마 촬영과 완성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끼워팔기'로 작품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합당한 오디션 과정을 거쳐서 한 경우도 많다. 어렵게 오디션을 통과해 캐스팅됐는데 '끼워팔기'란 소리를 들으면 억울한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배우 본인이 많이 속상해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첫째는 캐스팅의 적합성이다. 시청자가 봤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해당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자가 캐스팅됐다면 '끼워팔기'를 의심해볼만 하다는 것. 또 극의 전개와 전혀 관계 없는 캐릭터가 갑자기 비중있게 그려진다면 '끼워팔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연기자의 연기력이다. 정당한 오디션 과정을 거쳤다면 연기력에서도 합격점을 받았을 터. 배역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연기자가 기대 이하의 연기력까지 보여준다면 '끼워팔기'일 가능성이 높다.
힘없는 배우들은 어쩌라고...
사실 연예계에서 대형 기획사의 힘은 막강하다.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인기 스타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곧 '권력'을 의미한다. 이 '권력'이 캐스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년 넘게 출연작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연기자 A씨는 "내가 부족해서 그렇다고도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대형 기획사에 소속돼 있더라도 그랬을까?'란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끼워팔기'로 드라마 출연 기회를 쉽게 얻는 신인들을 보면 기분이 좋지는 않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는 것이 아닌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끼워팔기'로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1+1'으로 불리지만, 영세한 기획사의 연기자들은 '1+1'이 될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셈이다.
한 연예 관계자는 "'끼워팔기'는 연예계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대중들은 연예인들을 화려하게만 보지만, 출연작을 찾지도 못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연예인들이 부지기수다"라며 "대중에게 높은 인기를 얻는 배우들이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똑같은 조건에서 소속사의 차이 때문에 출연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좀 더 다양한 연기자들이 드라마나 영화에 캐스팅에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본인이 '끼워팔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방송 활동이 뜸했던 배우 B가 바로 그런 케이스. 같은 소속사엔 인기 배우 C가 있었고, 소속사 측은 C와 함께 B를 드라마에 출연시키기로 제작사 측과 합의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B는 C를 등에 업고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걸 거부했다. 그는 소속사 측에 "'끼워팔기'는 안 한다. 합당한 과정을 통해 내 힘으로 내가 원하는 배역을 따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